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물결, 함께 싸우자'
전반 7분. 심판은 갑자기 경기를 중단했다.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유니폼 상의를 벗었다. 7번이 새겨진 흰색 티셔츠만 남긴 채 그라운드에 모였다. 약속이라도 한 듯 어깨동무했다. 관중과 선수들은 한 선수의 쾌유를 바란다고 외쳤고, 주인공은 관중석에서 아들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7일(한국 시각)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2부리그) 20라운드 유니온 베를린의 vfl 보훔의 경기가 열린 슈타디온 안 데어 알텐 푀르스터라이. 심판 마이클 와이너는 느닷없이 경기를 멈췄다. 선수들과 관중은 주인공을 향해 "함께 싸우자"고 연호했다. 여기엔 감동의 사연이 들어 있다. 림프암에 걸린 베냐민 쾰러(34·유니온 베를린)에게 힘을 북돋아 주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였다.
'암 극복할 수 있다' 유니온 베를린과 vfl 보훔의 선수들이 지난 7일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20라운드에서 관중석에 있는 베냐민 쾰러를 위한 이벤트에 임하고 있다. 쾰러는 아들과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 유튜브 영상 캡처 |
쾰러는 최근 림프암을 선고받았다. 독일 일간지 '빌트'에 따르면 쾰러뿐만 아니라 독일 축구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2000년 헤르타 베를린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14년 동안 독일에서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림프암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치료에 매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자리는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이었다.
경기 전 헤르타 베를린과 유니온 베를린의 선수들은 쾰러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그들의 티셔츠에 새겨진 7번은 쾰러가 선수로 활약하던 시절 달고 뛴 등번호였다. 보훔은 상대 선수라도 빛나는 동업자 정신으로 힘을 북돋았다. 경기는 유니온 베를린이 2-1로 이겼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그라운드는 감동으로 뒤덮였다.
◆ [영상] '동업자 정신' 림프암 걸린 동료 위해 경기 중단…'감동의 박수'
(http://youtu.be/KZXEzoVVK4I)
[더팩트ㅣ이준석 기자 nicedays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