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커뮤니케이션 팀장이 지난 26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새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축구회관 = 문병희 |
굵직한 스포츠 축제가 유난히 많았던 2014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연초부터 연말까지 스포츠 팬들은 태극전사들의 활약에 울고 웃었다. 한국은 2월(7일~23일, 이하 한국 시각)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13위에 자리했다. 목표로 했던 톱10 진입에 실패했지만 '투혼의 승부'를 잇따라 펼치며 감동을 선사했다.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 브라질 월드컵(6월 13일~7월 14일)에서는 태극전사들이 쓴맛을 봤다.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등 유럽파들을 주축으로 선전을 다짐했지만 조별리그 성적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인천 아시안게임(9월 19일~10월 4일)은 명예회복의 무대였다. 한국은 금메달 79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84개로 종합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내 프로 스포츠의 열기도 뜨거웠다.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 야구 역사상 전무한 통합 4연패에 성공했고, 전북 현대는 3년 만에 K리그 정상에 올랐다. 환희와 감동과 눈물을 안긴 2014 한국 스포츠. <더팩트>는 2014년을 마무리하며 1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스포츠 스타들을 송년인터뷰 코너에서 차례로 만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축구회관(신문로) = 이성노 기자]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가 전북 현대의 통산 세 번째 우승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수원 삼성, FC 서울이 2, 3위를 차지하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냈다. 시민 구단으로 전환한 성남 FC도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2010년 이후 5년 만에 아시아 무대에 나서게 됐다. 또한, K리그 챌린지 소속이었던 대전 시티즌과 광주 FC는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해 2015년을 따뜻하게 보내게 됐다. 반면, 상주 상무와 경남 FC는 챌린지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2014년 K리그는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서울 이랜드 FC 창단으로 지난 2004년 FC 서울 이후 10년 만에 '대도시' 서울에 두 번째 연고 구단이 생겼다. 리그 최다 우승에 빛나는 성남은 모기업 일화의 품을 벗어나 시민 구단으로 재창단해 통산 세 번째 FA컵 우승을 일궈내며 '감동 드라마'를 만들었다. 반대로 리그 종료와 함께 이재명 성남 FC 구단주의 '오심 발언', 홍준표 경남 FC 구단주의 '해체 파문'은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FC 안양은 재정 악화로 급여 미지급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명주(24·알 아인), 김주영(26·상하이 둥야), 황희찬(18·레드불 잘츠부르크) 등 성인, 유소년 구분 없이 스타 선수들은 K리그를 떠났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K리그. <더팩트>는 지난 26일 축구회관에서 조연상(47)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 커뮤니케이션 팀장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치부'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K리그의 현실태를 냉정히 돌아 봤다. 리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여러모로 고심하고 있는 조 팀장은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기보단 근본적인 처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연상 팀장이 다사다난했던 2014년 K리그를 돌아보고 있다. |
◆ '다사다난' 했던 2014 K리그
- 2014 K리그가 막을 내렸다. 한 해를 돌아본다면?
많은 일이 있었다. 긍정적으로 생각되는 것부터 말하자면 K리그에 경사스러운 일들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로 2004년 FC 서울 이후 서울 연고 구단이 없었는데 서울 이랜드 FC가 창단했다. 10년 만에 서울 연고 구단이 생긴 것은 K리그로선 경사스럽고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이랜드가 어떻게 발전하느냐가 관건이지만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선 서울이라는 '빅마켓'은 한 구단으로서 놔둬선 안 됐었다.
두 번째는 성남의 성공적인 시민구단 전환이다. 성남은 일화가 구단 운영을 포기하면서 자칫 미아가 될 뻔했지만, 시민 구단으로 재창단했다. 최고 명문 구단이 계속 리그에 존속하게 됐다. 더불어 지난해 경찰청이 떠돌이 생활을 했는데 올해부터 안산에 자리를 잡았다. 법인화가 되면서 시민 구단으로 가는 토대를 마련했다.
세 번째 긍정적인 요소는 올스타전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부진한 성적으로 국민의 실망이 컸다. 올스타전을 앞둔 연맹 입장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K리그를 살리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5만 100여 명이 경기장을 찾아와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K리그도 잠재력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됐다.
- 반대로 아쉬웠던 점도 있었을 텐데.
분명 아쉬운 점도 많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시도민구단이었다. 단순히 재정적 어려움도 있었지만, 인사문제-폭행 시비도 있었고 감독도 여러 차례 교체하는 홍역도 치렀다. 연맹 입장에선 풀어야 할 큰 숙제다. 더불어 심판 오심 논란은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K리그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선 더 많은 신뢰를 쌓아야 한다. 작년부터 연맹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한 것이 심판 쇄신이었는데 시즌 막판 오심 논란으로 그 노력이 적잖이 퇴색된 것 같아 아쉽다. 하지만 심판 공정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잠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지난해와 비교해 관중동원은 어땠나.
