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애매한’ 90분이었다. 프랑스는 일방적 경기를 펼치고도 효율적 공격을 하지 못하는 빈공을 보였다. 잉글랜드는 몸을 날리는 육탄 방어만 수없이 보였을 뿐 제대로 된 경기를 하지 못했다. 두 팀이 유럽은 물론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전통적 강호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최근 수년 동안 보이고 있는 애매함을 이번 경기에서도 벗겨 내지 못했다.
12일 새벽(한국 시각) 우크라이나 돈바스 아레나에서 열린 유로 2012 조별 라운드 D조 1차전서 ‘아트 사커’의 프랑스와 ‘축구 종가’로 불리는 잉글랜드는 1-1로 비겼다. 전반 30분에 잉글랜드가 졸리온 레스콧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9분 뒤 프랑스가 사미르 나스리의 동점골로 맞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두 팀의 이번 경기는 과연 ‘애매한 강호’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최근 수년 동안 두 팀 모두 명성에 비해 부족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랑스는 아트 사커란 명성에 맞는 아름다운 축구를, 잉글랜드는 축구 종가라는 자부심을 지킬 수 있는 강한 축구를 해줄길 기대하는 팬들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두 팀은 이번 경기에서도 문제의 그 애매함을 떨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움만 보였다.
우선 프랑스는 잉글랜드를 압도하며 무수한 공격을 감행하고도 그 공격들을 효율적으로 만들지 못해 고전했다. 프랑스는 총 19개의 슈팅을 시도하며 3개에 그친 잉글랜드에 비해 무려 여섯 배가 넘는 소나가 슈팅을 퍼부었으나, 대부분의 슈팅이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터져 그리 위협적이지 못했다. 잉글랜드가 선보인 촘촘한 수비망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해 중거리 슈팅에만 의존한 것이다.
반면 잉글랜드는 프랑스보다 더 안타까운 90분을 보냈다. 물론 주포 웨인 루니를 비롯해 팀의 핵심 선수 여럿이 부상으로 빠져 전력이 크게 약화되긴 했다. 그러나 그들을 대신해 출전한 대니 웰백, 졸리온 레스콧, 그리고 스콧 파커 등은 모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정상권에 속하는 선수들이다. 결코 라인업 자체가 부족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는 경기 내내 프랑스에 끌려 다니며 움츠린 어깨를 펴지 못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선 스티븐 제라드와 스콧 파커는 수시로 몸을 날리며 프랑스의 중거리 슈팅을 막는 데 급급했고,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한 대니 웰백은 처음으로 나서는 메이저 대회라 긴장했는지 경기에 녹아들지 못하며 겉돌았다.
이번 경기는 하루 전 열린 스페인-이탈리아전과 똑같은 스코어인 1-1로 끝났다. 하지만 화끈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 준 두 팀의 경기와는 달리 프랑스-잉글랜드전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한 두 팀의 애매한 현재만 확인한 경기였다.
<베스트 일레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