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의 빌드업] 아두-보얀-히라야마, 밥은 먹고 다니나요?
입력: 2015.03.06 12:04 / 수정: 2015.03.08 09:48
유흥에 무너지다! 프레디 아두는 2003년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으나 이후 몰락의 길을 걸었다. / 프레디 아두 트위터
유흥에 무너지다! 프레디 아두는 2003년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으나 이후 몰락의 길을 걸었다. / 프레디 아두 트위터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0·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27·FC 바르셀로나)도 처음부터 '으뜸'은 아니었다. 이들도 '제2의 누구'로 불리며 가장 높은 꼭대기에 올라갈 날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이처럼 해마다 많은 '될성부른 떡잎의 유망주들이 쏟아진다. 어린 나이답지 않은 파격적인 기량으로 세계 최고가 되리라 각광을 받던 이들은 항상 존재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어째 다들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걸까.

조용히 사그라든 유망주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프레디 아두(25)다. 유흥과 향락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빠져 무너졌다. 대부분의 '차세대 스타'들이 스타로 꽃피우지 못하고 '불운한 천재'로 끝나는 대표적 '좌절 관문'이 바로 유흥과 향락이다. 가나 태생 공격수 아두는 2003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과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미국을 이끌고 폭발적인 기량으로 세계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흑인 특유의 탄력으로 유연한 발놀림과 탁월한 스피드까지 '제2의 펠레'의 재림이라 평가받았다. 하지만 나이를 뛰어넘는 아두의 성장은 2004년을 끝으로 멈췄다. 무질서한 사생활로 2004년부터 10년간 무려 11개 팀을 떠돌았다. 지금은 소속팀마저 없다. 유소년 시기 과도한 관심은 그에게 '독'으로 작용해버렸다. 잠재력을 모두 쏟아부을 새도 없이 망가졌다.

부담을 극복하지 못 하다! 바르셀로나에서 실패한 보얀 크르키치은 올 시즌 스토크 시티에서 재기를 노린다. / 스토크 시티 페이스북
부담을 극복하지 못 하다! 바르셀로나에서 실패한 보얀 크르키치은 올 시즌 스토크 시티에서 재기를 노린다. / 스토크 시티 페이스북

보얀 크르키치(24·스토크 시티)는 과도한 부담이라는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 강한 마음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시절 메시보다 우월한 성적으로 팀 주축이 될 것이라 평가받았지만 제한된 기회와 주위의 부담 어린 시선에 성장 속도는 더디었다. 제2의 메시 타이틀은 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했다. 연쇄 작용처럼 팀 이적 후에도 여전히 자리잡지 못했다. 메시와 함께 바르셀로나 공격을 이끌 것으로 평가받았던 보얀은 현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에 속한 스토크 시티에서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화려했던 과거는 이제 없다. 보얀을 보면 축구에서 멘탈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한·중·일 두 나라에도 잊힌 유망주가 있다. 조원광(29)과 히라야마 소타(29·FC 도쿄)다. 조원광은 빠른 스피드와 탁월한 축구 지능으로 한국 축구을 이끌 미래로 시선을 끌었다. 10대 초반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인테르 밀란 유소년 팀 입단 제의를 받았다.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 2001년 안양 LG(현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조원광은 입단과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2군 무대를 전전하며 제대로 뛸 기회를 잡지 못했다. 무엇보다 K리그가 요구하는 플레이에 발맞추지 못했다. 한창 뛸 나이에 벤치를 전전하던 조원광은 이번엔 유럽 무대에서 재기를 노렸다. 2003년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을 이끌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입단테스트를 받고 2004년 프랑스 리그1 소쇼에서 기회를 잡았으나 이곳에서도 자리 잡지 못했다.


몸관리에 소홀하다! 히라야마 소타는 2004년 박주영과 함께 한일 축구를 이끌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성장하지 못햇다. / FC도쿄 홈페이지
몸관리에 소홀하다! 히라야마 소타는 2004년 박주영과 함께 한일 축구를 이끌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성장하지 못햇다. / FC도쿄 홈페이지

히라야마는 2003년 박주영(29)과 한일 축구의 최고 유망주로 꼽히며 주위를 떠들석하게 한 주인공이다. 192cm의 큰 키와 유연한 발놀림과 골 결정력을 겸비해 일본 대표팀을 10년간 책임질 것으로 기대됐다. 2005~2006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헤라클레스 알멜로로 건너가 8골(32경기)을 터뜨렸다. '잘 나가던' 히라야마는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늘어나는 체중 등 몸 관리가 문제였다. 그도 축구 아닌 이외의 것에 문제를 드러내며 무너졌다. 결국, 또 멘탈이다. 1년 만에 복귀를 선언한 그는 현재 FC 도쿄에서 근근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맨유에서 활약한 동팡저우(30·허난 싱타오)도 자기 관리 실패로 유럽을 '여행'하다가 자국 2부리그 교체 선수로 전락했다.

초특급 유망주란 이름으로 세계 축구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으나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들. 대부분 가지고 있던 잠재 능력치를 모두 발휘하지 못하고 제풀에 지쳐 쓰러졌다. 제대로 컸다면 계속 여론에 입에 오르락내리락했겠으나 이젠 거론되기도 힘겹다. 자기 절제의 문제다. 자신을 제어할 수 없으니 지속한 성공은 요원했다. 여전히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도 있으나 찬란했던 과거 재연은 힘들어 보인다. 떨어진 기량은 둘째치고 너무 시간이 많이 흘렀다. 축구에서 화려한 기량보다 절실한 마음과 꾸준한 자기 관리가 얼마나 더 중요한지를 확실히 설명하고 있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기 전까지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다.

사실 호날두와 메시 외에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들은 타고난 기량과 잠재력만큼 축구를 향해 피나는 노력과 인내를 쏟아부었다. 끊임없이 몸을 관리하고 어느 것에도 흔들리지 않은 강심장도 가졌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노력한 만큼 결과는 따라온다. 당연한 진리다. 공을 잘 차는 선수는 많다. 하지만 꾸준히 잘 차는 선수는 드물다. 기복을 줄이기 위한 반복된 훈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제아무리 호날두, 메시보다 잠재력을 타고난 선수라 한들 끊임없는 노력과 뜨거운 가슴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같은 맥락으로 '외계인' 호나우지뉴(34)가 축구에만 매진했다면 세계 축구를 호령하는 시간은 좀 더 길어졌을지도 모른다.

[더팩트|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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