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의 눈] '역전패' 맨유에 '챔스 사나이' 박지성 있었다면…
  • 유성현 기자
  • 입력: 2013.03.06 19:00 / 수정: 2013.03.06 19:00

QPR의 박지성은 과거 맨유 시절 수많은 빅 매치에서 활약하며 퍼거슨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 스포츠서울 DB
QPR의 박지성은 과거 맨유 시절 수많은 빅 매치에서 활약하며 퍼거슨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 스포츠서울 DB

[유성현 기자] '웃어 넘긴 방송사고, 만약 진짜로 박지성이 남았더라면?'

박지성(32·퀸즈파크 레인저스, 이하 QPR)은 때아닌 '황당 방송 사고'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3일(한국시각) 영국 BBC가 맨유의 일본인 선수 가가와 신지(24)의 인터뷰 영상에 박지성의 이름을 자막으로 넣는 실수를 저지른 것.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조차 박지성을 여전히 맨유 선수로 여기고 있었다는 점은 국내 축구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반대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해트트릭을 기록한 가가와는 맨유 데뷔 이후 가장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도 자신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굴욕을 당했다.

황당한 자막 사고가 가가와의 미래를 예견한 걸까. 가가와는 6일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벤치를 지켜야 했다. 이전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가가와의 맹활약에 한껏 들떴던 일본 언론들의 출격 예상을 완전히 뒤집은 결장이었다. 지난 1차전 레알 마드리드 원정경기에서 별다른 활약 없이 63분간 뛰고 교체됐던 가가와는 2차전 교체 명단에 포함됐으나 결국 퍼거슨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안방에서 1-2로 역전패한 맨유는 1,2차전 합산 성적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2-3으로 뒤져 8강 진출에 실패했다.

가가와가 결장한 이유는 역시 퍼거슨 감독의 '수비적 전술'에서 찾을 수 있었다. 경기 후 퍼거슨 감독 대신 기자회견에 자리한 마이크 펠란 수석코치는 "루니와 가가와의 선발 명단 제외는 감독의 전술적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축구 전문 잡지 '풋볼채널'도 '가가와가 레알 마드리드전에 출전하지 못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퍼거슨 감독이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와 가가와가 출전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자막 사고처럼 가가와가 아닌 박지성이었더라면 출전 가능성이 한층 높을 수 있었다. 맨유는 안방에서 열린 2차전에서 원정팀 레알 마드리드에 실점하지 않을 경우 무조건 8강에 진출하는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퍼거슨 감독의 머릿 속엔 날카로운 공격보다 안정적인 수비의 중요도가 높았다.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그동안 퍼거슨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강팀을 상대로 자주 꺼내는 것이 바로 '박지성 카드'였다.

박지성은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무대에서 더욱 높은 활용가치를 뽐냈다. 특히 폭넓은 활동량과 수비 가담이라는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2007~2008시즌 대회 4강에서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를 꽁꽁 묶어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고, 2008~2009시즌에는 아스널과 만난 4강전에서 득점포를 터뜨리며 큰 경기에 더욱 강한 면모를 보였다. 2009~2010시즌 AC밀란과 16강에서는 팀의 핵심인 안드레아 피를로를 그림자처럼 따라붙은 데 이어 골까지 기록했고, 2010~2011시즌에는 8강에서 마주친 첼시를 무너뜨리는 쐐기골로 팀의 4강행을 도왔다. 이처럼 박지성의 활약은 거의 매 시즌 '별들의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지난해 여름, 맨유에 갓 이적한 가가와의 기량을 평가한 '맨유 레전드' 브라이언 롭슨의 발언은 새삼 화제가 될 만하다. 당시 롭슨은 가가와에 대해 "매우 좋은 선수다. 움직임과 볼터치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박지성과 매우 비슷하다"면서도 "다만 박지성은 수비적인 부분이 매우 잘 단련돼 있는 선수인 반면, 가가와는 아직까지 그 정도의 수비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롭슨의 평가처럼 시즌 막바지를 달리는 지금까지도 가가와의 전술적 활용도에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붙어 있다. 만약 자막 사고처럼 가가와가 박지성이었더라면 레알 마드리드전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확실한 하나는 뼈아픈 안방 역전패를 당한 맨유에는 이적 첫 시즌 만에 해트트릭을 달성한 가가와보다 '큰 경기에 더욱 강했던' 박지성이 더욱 필요했다는 점이다. QPR 이적과 함께 볼 수 없게 된 박지성의 챔피언스리그 활약은 그래서 더욱 안타까움을 남긴다.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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