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잉골란이 올시즌 AS 로마로 완전 이적해 시즌 개막전부터 맹활약을 펼쳤다. /AS 로마 홈페이지 |
[더팩트 | 심재희 기자]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box to box midfieder). 자신의 팀 페널티박스에서 상대 팀 페널티박스까지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중원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선수. 팀 전형의 중심을 잡아주고, 여러 가지 전술의 기본이 되는 중요한 구실을 하는 핵심 선수를 일컫는 축구 용어다.
2014~2015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 1라운드 경기에서 AS 로마의 레자 나잉골란(26)이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플레이의 진수를 보였다. 30일(한국 시각) 피오렌티나를 맞아 홈 개막전을 치른 AS 로마는 나잉골란의 '미친 활동량'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나잉골란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로마의 승리를 견인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활동량이었다. 말 그대로 박스에서 박스 사이를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피오렌티나 선수들을 물고 늘어졌다. 과감한 몸싸움과 태클로 상대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고, 공격 전개 상황에서는 기동력과 활동량을 바탕으로 힘차게 피오렌티나 골문을 향해 전진했다. '미친개처럼' 피오렌티나 선수들을 괴롭히며 짜증나게 만들고, 수시로 공격에도 힘을 보태면서 로마의 중원을 든든하게 지켜냈다.
나잉골란은 AS 로마의 공격이 잘 풀리지 않자 직접 해결사로 나서기도 했다. 환상적인 마무리로 골을 뽑아냈고, 후반 막판 추가골을 배달하는 결정적인 패스까지 성공하며 날아올랐다.
AS 로마가 피오렌티나의 두꺼운 수비망을 뚫지 못하며 고전하던 전반 28분. 나잉골란은 가로채기에 이은 빠른 공격 시도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중원에서 상대 미드필더 조슈아 블릴런트의 짧은 패스를 차단한 뒤 전방의 제르비뉴에게 침투 패스를 건넸고, 제르비뉴가 강력한 왼발 슈팅을 연결했다. 제르비뉴의 슈팅이 피오렌티나 수문장 네투의 선방에 걸리며 AS 로마의 찬스가 날아가는 듯한 상황에서 갑자기 가공할 만한 중거리포가 후방에서 터졌다. 제르비뉴에게 패스한 뒤 전진하던 나잉골란의 오른발에 공이 제대로 걸린 것. 나잉골란의 발 끝을 떠난 공은 낮게 깔리며 굳게 닫혀 있던 피오렌티나 골문을 열어젖혔다.
나잉골란(오른쪽 4번)이 제르비뉴의 골을 도운 뒤 달려가 함께 기뻐하고 있다. /AS 로마 홈페이지 |
나잉골란의 '쇼타임'은 후반 막판에 한 차례 더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에 '버저비터 골'을 도우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AS 로마가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서 있던 후반 48분 절묘한 스루패스로 제르비뉴의 골에 징검다리를 놓았다. 90분 이상을 엄청나게 뛰어다녔지만 전혀 지친 기색 없이 한 발 더 움직이며 중원에서 공을 잡았고, 환상적인 '킬러 패스'로 제르비뉴의 추가골을 배달했다. 체력, 시야, 패스가 모두 완벽했다.
나잉골란은 벨기에 아버지와 인도네시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국적이 벨기에지만 이름이 다소 특이한 이유다. 그는 화려한 문신과 헤어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이날 경기에서 시즌 개막을 기념해 '노란 닭벼슬 머리'를 하고 나왔고, 새로운 '헤어스타일 값'을 제대로 하면서 개막전의 주인공이 됐다. 피오렌티나로서는 이상한 헤어스타일을 한 '미친개'가 이리저리 따라다니며 물어뜯고, 갑자기 결정적인 공격을 해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칼리아리에서 AS 로마로 임대되어 눈부신 활약을 보였던 나잉골란은 올 시즌 완전 이적해 첫 경기부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의 '미친개'같은 활약 덕분에 프란체스코 토티가 공격 쪽에서 더 편안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었고, 다니엘레 데 로시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오가면서 수비 쪽을 잘 감싸줬다. 장기부상 중인 케빈 스트로트만의 백업 정도로 평가 받던 나잉골란이 이제는 'AS 로마의 신형 엔진'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 AS 로마-피오렌티나 경기 하이라이트 보기(SPO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