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정조국, 강원FC 유니폼 입다
입력: 2016.12.21 08:55 / 수정: 2016.12.21 08:55
강원FC는 21일 올해 K리그 득점왕 정조국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더팩트DB
강원FC는 21일 올해 K리그 득점왕 정조국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더팩트DB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강원FC가 정조국(32.FW)을 영입했다.

정조국은 2016 K리그 클래식 MVP다. 2016년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K리그 선수라는 의미다. 우승팀, 준우승팀을 제외한 팀에서 MVP가 나온 것이 처음이라는 점은 그만큼 정조국의 활약이 대단했다는 반증이다. 정조국은 득점왕과 베스트11은 물론 MVP까지 석권하며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에서 트리플 크라운(3관왕)을 달성했다.

강원FC는 단숨에 K리그 정상급 공격진을 구축하게 됐다. 이근호, 문창진, 황진성, 김경중, 김승용 등 풍부한 공격 2선 자원에 정조국의 가세로 골 결정력을 끌어올렸다.

정조국은 일찌감치 한국 축구를 이끌 대형 공격수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03년 FC서울에서 데뷔해 12골을 터뜨렸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후 프로 생활은 그의 이름값과 달랐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148경기 38골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후 2010년 29경기 13골을 기록한 활약을 바탕으로 2011년 프랑스 이적이 실현됐으나 오세르, 낭시를 거치면서 36경기 4골로 침체에 빠졌다. 2012년 정조국은 다시 FC서울로 복귀해 그해 17경기 4골을 기록했다.

정조국은 2013년 군 입대 이후 경찰청에서 24경기 9골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2014년 경찰청에서 12경기 7골로 빼어난 골 감각을 자랑했지만 서울로 복귀해 2경기에서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2015년은 정조국에게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11경기 출전에 그쳤고 1골 1도움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왜 아빠는 경기에 안 나가?"라는 천진난만한 아들의 물음이 가슴에 꽂혔다. 정조국은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 FC서울을 떠나 광주FC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2016년, 정조국은 ‘도전과 부활의 아이콘’으로 비상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정조국은 초심으로 돌아가 절치부심했다. 정조국은 2016시즌 개막과 동시에 쌓였던 울분을 폭발했다. 개막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했고 이후 3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꾸준히 득점포를 가동했고 단 한번도 득점왕 레이스에서 뒤처지지 않았다. 1년 내내 득점왕 레이스를 이끌었다.

정조국은 올해 K리그 31경기에 출전해 20골을 폭발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2013년 출범한 K리그 클래식에서 한 시즌 20골 고지를 밟은 것은 정조국이 처음이다. 20골 가운데 결승골 4골, 선제골 4골, 동점골 8골 등 득점의 대부분이 꼭 필요할 때 터진 득점이었다.

정조국은 도전했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냈다. 힘들다고 생각한 순간, 한 발 더 뛰었고 K리그를 뒤흔들었다.

강원FC는 승격을 이룬 2016년, 안주하지 않고 ‘ACL 진출’이라는 더 큰 도전을 선언했다. 1년 전 정조국이 그랬듯이 강원FC는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조국의 경험은 강원FC의 자산이 될 전망이다.

조태룡 대표이사는 “ACL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위기가 있을 것이다. 그 순간에 빛을 발하는 이가 정조국, 이근호, 오범석, 김승용 같은 베테랑 선수다”며 “역경을 딛고 일어난 경험을 한 선수들은 위기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잘 알고 있다. 정조국과 같은 선수들이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강원FC의 정조국 영입은 극적인 시나리오를 방불케 했다.

올해 확실한 골게터의 중요성을 실감한 강원FC는 국내 스트라이커 품귀현상 속에서 제1의 영입 대상으로 정조국을 점찍었다. 그 와중에 그가 일본으로 이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태룡 대표이사는 바로 광주FC 기영옥 단장(기성용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입 의사를 타진했지만 수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분위기가 긍정적이진 않았다. 정조국의 요코하마 입단이 마무리 단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단의 대표로서 팬들이 준 자리에 대한 무게감을 마주한 조태룡 대표이사는 반나절 동안 고민을 거듭했고 광주행을 결정했다. 전화 한 통화를 통해서 진심을 전하기엔 한계가 있었고 눈을 바라보며 진심을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조태룡 대표이사는 11일 오후 늦은 시간에 기영옥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날 점심 약속을 잡았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기차 예매를 위해 어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켰다. 용산에서 광주로 향하는 KTX가 매진이었기에 SRT를 예약했다. 12일 오전 일찍 수서역에서 출발한 조태룡 대표이사는 광주에 도착했고 기영옥 단장을 만났다. 상황은 불과 1박 2일 동안 급박하게 흘러갔다. 조태룡 대표이사는 기영옥 단장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환담을 나눴다. 그리고 2시간 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조태룡 대표이사는 자연스럽게 정조국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정)조국이가 조국을 위해 뛸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설득했다. 처음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 광주 측도 진심 어린 설득에 점차 마음을 열었다. 조태룡 대표이사는 광주와 정조국 이적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주고받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광주와 합의에 이른 강원FC는 정조국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J리그 이적을 염두에 둔 정조국에게 강원FC의 큰 그림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없었던 K리그에 새로운 모델이 강원FC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 그 안에서 정조국이 맡을 역할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강원FC는 "J리그에서의 용병보다는 K리그에서 최초의 2년 연속 득점왕-MVP에 도전해보자. K리그 MVP의 J리그 이적은 한국 축구로 봐도 큰 손실이다. 조국에서 조국의 팬들을 위해 최고 플레이를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K리그에서 2년 연속 득점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한 적은 없었다.

강원FC의 진심에 J리그 이적 결정을 유보한 정조국은 가족과 함께 상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원FC는 선수에게 결정할 시간을 보장해 줬다. 정조국은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났고 18일 오후 8시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강원FC는 오후 10시쯤 정조국의 집 근처에서 그와 만났다. 약 3시간 동안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정조국이 J리그가 아닌 K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 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며 극적으로 강원FC 이적이 결정됐다. 강원FC는 J리그와 영입 경쟁에서 승리하며 K리그 MVP를 지켜냈다.

정조국은 “조태룡 대표이사님이 말한 강원FC의 비전에 정말 끌렸다. 여기에 최근 오피셜을 통해 영입되고 있는 선수들의 면면을 확인하며 ACL 진출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강원FC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팬들도 있다. 그라운드에서 강원FC의 목표가 이뤄질 수 있다는 확신을 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항상 ‘최초’는 가슴 설레는 단어다. 정조국은 2016년 축구 인생 ‘최초’로 득점왕, K리그 베스트11, MVP의 영애를 안았다. 정조국은 K리그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 득점왕-MVP 동시 석권에 도전한다. 그런 정조국을 품은 강원FC는 시도민구단 ‘최초’로 정규리그를 통한 ACL 진출에 출사표를 던졌다. 또한 K리그 역사상 ‘최초’로 승격 시즌 ACL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그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최초’로의 열망들, 과연 그 도전은 역사가 될 것인가.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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