[TF프리즘] 한국 축구, 볼 점유율과 유효슈팅
입력: 2017.03.24 05:00 / 수정: 2017.03.24 08:36

기성용.
기성용.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축구에서 볼 점유율은 중요하다. 공을 소유하고 있는 시간이 길수록 슈팅과 득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면 공을 쫓느라 체력이 더 떨어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볼 점유율이 높은 팀은 좋은팀이다. 그러나 공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어떻게 하느냐다.

한국은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에서 중국에 볼 점유율에서 64.3%-35.7%로 앞섰다. 그런데 결과는 0-1 패배였다. 볼 점유율이 높으면 슈팅 기회가 더 많은 것이 상식적이다. 한국과 중국의 슈팅 수는 12개로 똑같았다. 공을 가지고 있을 때 제대로 못 한 것이다.

슈팅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골문 안쪽을 향한 유효슈팅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은 전반 5개의 슈팅 가운데 유효슈팅이 하나도 없었다. 중국은 4개의 슈팅 가운데 유효슈팅이 2개였고 그 가운데 하나가 골로 연결됐다. 실점 이후 맹반격에 나서면서 후반에는 5개의 유효슈팅이 나왔다. 득실점 상황에 따라 경기 운영과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반의 유효슈팅이 중요했다.

볼 점유율을 높이려면 정확한 패스로 볼을 빼앗기지 않거나 강한 압박으로 상대 볼을 빼앗아야 한다. 공간을 만들고 패스를 받을 수 있는 자리로 끊임없이 들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은 모두 514개의 패스를 해 중국(294개)보다 훨씬 많았고, 패스의 정확도도 75.7%로 중국(60.2%)보다 높았다. 볼 점유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패스의 정확도는 득점 가능 지역에 가까울수록 떨어지고 볼 점유율이 득점을 보장할 수 없다. 한국은 무려 29개의 크로스를 올렸는데 정확도가 20.7%로 크로스 8개의 중국이 기록한 25.0%보다 낮았다. 크로스는 타이밍과 정확도가 중요한데 타이밍이 지연되고 부정확하면 받는 선수가 힘이 실린 정확한 슈팅으로 연결하기 어렵다.

유효슈팅을 결정짓는 요소는 두 가지다. 개인의 능력과 팀의 시스템이다. 기술이 뛰어난 선수는 상대적으로 타이밍과 정확도가 좋지 않은 패스라도 공을 득점 가능한 슈팅으로 연결할 수 있다. 좋은 전술은 선수들이 득점 가능한 상황을 상대적으로 자주 맞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중국전에서 기성용은 2개의 슈팅을 날렸는데 모두 유효슈팅이었다. 기술이 뛰어난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지동원은 4개의 슈팅 가운데 1개만 유효슈팅이었다. 기성용과 차이가 있는 것은 기술의 문제도 있지만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한 국가의 축구 기술 수준은 갑자기 높아질 수 없다. 따라서 대표팀 선수들의 기술은 선발의 문제다. 일반적인 기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적격성 차원이다. 전술은 선수들의 수행 능력과도 관련이 있지만 감독의 역량이다. 선수 선발도 결국 감독의 영역이다. 대표팀 구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상황이라면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월드컵 최종예선의 최우선 과제는 본선 진출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본선 경쟁력을 갖춰가는 과정이다. 점유율과 유효슈팅의 부조화는 본선 진출을 위한 승점을 쌓아가는데도 문제가 되지만 본선에서 어떤 경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떠올리게 한다. 답을 내놓아야 할 사람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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