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 김용일 기자] 우려했던 일본의 전범기 '욱일승천기'의 등장은 없었다.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극기(太極旗)'가 전주성에 펄럭였다.
전북 현대는 9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 2013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 리그 F조 4차전 우라와 레즈(일본)와 리턴매치에서 2-2로 비겼다. 지난 3일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우라와에 3-1로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1승 1무의 우위를 보였다. 또한, 장외 전쟁도 이겼다. 경기 전 논란이 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승천기의 반입과 노출은 없었다. 사이타마 원정 때 우라와 일부 서포터즈는 자존심을 구긴 것도 모자라 전북 원정 팬에게 물을 뿌리고 험한 말을 하는 등 비신사적인 행동을 보였다. 또한, 욱일승천기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잡혔다. 경기 전날 양 팀 관계자 미팅에서 욱일승천기의 경기장 반입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북 측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적극적인 대처로 장외전쟁에서도 이겼다. 우라와 측에 팬들이 욱일승천기를 반입하면 가차 없이 퇴장 조치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별다른 반응이 없던 우라와도 뒤늦게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내용을 설명하고 팬들에게 욱일승천기의 반입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전북은 원정 팬의 소지품을 전수 검사하기로 하고 이철근 단장 주도하에 전북경찰청과 협조해 다수 경찰 인력을 경기장에 배치하기로 했다. 실제 이날 사복경찰을 포함한 200여 명의 경찰이 팬들 간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경우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2011년 ACL 결승전 이후 최대 규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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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킥오프 2시간 전부터 소지품 검사를 받기 위해 S석 입구서부터 길게 줄을 선 우라와 레즈 서포터즈.
전북 측은 8일 열린 매니저 미팅에서도 이례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욱일승천기의 경기장 내 반입을 금지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욱일승천기를 든 일본 극성 팬의 행동을 전주성에서 종지부를 찍겠다는 전북 측의 강도 높은 처사가 결실을 봤다. 전북 서포터즈 또한 우라와 선수들과 원정 팬들을 자극하는 행위를 없었다. 오직 내 지역 내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아시아 챔피언'다운 위용을 보였다. 그동안 축구 한일전이 열릴 때마다 욱일승천기는 논란의 단골손님이었다. 2011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과 2012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 16강전 등 메이저 대회는 물론이고 지난 1월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와 J2리그 기타큐슈의 친선경기에서도 욱일승천기는 버젓이 나부꼈다. 아시아축구연맹과 FIFA의 미온적인 대처가 있었으며 일본 측도 소수 팬의 철없는 행동으로 여겼다. 그러나 전북은 우라와 전을 앞두고 적극적인 제재로 욱일승천기 원천봉쇄에 앞장섰다. 전북의 이 같은 대처는 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앞장서야 하는 가운데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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