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용의 스포일러] 우리의 K리그에 스토리를 불어넣자
입력: 2015.03.05 19:25 / 수정: 2015.03.05 19:25

'D-1' K리그, 다채로운 스토리로 팬 맞이 나서자!

겨울잠에서 깨어난 K리그가 7일부터 9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이적시장과 전지훈련을 알차게 보낸 팀들이 저마다 연고지를 대표해 그라운드를 수놓을 준비를 마쳤다.

K리그는 클래식 12개 팀과 챌린지 10개 팀이 우승, 승강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강등 전쟁, 스플릿 시스템은 해가 갈수록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한 해 농사를 잘 지은 팀이 정상에 오르는 방식 또한 축구 팬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득 찬 경기장보단 썰렁한 관중석이 TV에 비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관중은 181만 189명이었다. 경기당 평균 관중은 7905명이었다. 지난 2012년까지 실관중 집계 이전까진 1만 명 이상을 기록했지만 '거품'을 들어내면서 8000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K리그 구단들은 양보다 질을 끌어 올리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원 삼성은 2층을 폐쇄하고 통천으로 꾸몄다. 좌석 규모를 줄이는 대신 응집해서 함께 응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것이다. 울산 현대는 '티켓 유료화 정책'을 시행하는 한편, '야구 여신' 김연정을 영입해 관중이 경기장을 찾게끔 유도하고 있다.

K리그가 더 많은 관중을 불러모으기 위해선 이런 물리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팀이라는 마음을 가진 팬들이 기꺼이 경기장을 찾을 풍성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FC서울과 수원의 '슈퍼 매치'는 관동 동원력이 가장 높은 K리그 대표 '더비'다. 바쁜 일상에 좀처럼 빅버드, 상암벌을 찾지 못한 팬들도 이날은 휴가를 내서라도 고이 모셔둔 레플리카를 꺼내 입는다.

K리그는 올해로 32번째 생일을 맞는다. 이야기를 만들 재료가 정말 많다. 이제 요리를 하면 된다. 왕조로 불리던 팀들의 자존심, 과거 플레이오프가 있었던 시절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기억 등 추억과 복수의 설정이 될 것이 다양하다. 5일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 미디어데에서 보인 감독들의 화끈한 입담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다른 프로스포츠와 비교해 선수 이적이 자유로운 점도 팬들을 경기장으로 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K리그 팬이라면 저마다 팀의 상징적인 선수를 슬프게 떠나보낸 기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승강제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광주와 대전은 올 시즌 나란히 클래식에 복귀한 팀들이다. 서로보다 잘하겠다는 경쟁 심리가 생기게 된다. 미디어데이에서 김도훈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강등 전쟁을 벌이는 팀들엔 지지 않을 것"이라는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축구 내적으로 가두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노스웨스트 더비'는 산업혁명 과정에서 생긴 두 도시의 앙금이 축구로 표출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역 갈등의 골이 깊다. 온라인에서 감정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축구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역적으로 가까이 있는 '부울 더비(부산-울산)', 비슷한 특징을 가진 '항구 더비(인천-부산)' 등도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더비! 서울과 수원의 슈퍼 매치는 항상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다. / 배정한 기자
'이것이 바로 더비!' 서울과 수원의 슈퍼 매치는 항상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는다. / 배정한 기자

대전과 광주의 복귀로 광역시 6개의 연고 팀이 모두 클래식에 있다. 광역시 막내 울산이 최근 K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울산은 이런 부분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수도 있다. 시민구단 터줏대감 인천과 신인 시민구단으로 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첫 승을 따낸 성남의 '시민 더비'도 가능한 이야기다.

K리그에는 이미 '슈퍼 매치'를 비롯해 '동해안 더비(울산-포항)', '호남 더비(전북-전남)', '현대가 더비(울산-전북)', '경인 더비(인천-서울)', '제철 더비(포항-전남)', '호남더비(전북-전남)' 등이 있다. 새로운 더비와 더불어 기존의 더비에 먹음직스러운 장식을 더해 더욱 풍성하고 친숙한 K리그로 팬들에게 다가가길 바란다.

[더팩트ㅣ이현용 기자 sporgo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