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의 눈] 조용했지만 '완벽했던' 맨유의 20번째 우승
  • 김용일 기자
  • 입력: 2013.04.23 14:25 / 수정: 2013.04.23 14:25

아스톤 빌라를 누르고 사상 첫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을 달성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dailymail 캡처
아스톤 빌라를 누르고 사상 첫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을 달성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dailymail 캡처


[김용일 기자] 만 72세의 '백전노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과연 '맨유 왕조'란 말이 절로 나온다. 올 시즌 국내 팬들의 관심사가 퀸즈파크 레인저스의 박지성(31) 스완지시티의 기성용(24)에게 몰리면서 예전보다 맨유의 우승은 조용히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맨유는 어느 시즌보다 완벽하고 강한 축구로 프리미어리그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맨유 우승 원동력 중 가장 '핫'한 부분은 어디에 있을까.

◆ '적'에서 '간판스타'로 변신한 로빈 판 페르시

지난 시즌까지 아스널의 '간판 골잡이'였던 판 페르시는 올 시즌을 앞두고 맨유로 깜짝 이적했다. 아스널 팬들은 판페르시 유니폼에 불을 지르는 등 라이벌 팀 이적에 격노했다. 그러나 판 페르시는 천연덕스럽게 등번호 20번을 받은 뒤 "우승을 하기 위해 맨유에 왔다. 등번호는 맨유의 20번째 리그 우승과 연관돼 있다"며 아스널 팬들을 자극했다. 애초 맨유는 전성기가 지난 폴 스콜스의 대체자 등 중앙 미드필더에 대한 보강이 주 관심사였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선택은 판페르시였다. 웨인 루니를 비롯해 대니 웰백,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등 기존 공격진이 건재했으나 라이벌 팀과 비교해 무게감이 떨어졌다.

판 페르시는 퍼거슨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시즌 초반부터 무서운 골 행진을 펼쳤다. 상대적으로 루니와 가가와 신지는 미드필드 지역으로 내려와 판 페르시의 지원군 구실을 했다. 결국, 판페르시는 우승을 확정 지은 아스톤 빌라와 34라운드에서도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올드 트래포드를 열광케 했다. 지난 시즌 30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오른 판 페르시는 올 시즌에도 24골로 득점 선두를 지키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우승과 득점왕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불과 한 시즌 만에 맨유의 '적'에서 '간판스타'로 발돋움하며 차기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시간 대별 스코어 분석에서 경기 종료 직전 10분 동안 11골을 터뜨린 맨유. / soccerstats.com
시간 대별 스코어 분석에서 경기 종료 직전 10분 동안 11골을 터뜨린 맨유. / soccerstats.com

◆ 역전승만 8회…이기는 법 알고 뭉친 퍼거슨의 아이들

맨유는 올 시즌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무려 78골(경기당 2.29골)로 최다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2위 첼시(33경기 66골, 경기당 2골)와 격차도 크다. 판 페르시가 30.7%에 해당하는 24골을 넣었으나 무려 19명의 선수가 골 맛을 봤다. 루니(12골)와 에르난데스(8골)가 뒤를 받쳤고 대런 플레처, 루이스 나니, 스콜스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출전 기회가 적었던 알렉산더 뷔트너, 닉 포웰 등 신예들까지 득점포에 가세했다. 다양한 선수들이 골을 터뜨린 것은 맨유의 20번째 우승 달성에 가속페달을 밟게 했다.

골의 가치도 매우 높았다. 올 시즌 맨유는 경기 종료 직전 10분 동안 11골을 터뜨렸다. 실점은 단 3골에 그쳤다는 점에서 승부의 분수령인 후반 막판 타 팀보다 집중력에서도 한 수위였다. 아스널(14골 2실점)과 레딩(12골 8실점)이 맨유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으나 총 득점 기록을 갖다 대면 맨유의 기록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흔히 '퍼기 타임'으로 통하는 경기 막판 맨유의 저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이에 따라 역전승 또한 8회로 가장 많다. 맨유는 사우스햄튼과 3라운드 홈경기에서 판페르시가 후반 47분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3-2 역전승을 거뒀고, 리버풀과 5라운드 홈경기에서도 후반 35분 판 페르시의 결승 골로 2-1 신승했다. 아스톤 빌라와 11라운드 원정 경기에선 에르난데스가 후반 42분 결승 골을 넣어 3-2로 이기는 등 퍼거슨의 막판 교체 전략에 따른 승수 쌓기가 이뤄졌다. 그만큼 퍼거슨과 아이들은 이기는 법을 알고 지혜롭게 대처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리그 종료 한 달 가까이 남겨둔 가운데 일찌감치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할 수 있었다.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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