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무명 신예'에게 밀린 박주영, '축구 천재' 이대로 몰락하나
입력: 2014.12.23 13:25 / 수정: 2014.12.23 13:25

박주영이 22일 발표된 2015 호주 아시안컵에 나설 최종 23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최진석 기자
박주영이 22일 발표된 2015 호주 아시안컵에 나설 최종 23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최진석 기자

[더팩트ㅣ이성노 기자] '축구 천재'의 몰락 가능성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주영(29·알샤밥)이 '무명' 이정협(23·상주)에게 밀리며 생애 첫 아시안컵 출전이 좌절됐다. 자존심을 버리고 재기를 위해 중동까지 날아갔지만, 최근 6경기 골 침묵을 지키며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로 전락한 박주영이 '새까만' 후배에게 태극마크를 넘겨줬다.

박주영은 22일 축구회관에서 발표된 2015 호주 아시안컵에 나설 최종 23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동국(35·전북), 김신욱(27·울산)의 부상 공백으로 '원톱 부재'에 시달렸던 대표팀이었지만, 울리 슈팉리케(60) 감독의 선택은 상주 '후보' 스트라이커 이정협이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수 3명을 선발했다. '폴스 나인(False 9)'에 적합한 조영철(25·카타르 SC), '멀티플레이어' 이근호(29·엘 자이시 SC) 그리고 최근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이정협을 낙점했다.

이로써 박주영의 첫 아시안컵 나들이는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최근 소속팀에서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6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공격수 기근 현상에 골머리를 앓았던 슈틸리케 감독 역시 지난 10일 제주 전지훈련을 앞두고 '박주영 카드'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득점이 없는 것은 고민이다. 박주영을 뽑는다고 확답을 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고 밝힌 바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됐고, 축구 팬들에게 '박주영'이란 세 글자는 더이상 한국 축구의 '희망'이 아닌 '고민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주영은 2000년대 중후반 한국 축구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일약 황선홍을 잇는 대형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 더팩트 DB
박주영은 2000년대 중후반 한국 축구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일약 황선홍을 잇는 '대형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 더팩트 DB

박주영은 청소년 대표 시설이었던 지난 2004년 10월 아시아 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일약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중국과 결승전 전반 37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현란한 발놀림으로 수비수 4명과 골키퍼를 차례로 쓰러뜨리고 만든 골은 팬들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이후 성인 대표팀까지 승선하며 차범근-최순호-황선홍을 잇는 '대형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 '축구 천재'는 FC 서울에 입단해 리그 12골로 득점 2위에 오르며 만장일치 신인상까지 휩쓸었다. 이후 상대 집중 견제와 부상이 겹치며 잠시 부진했지만, 2008년 여름, AS 모나코(프랑스)에 입단해 꿈에 그리던 유럽 진출에 성공했다. 세 시즌 동안 부동의 원톱으로 나서 리그 25골을 터뜨리며 유럽 전역에 이름을 떨쳤다.

2010~2011시즌을 끝으로 AS 모나코가 2부리그로 강등되고 이적을 모색한 박주영은 2011년 여름, 프랑스 '명문' 릴과 임시계약을 뿌리치고 '세계 명가' 아스널로 향한다. 하지만 욕심은 결국 '독'이 되어 날아왔다. 첫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4경기 출전(1골)에 그치며 벤치를 뜨겁게 달궜다. 이후 셀타 비고(스페인)로 임대돼 재기를 노렸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박주영은 AS 모나코 시절이었던 2010~2011시즌 이후 3년 동안 유럽 무대는 고사하고  중동에서조차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 최진석 기자
박주영은 AS 모나코 시절이었던 2010~2011시즌 이후 3년 동안 유럽 무대는 고사하고 중동에서조차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 최진석 기자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곤 잉글리시 2부리그(왓포드) 임대를 택했지만, 한 번 떨어진 경기력을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그라운드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월드컵 1년을 앞두고 부임한 홍명보(45) 전 대표팀 감독은 '모험'보단 '안정'을 택하며 '황제 훈련'이란 비아냥에도 박주영을 끌어안았다. 하지만 박주영은 끝내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 월드컵 조별 예선 2경기에서 단 한 개의 슈팅에 그쳤고, 한국 역시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5000만 국민의 질타를 한몸에 받았다.

지난 10월 아스널과 계약이 만료된 박주영은 자존심을 구기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가 또다시 재기를 꿈꿨다. 출발은 좋았다. 얄샤밥 데뷔전이었던 지난 10월 18일 알 히랄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리는가 싶었다. 이후 지난 11월 A매치 중동 2연전에 슈틸리케 감독의 시험대에 올랐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으로 눈도장을 받는 데 실패했다. 소속팀에서 역시 부진은 이어졌다. 데뷔골 이후 6경기 연속 침묵을 지켰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박주영의 실력에 의문부호를 떨치지 못했다.

결국, 박주영은 상주 '후보 스트라이커' 이정협에게 밀리는 '굴욕'까지 맛봤다. 한국 나이 30세. 아직 축구 선수로서 많지 않은 나이지만, AS 모나코 시절이었던 2010~2011시즌 이후 3년 동안 유럽 무대는 고사하고 K리그보다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중동에서조차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축구 천재'는 서서히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sungro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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