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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PR의 해리 레드냅 감독이 스완지시티전 1-4 완패를 앞두고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SBS ESPN 중계 캡처 |
[유성현 기자] 어쩌면 예정된 완패였을지도 모른다. 2013년 들어 5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던 퀸즈파크레인저스(QPR)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상대는 시즌 개막전 때 0-5라는 안방 참패를 안긴 스완지시티였다. QPR은 과거 굴욕패를 설욕하기 위해 야심차게 원정길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차이는 분명했다. 스완지시티는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정교한 조직력을 자랑했고, QPR은 철저하게 선수들의 개인기에 의존했다. 11명이 함께 뛰는 축구는 역시 선수 개인이 아닌 조직력의 스포츠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운 경기였다. 이적시장에서 수많은 선수를 영입한 QPR은 급하게 갖춘 조직력이 오래갈 리 없었다.
QPR의 전반전 경기력은 재앙 수준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중원에서 크게 밀리더니 전반 8분과 18분 연속골을 내줬다. 후방 라인에서는 공이 연결될 때 불안하기 짝이 없었고, 미드필더 윗쪽으로는 전혀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전반이 끝날 때 QPR의 슈팅은 여전히 '제로'였다. 참혹했던 45분을 그대로 말해주는 기록이었다.
QPR의 해리 레드냅 감독은 후반 들어 승부수를 띄웠다. 바비 자모라와 에스테반 그라네로를 후반 시장과 동시에 교체 투입하며 만회골 도전에 나섰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후반 3분 만에 자모라가 만회골을 터뜨리며 추격에 성공했다. 선수들도 희망을 보기 시작했는지 전반과는 다른 경기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백전노장 레드냅 감독의 '라커룸 마법'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대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QPR은 만회골을 터뜨린지 단 2분 만에 한 골을 더 얻어맞고 추격 의지를 잃어갔다. 페널티킥 오심 논란을 거친 뒤 후반 22분에는 미추에게 쐐기골까지 내줬다. 5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던 QPR 선수들이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는 실점이었다. 결국 QPR은 3골 차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QPR에 스완지시티는 천적에 가까웠다. 조직력이 최대 약점인 QPR은 조직력이 최고의 무기인 스완지시티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크리스토퍼 삼바라는 걸출한 수비수가 가세했지만 기존 수비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은 부족했다. 현란한 패스워크와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스완지시티에 결국 대량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시즌 개막전의 데자뷰였다. QPR은 올시즌을 앞두고 박지성을 비롯해 열 명이 넘은 선수들을 보강했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스완지와 개막전부터 조직력의 한계를 실감하며 0-5 대패를 당했다. 겨울 이적시장을 거친 이번 맞대결에서도 완패가 재현됐다. 레드냅 감독의 구미에 맞는 선수들이 대거 보강됐지만 맥없이 설욕에 실패했다.
QPR은 지난달 첼시(원정)-토트넘(홈)-웨스트햄(원정)-맨체스터시티(홈)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일정'에도 단 한 번의 패배조차 없었다. 하지만 웬만한 강호보다도 더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 바로 스완지시티였다. 경기 내내 레드냅 감독은 '되는 게 하나도 없다'는 표정으로 일관했다. 그의 깊어진 한숨과 상기된 얼굴에는 강등권 탈출을 향한 확신이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yshale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