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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컴은 1996년 8월 윔블던 FC와 경기에서 '60m 장거리골'(왼쪽)을 터뜨렸다. 18년 만에 루니가 베컴의 장거리포와 매우 비슷한 '하프라인 묘기골'을 터뜨렸다. /유튜브 캡처 |
[ 심재희 기자] '맨유 10번 루니와 베컴의 묘기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살아나고 있다. 17일(이하 한국 시각) 안방에서 열린 리버풀과 '레즈 더비'에서 0-3으로 완패할 때까지만 해도 최악의 분위기였다. 하지만 21일 올림피아코스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 경기에서 3-0 승리를 거두며 역전 8강행에 성공했고, 24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리그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이기며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웨스트햄과 경기의 주인공은 웨인 루니(28)였다. 혼자 두 골을 몰아치면서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특히, 선취골이 압권이었다. 상대 골키퍼가 전진한 것을 보고 하프라인에서 지체없이 장거리포를 날려 골문을 갈랐다. 전반 8분 만에 멋진 득점포를 가동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영상] 웨스트햄전 루니의 '하프라인 묘기골'(http://www.youtube.com/watch?v=htM48OjDXK4)
이날 관중석에는 '맨유의 전설' 데이비드 베컴(38)이 자리했다. 베컴이 친청팀 맨유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런데, 루니가 선취골을 잡아낸 뒤 베컴의 모습이 현지 중계 카메라에 여러 차례 잡혔다. 베컴은 박수를 치며 루니의 '하프라인 묘기골'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바로 베컴이 맨유의 '하프라인 묘기골'의 원조이기 때문이다.
베컴은 만 19살이었던 1996년 8월 17일 윔블던 FC와 개막전에서 대형사고를 터뜨렸다. 맨유의 유망주였던 그는 10번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맨유가 2-0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60m 골'을 터뜨렸다. 상대 골키퍼가 방심한 틈을 놓치지 않고 하프라인 바로 아래 지점에서 그대로 슈팅을 때리며 쐐기골을 작렬했다. 베컴의 정확한 킥과 판단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영상] 윔블던전 베컴의 '60m 골'(http://www.youtube.com/watch?v=u4tVnpwp8d4)
세상의 모든 일은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다고 했던가. 베컴이 맨유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날에 루니가 '하프라인 묘기골'을 터뜨렸다. 골문으로부터 매우 먼 거리와 정확한 킥, 그리고 등번호 10. 베컴의 1996년 작품과 매우 비슷한 2014년 루니의 '하프라인 묘기골'이었다.
루니의 멀티골로 웨스트햄을 잡은 맨유는 26일 맨체스터 시티와 더비매치를 치른다. 루니는 과거 맨시티전에서도 '말도 안 되는' 오버헤드킥 골로 환호한 적이 있다. 과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루니가 맨시티전에서도 '작품'을 만들며 맨유를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