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의 빌드업] '무적 신분' 박주영, '연어'가 될 순 없나요?
입력: 2015.02.13 14:31 / 수정: 2015.02.13 14:31


박주영 어디로? 무적 신분이 된 박주영의 진로는 어떻게 될까. 사진은 지난 2005년 FC서울에 입단을 확정한 뒤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는 박주영. / 더팩트 DB
박주영 어디로? '무적 신분'이 된 박주영의 진로는 어떻게 될까. 사진은 지난 2005년 FC서울에 입단을 확정한 뒤 기자회견장에 앉아 있는 박주영. / 더팩트 DB

박주영의 K리그 복귀 가능할까?

사우디아라비아 언론 '와트니뉴스'가 11일 '박주영(30)이 유럽 복귀가 어려우면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무적 신분이 된 박주영의 7년 만의 K리그 무대 복귀행이 중동 언론에서 처음 언급됐다. 보도대로라면 K리그 복귀의 멍석은 깔린 셈이다. 최근 K리그엔 선수 생활 마지막 시기에 과감히 '친정'으로 복귀한 사례가 늘고 있다. 연어가 제 고향을 찾아 수만 km를 헤엄쳐 돌아오듯 에닝요(34·전북)를 비롯해 김두현(33·성남 FC)이 자신의 기량이 만개할 때 입었던 옛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은퇴한 '샤프' 김은중(36)도 지난해 해외 러브콜을 마다하고 대전에 돌아온 바 있다. 과연 박주영도 이들의 행보를 따를까.

박주영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 6일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샤밥은 구단 트위터에 '박주영과 계약을 해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새 팀에 합류한 지 3개월 만에 다시 무적 신분으로 새로운 팀을 찾는 신세가 된 박주영이다. 중동행은 박주영의 마지막 보루였다. 축구 선수는 뛰어야 한다는 비판을 경기 출전으로 잠재우려 했으나 리그 7경기(1골)만 뛰고 '짧은 동거'의 끝을 맺었다. 지난달 24일 터키 언론이 가지안테프스포르행을 언급하기도 했으나 진전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뚜렷한 성과가 없었던 성적표를 들고 있는 만큼 2008~2014년까지 활약한 유럽 재복귀도 희미해지고 있다.

3개월 동안의 사우디 생활. 사진은 알 샤밥에 입단한 박주영의 훈련 장면. / 알 샤밥 홈페이지
3개월 동안의 사우디 생활. 사진은 알 샤밥에 입단한 박주영의 훈련 장면. / 알 샤밥 홈페이지

사실 박주영만큼 최근 10년간 한국 축구팬들의 입에 오르내린 선수도 드물다. 2004년 20세 이하 청소년 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고 2005년 국가 대표로 나서 데뷔전에 골을 터뜨렸다. 이후 2008~2009시즌을 앞두고 프랑스 리그1 명문 AS 모나코로 건너가 세 시즌 간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 토대가 된 게 바로 K리그 무대다. 2005년 FC서울 유니폼을 입은 박주영은 데뷔 첫해 30경기 18골로 맹활약하며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 K리그 최고 인기 아이콘은 박주영이었다. 대표팀 활약도 두드러졌으나 팬들은 연신 K리그 무대를 휘젓는 박주영에게 환호했다. 이후 2006년 30경기 8골, 2007년 14경기 5골, 2008년 17경기 2골로 성적이 점점 떨어졌으나 모나코행엔 무리가 없었다.

FC서울을 떠나 프랑스로 건너간 박주영의 해피엔딩 기차는 모나코가 종착역이었다. '모나코 해결사'라 불릴 정도로 주가를 드높였다. 리그1 91경기 25골을 터뜨리며 정상급 공격수로 공인 받았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아스널로 둥지를 옮긴 이후부터 암흑의 시작이었다. 3년간 리그 1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2~201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 데 비고로 임대됐으나 22경기 3골로 기대에 못 미쳤다. 2013~2014시즌 아스널에서 리그 단 1경기도 뛰지 못하고 택한 잉글리시 챔피언십리그(2부리그) 왓포드 임대는 리그 2경기 출전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박주영이 왓포드와 알 샤밥에서 뛴 리그 성적은 총 9경기 581분에 불과하다. 경기 출전보다 높은 연봉이 중요하냐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성적표다.

왓포드 생활도 길지 않았다. 박주영이 왓포드에 지난 시즌 임대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왓포드 홈페이지
왓포드 생활도 길지 않았다. 박주영이 왓포드에 지난 시즌 임대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왓포드 홈페이지

자유 계약 신분인 박주영은 유럽 주요 리그 이적 시장이 지난 3일 문을 닫았으나 팀을 찾을 수 있다. 본인도 유럽행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미 유럽을 떠난 중동 무대에서 적응에 실패하며 성과를 내지 못했고 월드컵 부진 등이 겹치며 주가도 상당 부분 떨어졌다. 아직 모나코 시절과 대표팀 활약 등 그간 보여준 것에 대한 프리미엄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 우리 나이 31살인 박주영에게 과거 모나코 시절 영광을 기대하기엔 이젠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유럽행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바로 'FC 서울 복귀'다. FC서울은 이미 국외에서 활약한 김진규(30), 정조국(31)을 불러들인 바 있다. 코치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최용수 감독이 현재 팀의 수장이다. 익숙한 서울월드컵경기장도 그대로다. 대표팀 부진까지 겹치며 한국 축구 주축에서 논란의 아이콘이 됐으나 상품성은 여전하다. 불과 10년 전 한국 축구의 바람을 몰고 온 것처럼 마지막 축구 인생의 불꽃을 지펴보는 건 어떨까. 연봉은 물론 제반 조건 등에 대한 적절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박주영 FC 서울 복귀'가 허무맹항한 그림으로만 비치진 않는다. 상암벌을 화려하게 누비는 박주영의 발끝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팩트|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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