평균 관중이 조금 증가하긴 했으나 증가 추세는 저하됐다. 과학적으로 수치화하진 않았지만, K리그 관객 연령대가 고령화가 되고 있다. 어린이, 여성 팬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오래된 숙제이긴 하지만, TV 중계-언론 노출이 많이 부족했다. 연맹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아주시는 것이다.
- 2000년대 중후반을 기점으로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관중 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궁극적인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축구가 떨어진 것보다 야구가 급격히 성장했다. 야구와 비교해 팬덤이 약한 것이 정체, 답보, 약간의 퇴보로 이어진 것 같다. 물론, FC 서울, 수원, 전북, 울산, 포항 등과 같이 연고 문화가 뿌리내린 팀들도 있지만, 대부분 구단의 팬덤은 약한 게 사실이다. 프로축구 태동기에 연고지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다. '나의 팀', '우리 팀'이란 인식이 약하다 보니 힘이 달리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 해결 과제는?
해결 과제는 지금부터라도 '지역 밀착'을 이어가야 한다. 연고지의 전통성과 스토리, 역사를 쌓아가면 된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 팬들과 함께 어린이, 여성, 가족단위 팬들이 지역에 뿌리내리면 프로야구가 '달콤한 과실'을 맛봤듯, 프로축구도 결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연상 팀장이 자료를 토대로 K리그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시도민구단 논란, 연맹은 수수방관하지 않는다!
- 연말에 터진 시도민구단 문제가 화두다. 연맹 대처는?
연맹이 수수방관하는 일은 절대 없다. 단기적인 해결책보단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뒀으면 좋겠다.
-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시도민구단은 아무래도 운영에 대한 연속성이나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철학이 정립이 돼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시도민구단은 눈앞의 성적에 급급한 듯 보인다. 모든 팀이 우승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 구체적인 해결 방안이 있다면.
구단 운영 주체가 독립적인 철학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역 팬들과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성적과 더불어 마케팅이 활성화돼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시도민구단을 떠나 모든 구단이 수익에 더욱 신경 썼으면 한다. 프로는 비즈니스다. 구단의 비용을 보면 분명 '거품'이 있다. 예산을 얼마나 아껴쓰느냐도 중요하지만 버는 쪽에도 집중을 해야 한다. 연맹이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당근'을 줄 순 없지만, 벌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교육사업, 메뉴얼 등을 구단에 전파하고 있다. 1, 2년 안에 효과를 볼 순 없겠지만, 꾸준히 노력하겠다. 곪은 부분을 도려내려면 아픔은 뒤따른다. 새살이 돋을 때까지 많은 질타를 받겠다.
조연상 팀장이 '더팩트'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 스타 유출을 부르는 연봉 공개? "도약을 위한 발판"
- 지난해에 이어 K리그 스타들이 국외로 떠났다.
이명주를 시작으로 김주영이 K리그를 떠났고, 고명진(26) 역시 이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K리그 종사자 입장에서 아쉽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나쁘게 보진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감성적으로 대처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반대로 좋게 표현하자면 베테랑 전성시대도 열렸다. 이동국을 비롯해 김남일, 차두리, 김병지까지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며 K리그를 누볐다.
물론 스타 선수가 K리그를 떠나면 리그 상품성이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유소년 시스템으로 더 훌륭한 선수를 육성하는 게 목표다. 이번 기회에 구단 체질을 건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
-연봉, 실관중 공개가 구단의 투자를 위축시켰고, 스타들은 '돈의 유혹'을 견디지 못했다.
연봉 공개는 갑작스러운 이슈는 아니다. 그동안 K리그는 시장 규모에 비해 선수들의 연봉이 많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러다간 한국 프로축구가 공멸한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컸다. 연봉과 실관중 수 공개는 구단의 경영 상태를 투명하게 하자는 취지다. 한 선수의 연봉보다 입장 수익이 안 되는 구단도 있다. 프로 구단 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고, 수입에선 입장 수익이다. 이것을 공개하면서 좀 더 투명한 구단 운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눈앞의 성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당장 나아진 것이 무엇이냐고 하지만 1, 2년 성과는 기대하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이사회에서 방침을 정하고 '당장'을 바라지 않았다. 늦었지만 지금부터 차근차근 헤쳐나가자고 했다. 우수 선수들이 국외로 빠져나가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내실을 다지기 위해선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어야 했다.
냉정히 말해 연봉 공개를 하지 않았더라도 자본 싸움에서 중동, 중국을 능가할 순 없었을 것이다. 자본주의 논리에선 도래할 수밖에 없던 위기였다. 이 기회에 리그를 건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겠다.
- 마지막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K리그 비전'을 보여준다면.
비전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연맹은 지난해 '2022년 글로벌 톱 10 리그 진입'과 '아시아 No.1 리그'를 지향하며 'BEYOND 11'이라는 비전 계획을 발표했다.)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황이다. 잡음은 분명히 있지만, 건전한 파열음이라고 생각하겠다. 또 뜻하지 않은 위기도 도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위기라는 건 극복해야 한다. 두려워하지 않고 전진하겠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 달라는 게 저희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