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선 교수가 16일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서 정견을 발표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신문선 명지대 기록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서 고배를 들었다. 그의 낙선에 대해서 대의원들을 설득할 세밀한 전략이 부족했다는 시각이 있다. 리그의 수익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인이 아닌 경기인 출신 대학 교수가,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 않은 대의원들의 마음을 돌릴 어떤 방안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큰 표차에 나타났듯 이번 선거는 후보가 어떤 비전을 제시했는가가 아니라 후보로 나선 사람이 누구인가가 중요했다.
기업구단들이 돌려막기식으로 스폰서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주장한 신 교수는 자신도 충분히 수익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이날 정견을 발표하면서는 "향후 10년간 2조3000억원의 중계권료를 판매한 J리그 총재가 J리그 클럽의 구단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기 주장을 펼치느라 예를 든 것이지만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K리그와 J리그는 환경이 다르다. 비슷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꼭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사하는 바는 있다.
일본프로축구는 수장을 'J리그 체어맨'이라고 부른다. 공식적으로는 일본프로축구리그 이사장이다. 현재의 체어맨 무라이 미쓰루(58)는 기업 경영자 출신이다. 인재 서비스업을 하는 리크루트에서 본사 임원과 계열사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2012년에 리크루트에서 퇴임해 현직이 아니었던 그가 2014년 J리그 체어맨으로 취임할 수 있었던 것은 2008년부터 J리그 이사로 활동해 왔기 때문이다.
신 교수의 말처럼 J리그는 지난해 퍼폼 그룹의 스포츠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와 10년간 2100억엔의 방영권 계약을 맺었다. 무라이는 취임한 해에 메이지 야스다 생명과 4년간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 이듬해에는 5년간 해외중계권 판매 계약을 체결하는 등 리그 경영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목할 것은 그가 취임한 직후 우라와의 홈경기에서 인종차별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린 사건이 벌어졌는데 이에 대해 J리그 사상 처음으로 무관중 경기의 중징계를 내렸다는 점이다.
무라이는 고등학교 축구선수로 뛰었고, 사이타마 출신으로 우라와 서포터로 활동한 축구팬이다. 기업에서 영업과 인사 업무를 맡았던 비즈니스맨이면서, J리그 행정 경험도 있다. 그리고 J리그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사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대처하는 결단력도 보여줬다.
J리그의 수장이 결점이 없고 엄청난 능력을 가진 '슈퍼맨'은 아니다. K리그가 참고해야 할 것은 리그가 어떤 인물을 선택하고, 그 인물은 리그를 어떻게 활용해 자신의 직분을 수행하는가 하는 것이다.
K리그는 신문선이라는 총재 후보의 능력을 불신했지만 그의 비판은 부정하지 못했다. 현직 기업인이 수장을 맡아, 프로축구라는 상품 자체로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심판 매수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솜방망이 징계로 대충 넘어갔기 때문이다. K리그에도 축구에 대한 애정이 깊고, 기업과 리그 경영 경험이 풍부한 인재가 없을 리 없다. 차기 총재를 선출하는 것보다 변화와 개혁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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