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누가 피를로에게 돌을 던지랴
입력: 2015.06.07 07:55 / 수정: 2015.06.09 07:57
피를로 눈물. 유벤투스의 미드필더 피를로가 바르셀로나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패한 뒤 눈물을 흘렸다. /스포티비 영상 캡처
피를로 눈물. 유벤투스의 미드필더 피를로가 바르셀로나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패한 뒤 눈물을 흘렸다. /스포티비 영상 캡처

챔피언스리그 결승! 유벤투스 1-3 바르셀로나

'피를로 딜레마? 그래도 피를로!'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FC가 '유러피언 트레블'(한 시즌에 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 우승을 이루는 것)에 실패했다. 7일(한국 시각) 독일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2014-2015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막강 화력'을 결국 버텨내지 못했다. 유벤투스의 1-3 패배. 결승전이 끝난 뒤 유벤투스 미드필더 안드레아 피를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피를로가 막히면서 유벤투스가 힘을 잃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맞다. 피를로가 부진했기 때문에 유벤투스가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피를로 특유의 '살아 있는 패스'가 많이 나오지 않았고, 전매특허 프리킥도 위력적이지 못했다. 피를로는 오히려 '느린 발'과 불안한 공 처리로 수 차례 위기를 자초했고, 후반 1-2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추격의 분위기를 이끌지 못했다. 결승전 개인 기록지를 보면, 피를로의 부분은 완벽하게 깨끗하다. 슈팅도 없었고, 파울도 없었다. 말 그대로 피를로는 완전히 지워졌다.

피를로 지워졌다! 피를로는 개인 기록지에 아무 것도 써내지 못했다. /유럽축구연맹 제공
피를로 지워졌다! 피를로는 개인 기록지에 아무 것도 써내지 못했다. /유럽축구연맹 제공

결국 '피를로 딜레마'에 발목을 잡힌 유벤투스다. 그래도 피를로에게 돌을 던질 수는 없다. 기동력에서 밀리는 유벤투스가 기대할 수 있는 '에이스 카드'가 바로 피를로였기 때문이다. 1골 차의 살얼음판 상황에서 피를로의 마법같은 프리킥과 중거리 슈팅 한방은 유벤투스가 기댈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바르셀로나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받는 높이를 공략하기 위해서도 피를로의 정확한 킥이 꼭 필요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으로서는 피를로를 빼고 싶지만 뺄 수가 없었다.

피를로가 없었다면 유벤투스는 올 시즌 '유러피언 트레블'의 기회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와 코파 이탈리아 우승도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고,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피를로는 중원에서 시즌 내내 맹활약했고, 결정적인 한방으로 유벤투스를 수도 없이 구해냈다. 기동력과 활동량 저하의 약점을 안고도 경기를 지배하며 '유벤투스 중원의 지배자'로 환하게 빛났다. 유벤투스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 그리고 팬들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끝까지 피를로를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피를로, 중원 장악 실패! 피를로가 바르셀로나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유벤투스의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부진했다. /심재희 기자
피를로, 중원 장악 실패! 피를로가 바르셀로나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유벤투스의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부진했다. /심재희 기자

피를로에게 향하는 검지손가락을 엄지손가락으로 바꿔 바르셀로나를 칭찬해야 한다. 바르셀로나가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으로 유러피언 트레블을 달성했다. 자신들의 약점을 최소화 하기 위해 철저하게 피를로를 봉쇄했고, 특유의 '티키타카'를 잘 살려 완승을 거뒀다.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가 준결승전에서 피를로와 유벤투스의 늪에 빠진 것을 보고 잘 대비한 느낌이 들었다.

바르셀로나는 결승전에서 무려 552개의 패스를 시도해 491개를 성공(유벤투스 333개 시도 271개 성공-83.18%)했다. 팀 패스 성공률이 무려 88.95%에 달한다. 이 수 많은 패스로 유벤투스, 특히 피를로의 체력을 갈아먹으며 승기를 잡았다. 'MSN 트리오'의 활약도 환하게 빛났다. 리오넬 메시는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존재감을 드러냈고, 루이스 수아레스와 네이마르 다 실바는 역전골과 쐐기골을 터뜨리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변수'가 될 수 있는 피를로를 완전히 지우고, 기본 전력의 우위를 잘 살리면서 우승의 영광을 안은 바르셀로나다.

'트레블 전쟁'이 끝난 뒤 사비 에르난데스와 피를로가 '뜨거운 포옹'을 나누는 장면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팀의 기둥인 두 선수가 유럽 무대 최후의 맞대결이 될 수 있는 경기를 마치고 시원섭섭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카타르 리그로 이적을 확정한 사비는 바르셀로나에 마지막 선물을 안겼고, 시즌 후 이적이 유력한 피를로 역시 최선을 다해 유벤투스를 다시 유럽 강자로 올려놨다. 선수 인생 막바지에 명승부 하나를 더한 사비와 피를로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더팩트 | 심재희 기자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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