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노의 스담스담] 빈볼 시비? 이런 페어플레이는 어떤가요? (영상)
입력: 2015.04.16 10:44 / 수정: 2015.04.16 10:44
감동 스포츠! 축구계의 악동 디 카니오가 상대 골키퍼가 쓰러진 것을 보고 공격을 멈추고 상대 선수와 포옹하고 있다. / 유튜브 영상 캡처
감동 스포츠! 축구계의 '악동' 디 카니오가 상대 골키퍼가 쓰러진 것을 보고 공격을 멈추고 상대 선수와 포옹하고 있다. / 유튜브 영상 캡처

팬들이 원하는 건 '빈볼' 아닌 '페어플레이'

지난 주말 한국 프로야구 팬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빈볼'이었다. 1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선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즌 1차전이 열린 가운데 시즌 1호 빈볼 시비와 벤치 클리어링이 연달아 일어나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문제의 장면은 5회말 롯데 자이언츠 공격 때 일어났다. 한화 구원 투수 이동걸(31)이 전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황재균(27)에게 또다시 고의성이 짙은 빈볼을 던진 것이다. 흥분을 참지 못한 황재균이 마운드로 향하자 더그아웃에 있던 두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오며 올해 첫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한구야구위원회는 15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빈볼의 주인공 이동걸에게 제재금 200만 원과 5경기 출장정지를, 김성근(72) 한화 감독에겐 선수단 관리 책임을 물어 벌금 300만 원을 부과했다.

리그 개막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배드 뉴스'였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분명 '페어플레이' 정신에 어긋난 장면이었다. 특히, 이날 일찍이 승부가 갈린 경기에서 '빈볼 시비'까지 겹치며 '불금'을 기대하고 야구장을 찾은 팬들은 한국 프로야구의 씁쓸한 현실을 마주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적을 무너뜨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지만, 마냥 어두운 이면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해 보는 이들에게 훈훈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상대 선수의 도발에 화를 참지 못하는 동료를 말리는가 하면, 할리우드 액션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깨끗이 포기하는 선수도 있다. 의식을 잃은 상대에게 응급조치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격투가도 있다.

◆ 캡틴의 정석을 보여준 '멘탈 甲' 푸율(https://youtu.be/2PuuUt0ymPg)


카를레스 푸욜(37)은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 중앙 수비수다. 지난 1995년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에 입단해 4년 뒤 1군 무대에 데뷔한 뒤 지난해까지 캄프 누(바르셀로나 홈 구장)를 누볐다.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모두 481경기(2군 경기 포함)를 뛰었고, 대표팀 일원으로 100경기를 뛰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악착같은 수비로 클럽과 대표팀을 오가며 중앙 수비를 지킨 푸욜은 주장으로서 리더십의 정석을 보여주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장 완장을 찬 푸욜은 언제나 '페어플레이'를 강조해왔다. 동료들의 골 뒤풀이가 길어지면 다가가 하프라인으로 보냈고, 상대 선수에게 뺨을 맞고도 흥분한 동료를 말리기도 했다. 더불어 동료가 시간을 지연하는 행동을 하면 어김없이 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페어플레이어 맨' 모습 그대로였다.


◆ '악동에서 천사로' 디 카이오, 뜻밖의 페어플레이 (https://youtu.be/UPxRtKTM2AU)


파올로 디 카니오(46) 감독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낯선 인물이다. 지난 시즌 선덜랜드 감독을 지내며 기성용(26·스완지 시티)과 한솥밥을 먹었다. 당시 기성용을 팀 '키 플레이어'로 지목하며 국내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과거 선수 시절을 떠올려 보면 '악동 이미지'가 강했다. 스트라이커였던 그는 출중한 실력에도 불같은 성격으로 팀과 잦은 마찰을 일으키며 '저니맨 생활'을 즐겼다. 라치오-유벤투스-나폴리-AC 밀란 등 이탈리아 세리에 A 명문팀을 거쳤고, 현역 말년엔 조국을 떠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디 카니오는 상대 선수를 가격하는 것은 물론 심판에게도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고, 나치식 경례로 골 뒤풀이를 펼치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축구계를 대표하는 악동이어지만, 2001년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페어플레이상을 받기도 했다. 디 카니오는 웨스트 햄 시절인 지난 2000년 12월 16일 에버턴과 리그 경기에선 절호의 득점 기회에도 부상당한 상대 골키퍼를 보고는 스스로 경기를 중단했다. 당시 경기 종료를 앞둔 1-1 동점 상황이었기 때문에 디 카니오의 행동은 모든 이들을 감동케 하기에 충분했다.

◆ '동업자 정신' 실천한 우크라이나 격투가 (https://youtu.be/Pk19Lp5jiLE)


우크라이나 이종 격투기 선수는 바티야르 아즈마노프는 자신의 트라이앵글 초크(목을 조르는 기술)로 정신을 잃은 상대 선수에게 응급 조치를 하는 동업자 정신을 발휘했다.

이즈마노프는 2001년 4월 11일 유리 가말리(우크라이나)와 'M-1 그랑프리'에서 1라운드 38초 만에 왼쪽 다리를 이용해 초크로 상대를 제압했다. 순간 가말리가 정신을 잃고 경직된 상태를 보이자 즉시 입에 있던 마우스 피스를 빼내고 기도를 확보했다. 이즈마노프는 가말리가 의식을 되찾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벼운 스킨십을 나눴다. 마지막까지 가말리를 부축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 승리 환호 속에도 상대 선수 격려한 '거미손' (https://youtu.be/CMg5ihhaoog)


'거미손' 올리버 칸(45)은 과거 독일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최고 수문장이었다. 동물적인 반사 신경과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수많은 '선방쇼'를 보였던 그는 빼어난 실력 외에도 패배의 아픔에 힘들어하는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 위로를 할 줄 아는 인간미 넘치는 선수이기도 했다.

칸은 지난 2001년 5월 23일 열린 발렌시아와 2000~200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5-4로 승리를 거두고 '빅 이어(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모든 바이에른 선수들이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가운데 칸은 골대 옆에서 자괴감에 빠져있던 발렌시아 골키퍼 산티아고 카니자레스(47)에게 다가가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넌 최선을 다했어. 네가 최고였어"라며 격려해주며 등을 두들겨줬다. 골키퍼의 숙명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진심으로 다가선 행동이었다.

◆ '저 혼자 넘어졌어요' 할리우드 액션 인정한 '대인배' (https://youtu.be/oMQ-CuTmg8I)


'할리우드 액션'. 축구계에서 상대와 작은 접촉에도 페널티킥을 얻어내기 위해 과도한 몸짓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선 페널티박스에서 넘어진 선수가 주심의 페널티킥 판정에도 자신의 할리우드 액션을 인정한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모든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 주인공은 아론 훈트(28·볼프스부르크)다. 그는 베르더 브레멘 시절인 2014년 3월 9일 뉘른베르크와 2013~201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4라운드에서 상대 선수들의 심금을 울렸다. 2-0으로 앞선 후반 30분 상대 진영을 돌파하던 훈트는 페널티박스안에서 크게 넘어졌다. 주심은 상대 수비수의 반칙으로 보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웃어야 마땅한 상황에서 훈트는 진지한 표정으로 주심에게 다가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페널티킥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자신의 할리우드 액션을 자진 신고한 것이다. 뉘른베르크 선수들은 훈트의 용기 있는 행동에 악수를 청하고 박수를 보냈다.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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