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엉 쑤언 쯔엉. 출처 | 강원FC 홈페이지 |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프로축구 강원FC가 26일 '베트남 출신 K리거 1호' 르엉 쑤언 쯔엉(21)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쯔엉은 지난해 이맘때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할 때도 피아퐁 이후 30년 만의 두번 째 동남아시아 선수로 관심을 모았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최근 K리그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강원의 유니폼을 입게된 것이다.
피아퐁은 1984년 한국에 진출한 뒤 이듬해 득점왕과 도움왕을 휩쓸며 럭키금성의 우승을 이끌었다.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외국인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태국의 차범근'이었다. 차범근이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는 태국의 국민적 영웅이었다. 한국축구가 그를 부른 것은 오로지 뛰어난 실력 때문이었다. 럭키금성은 피아퐁의 인기 덕에 방콕 최대 백화점인 소보 백화점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수주를 따내기도 했지만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그를 영입한 것은 아니었다.
쯔엉은 좀 다르다. 그를 '베트남의 박지성'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엄청난 활동량과 저돌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갖춘 미드필더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피아퐁처럼 팀의 전력을 급상승시킬 수준의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올해 인천 소속으로 K리그 4경기에 나선 그는 어리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현재로서는 마케팅 차원의 목적이 포함된 아시아 쿼터 사용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을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마케팅을 염두에 뒀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점을 생각한다면 '베트남의 박지성'에서 다른 뉘앙스를 찾을 수도 있겠다.
물론 실력이 안 되는 선수를 마케팅만을 위해 영입할 수는 없다. 박지성은 맨유의 승리와 우승에 기여했다.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면 마케팅도 할 수 없다. 전력에 보탬이 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마케팅을 부정적으로 볼 것만도 아니다.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것은 선수의 중요한 상품성 가운데 하나다.
쯔엉을 처음 임대한 인천도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남동공단의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물론 더 나아가 베트남 진출을 원하는 한국 회사나 베트남 기업들을 대상으로 스폰서를 유치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던 것이다.
강원 역시 쯔엉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을 밝혔다. 강원은 클래식에 복귀하는 2017시즌 LED A보드 광고판을 설치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인데 필요하면 베트남어 광고를 통해 베트남 기업의 한국발 광고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의 U-18 팀이 최근 베트남에서 열린 U-21 대회에 참가한 것도 베트남 시장 공략과 무관하지 않다.
K리그 구단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목해 왔다.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이 지역의 축구 열기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는 못해도 자국 리그에 대한 축구팬들의 애정은 K리그보다 훨씬 뜨겁다. 같은 동남아시아의 다른 나라 축구스타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피아퐁은 지난 2007년 방한했을 때 "태국에서는 드라마, 가수, 음식 등 '한류'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리그 클럽들이 마케팅 전략을 잘 짜서 접근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에 관심이 있기는 J리그도 마찬가지다. 강원이 쯔엉 영입을 발표하기에 앞서 지난 17일에는 콘사도레 삿포로가 태국 대표팀 미드필더 차나팁 송크라신을 영입한 사실이 알려졌다. 물론 '태국의 메시'로 불릴 만큼 기량이 뛰어났기 때문이지만 그 바탕에는 꾸준히 계속돼 온 동남아시아 전략이 있다. 삿포로는 2013년 베트남의 공격수 레콩빈, 2015년 인도네시아의 미드필더 이르판 바흐딤을 영입했다. 올해 J2 우승으로 J1 승격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공들여온 송크라신을 잡은 것이다.
축구선수 쯔엉의 미래가 기대되는 것처럼 동남아시아 시장도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축구팬을 기반으로 한 중계권과 스폰서 등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어쩌면 국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K리그에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태국의 차범근'에서 '베트남의 박지성'에 이르는 동안 한국프로축구는 성장과 정체, 재도약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그런 분투의 와중에 동남아시아 선수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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