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프리킥 엔터테이너' 염기훈의 히벨리누 따라잡기(영상)
입력: 2015.06.11 20:45 / 수정: 2015.06.12 08:07
염기훈 환상 프리킥 골 폭발! 염기훈이 11일 아랍에미리트와 평가전에서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뽑아냈다. /SBS 방송화면 캡처
염기훈 '환상 프리킥 골' 폭발! 염기훈이 11일 아랍에미리트와 평가전에서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뽑아냈다. /SBS 방송화면 캡처

염기훈 프리킥 골, 히벨리누와 판박이!

본 대로 느낀 대로 그대로 프리킥 골이 나왔다. 동료들이 상대 수비벽 사이를 파고들며 뭔가 특별한 게 있음을 예고했고, 킥을 하는 순간 선수들이 앉아주자 그 공간으로 공이 통과되어 골문 안으로 파고들었다. 상대 골키퍼는 몸도 날리지 못하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염기훈이 11일 아랍에미리트와 경기에서 터뜨린 환상적인 프리킥 골. 어디서 많이 본 듯하지 않은가. 맞다. 바로 1970년대 브라질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전설적인 스타 호베르투 히벨리누의 프리킥 골과 정말 똑같았다.

먼저 히벨리누 이야기부터 좀 하자. 히벨리누는 '왼발의 달인'이다.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상대 골 네트를 수도 없이 흔들었다. 특히 왼발 프리킥은 '역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바로 '프리킥 엔터테이너'다.

히벨리누의 프리킥 골 가운데 가장 많이 회자되는 '명작품'은 1974년 6월 26일(이하 한국 시각) 서독월드컵 동독전에서 나온 결승 득점이다. 동독과 8강 조별리그 A조 3차전 후반 15분 히벨리누의 '황금 왼발'이 빛났다. (당시 월드컵 본선은 16개 팀이 참가해 4개국 4개조의 1라운드 16강 조별리그가 펼쳐졌고, 8강 역시 4개국이 한 데 묶여 2차 조별리그로 진행됐다.)

히벨리누 수비벽 관통 프리킥 골! 히벨리누가 1974 서독월드컵 동독전에서 멋진 프리킥 골을 터뜨렸다. /유튜브 캡처
히벨리누 '수비벽 관통 프리킥 골!' 히벨리누가 1974 서독월드컵 동독전에서 멋진 프리킥 골을 터뜨렸다. /유튜브 캡처

브라질이 페널티 아크 중앙 끝(약 21m)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자 곧바로 히벨리누가 준비에 나섰다. 동시에 상대 수비벽 사이로 브라질 선수 3명이 자리했고, 킥 순간 가운데 선수들이 앉아주자 머리 위로 히벨리누의 대포알 왼발 프리킥이 날아갔다. 거짓말처럼 공은 벽을 뚫어 동독 골문에 그대로 꽃혔고, 동독 골키퍼 위그겐 츠로이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히벨리누를 포함한 브라질 선수들이 축구를 예술로 승화한 순간이다.

시간을 현재로 돌려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샤알람 경기장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친선전. 한국산 '왼발의 달인' 염기훈이 히벨리누 따라잡기에 성공했다.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전반 44분 문전으로부터 약 23m 떨어진 중앙 지점에서 한국이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이용재, 곽태휘, 이재성이 아랍에리미트 수비벽 사이에 섰고, 염기훈이 도움닫기를 하는 순간 3명 모두 갑자기 앉아 공간을 열었다. 염기훈의 발을 떠난 공은 이용재의 머리 위를 통과해 원바운드 된 뒤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는 얼어붙었고, 한국 선수들은 환호했다. 잘 비교해 보라. 히벨리누의 41년 전 작품과 정말 비슷하지 않은가.

히벨리누 따라잡기! 염기훈이 아랍에미리트전에서 41년 전 히벨리누가 터뜨린 프리킥 골과 정말 비슷한 작품을 완성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히벨리누 따라잡기! 염기훈이 아랍에미리트전에서 41년 전 히벨리누가 터뜨린 프리킥 골과 정말 비슷한 작품을 완성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명품 프리킥 골'로 리드를 잡은 한국은 후반전에 더 힘을 내며 완승을 올렸다. '절묘한 앉기'로 염기훈의 프리킥 골에 징검다리를 놓았던 이용재가 A매치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렸고, '군대렐라' 이정협이 쐐기골을 작렬하며 3-0 대승을 거뒀다. '대표팀 울렁증'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염기훈이 전매특허 왼발 프리킥으로 부활의 날갯짓을 펄럭였고, 원톱 자원 이용재와 이정협이 득점포를 가동해 고무적이다. 이래저래 슈틸리케호가 얻은 것이 많은 아랍에미리트와 평가전이다.

[더팩트 | 심재희 기자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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