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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타 비고 임대 이적이 유력한 박주영이 한국인 첫 프리메라리가 성공 신화에 도전한다. / 스포츠서울 DB
[유성현 기자] 소문만 무성했던 박주영(27·아스널)의 새 행선지 윤곽이 드러났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승격팀 셀타 비고의 유니폼을 입고 잠시 주춤했던 빅리그 신화를 다시 쓴다. 구름 낀 런던에서의 암울했던 생활을 청산하고 새롭게 스페인에서 찬란한 햇빛을 맞이하려 한다. 스페인 무대는 한국 선수들에겐 다소 낯선 무대다. 지금까지 프리메라리가를 밟은 한국 선수는 단 이천수와 이호진 단 두 명 뿐이다. 게다가 두 선수 모두 스페인 생활이 길지 않았다. 팀 적응 실패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꾸준한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이호진을 마지막으로 한국 선수의 맥이 끊긴 지도 6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어렵사리 세 번째로 프리메라리가의 문을 두드리게 된 박주영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 험난했던 스페인 무대…이천수-이호진 실패 후 6년의 공백 스페인 무대의 첫 문을 연 선수는 2003년 레알 소시에다드에 입단한 이천수였다. 당시 소시에다드는 전 시즌 리그 2위에 오른 강호였기에 '월드컵 스타'로 떠오른 이천수의 이적은 큰 관심을 받았다. 스피드와 정교함을 갖춘 이천수의 플레이 스타일도 스페인 무대에 잘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랐다. 이천수는 시즌 개막전부터 선발 출장 기회를 잡고 1도움을 올리며 장밋빛 미래를 여는 듯 했다. 하지만 변수는 역시 언어 문제와 적응력이었다. 쾌활한 성격을 지녔지만 언어의 장벽에 막혀 팀 구성원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았다. 이내 부적응으로 향수병까지 찾아오는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기력도 하향세를 면치 못했다. 이적 첫 시즌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13경기를 뛰었고, 이듬해 누만시아로 임대돼 15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기다렸던 득점포는 터지지 않았다. 결국 이천수는 2시즌 28경기 무득점이라는 성적으로 쓸쓸히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호진의 스페인 무대 성적표는 더욱 초라했다. 2006년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라싱 산탄데르에 입단했으나 허벅지 부상으로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부상에서 회복한 리그 최종전에서야 풀타임 출장하며 데뷔전을 가졌다. 하지만 이호진은 그해 8월 방출 통보를 받으면서 데뷔전이 곧 마지막 경기가 됐다. 이후 한국 선수들의 스페인 무대 진출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프리메라리가에서 비 유럽연합(EU) 출신국 선수 보유를 최대 3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점도 한 몫 했다. 스페인 클럽들은 현지 적응이 쉬운 동일 언어권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남미 선수들을 용병으로 가장 많이 활용한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기량과 적응력에서 모두 앞설 수 있어야 했기에 스페인 진출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 '언어-스타일-경험' 박주영에겐 스페인이 '기회의 땅' 한국 선수로는 스페인 무대에 3번째로 서게 될 박주영은 '첫 성공 신화'에 도전한다. 박주영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풍부한 경험이다. 박주영은 지난 2008년 프랑스 리그1의 AS 모나코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를 밟은 뒤 5년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생애 첫 유럽 무대를 밟은 뒤 적응 노하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이천수와 이호진과는 크게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한국 선수의 가장 큰 장벽인 언어 문제도 박주영에겐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박주영은 2001년 브라질 유학으로 익힌 포르투갈어로 동료들과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로 대화가 가능하다. 여기에 영어까지 소화가 가능해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나 선수들과도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이 굵은 축구를 펼쳤던 잉글랜드와는 달리 개인기와 패스워크가 중요한 스페인 무대 특유의 스타일도 박주영에겐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간결한 볼 트래핑과 탁월한 공격 위치 선정, 순도 높은 결정력을 보유한 박주영이라면 스페인의 기술 축구에 무난하게 녹아들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출장 기회는 아스널 시절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셀타 비고의 파코 에레라 감독은 "박주영의 합류는 공격진에 무게감을 더할 것"이라며 이적 확정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이다. 구단의 강력한 영입 의지와 선수단 전력을 고려하면 박주영은 팀 공격을 이끄는 중책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스널에서 겪은 수모를 딛고 재도약을 꿈꾸는 박주영에겐 여러모로 스페인 무대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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