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기획] 최용수 감독 "FC서울, 겉과 다르게 내부기강 장난 아냐"
입력: 2012.01.18 09:58 / 수정: 2012.01.18 09:58

▲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된 FC서울의 최용수 감독./ 구리=이효균 기자
▲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으로 선임된 FC서울의 최용수 감독.
/ 구리=이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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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유성현 기자] '날개 단 독수리의 비상이 시작됐다'

'독수리' 최용수(41) FC서울 감독은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위트가 넘쳤다. 정식 감독으로 맞이하는 첫 시즌인 만큼 부담감의 무게에 짓눌릴 만도 한데, 초보 사령탑의 비장한 각오 대신 특유의 긍정 에너지가 돋보였다. "어휴, 난 말을 정말 못한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지만 억양 센 부산 사투리에 섞인 짧고 강렬한 어조에는 성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최 감독의 지난 한 해는 환희와 아쉬움이 공존했다. 지난해 4월 성적부진으로 자진사퇴한 황보관 감독의 후임으로 감독대행 자리에 올라 리그 15위에 머물던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2006년 현역에서 은퇴한지 5년 만에 '초고속 승진'을 이룬 그를 향한 우려의 시선도 시간이 지나며 점차 희망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시즌 막판에는 잇따라 시련을 맛봤다. 쾌조의 상승세를 이어가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전에서 알 이티하드에 덜미를 잡혀 탈락했다. 리그에서는 6위 울산과 치른 6강 플레이오프에서 1-3으로 완패해 우승을 향한 도전을 접어야 했다. 다 잡은 듯 했던 다음 시즌 ACL 진출권도 한낱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날개 꺾인 독수리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그러나 FC서울은 '프랜차이즈 스타' 최용수의 젊은 리더십에 공감했다. '대행' 꼬리표를 떼고 구단의 제10대 감독으로 임명돼 비상을 꿈꾸는 독수리의 어깨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줬다. 구리 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K리그 최연소 사령탑' 최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새롭게 덧칠할 새 시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 최 감독은 명문팀을 이끌며 찾아올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스스로 즐길 것이라고 밝혔다.
▲ 최 감독은 명문팀을 이끌며 찾아올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스스로 즐길 것이라고 밝혔다.

◆ 날개 편 독수리의 각오 "비난의 화살, 이젠 뚫고 나아간다"

- 정식 감독으로 시즌을 맞이하는 새해가 밝았는데.
예전에 갖고 있던 도전 정신이 더욱 불을 뿜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새로운 선수들도 들어왔다. 목표에 대해 반드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선수들과 잘 준비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현역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구단에서 정식 감독이 됐는데.
그런 제안을 받았을 때 쉽게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안 될 것이다. 거의 없다고 봐야지. 나는 누구보다도 이 팀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고 꾸준히 응원하고 있었다.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그 마음을 실행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 정식 감독에 임명되면서 독수리가 제대로 된 날개를 달았다. 감독대행과 다른 점은?
대행 때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중책을 맡아 스스로 불완전한 시간이 많았다. 정식으로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니 오히려 차분해 졌다. 지난 시즌을 치러 보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수 자원으로 올 시즌 목표 달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강한 압박감을 스스로 즐길 것이다. K리그를 선도하는 FC서울 감독직은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자리 아니겠나.(웃음)

- 언급한 대로 FC서울은 K리그 최고 인기팀이자 명문 구단이다. 그만큼 부담감이 클텐데?
경기 결과에 따라 강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도 많이 맞아 봤다. 이제는 날아오는 화살을 뚫고 나아가야한다. K리그 최고의 팀이라면 질 높은 서비스, 높은 수준의 경기력이 필수다. 거기에 결과까지 따르면 정말로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리다. 경기 내용에 좋은 성적까지 가져가고 싶다.

- 박태하 수석코치 영입 등 변화가 있었다. 새해 첫 훈련을 소화해보니 어떤가?
우리 코칭스태프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부족했던 부분들이 많았다. 인품이나 축구 지식이 뛰어나시고 경험이 많은 박 코치가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도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능력 있는 분과 같이 일하면서 나 또한 많이 배우고자 한다.

- 대개 감독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코치를 선임하는 경우는 드문 일인데?
물론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스스로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 보니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나 혼자만의 팀이 아니고 FC서울이라는 더 큰 조직을 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프로는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선택한 것이다. 올 시즌 최고의 선택이자 영입이지 않나 싶다.

- 최 감독의 지도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하다.
현역 은퇴 후 이장수, 귀네슈, 빙가다 등 여러 감독을 모셨다. 옆에서 여러가지를 보고 듣고 느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각자 장단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좋은 것만, 확신이 드는 것만 활용하고 있다.(웃음) 그중 귀네슈 감독으로부터 빠르고 역동적인 축구를 많이 배웠다. 팬들의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지 않는 다이내믹한 축구를 하고 싶다.

▲ 지난 시즌 FC서울의 후반기 대약진을 이끈 원동력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한 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었다.
▲ 지난 시즌 FC서울의 후반기 대약진을 이끈 원동력은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한 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었다.

◆ "부드러움 속 강인함 있다" FC서울의 새 원동력 '형님 리더십'

- 지난 시즌 FC서울의 소방수로 투입돼 33경기서 20승5무8패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15위에 머물던 팀을 3위까지 이끌기도 했다. 힘든 점은 없었나?
힘들다거나 기대 이상이라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항상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더 높은 곳을 향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 한 해 15위에서 3위로 올라온 것은 지금 내 머릿속에 없다. 하지만 반드시 보완해야 하는 점은 보완해야 한다. 반복되는 실수가 나와서는 안 된다.

-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점과 아쉬웠던 것을 각각 꼽자면?
시즌 초반에 실의에 빠져 있는 선수들을 이끌고 승리해 나가면서 더 훌륭한 팀으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 정말로 흐뭇하다. 오랫동안 음지에 묻혀 있던 선수들을 내세워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로부터 과분한 평가를 받았다. FC서울에 걸맞는 결과물을 이끌어 냈다. 다만 내가 아무래도 젊다 보니 결정을 하는 데 있어서 성급한 게 있었다. 그래서 잃어버린 경기가 몇 번 있었다. 승점을 상대한테 뺏기는 순간의 고통은 상당히 심하다. 이제는 그런 것들이 더 나은 시즌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돌아보면 지난 시즌은 나에게 소중한 선물이자 다음 시즌을 위한 숨고르기를 했던 시간이었다.

- 감독 데뷔 시즌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몇 점 정도 줄 생각인가?
51점이다. 예전에 49점이라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 2점 정도는 충분히 더 줘도 될 것 같다. 나 또한 초심을 잃지 않았고, 선수들의 분위기나 훈련 태도, 정신력이 이제는 싹을 피우고 있으니 충분히 희망적이라는 생각이다. 단 2%의 중요성을 선수들의 자신감 찬 눈빛에서 확인했다. 선수들에게 낮게 점수를 매기는 건 동기부여를 스스로 만들기 위해서다. 비울수록 채울 게 많은 것 아니겠는가.(웃음)

- 지난 시즌에는 득점이 터졌을 때 선수보다 더 기뻐하는 세리머니로 큰 화제를 모았는데.
선수 시절에도 파격적인 세리머니를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직접 뛰질 못하니까 더 그랬던 것 같다.(웃음) 현장에서 머리나 마음속에 담아 뒀던 것들을 극적인 순간에 표출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팬들이 좋게 봐주셔서 고맙다. 팬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 팬들께 뭔가 볼거리를 제공해줘야 하는 게 우리의 임무다. 올 시즌에도 내가 팬들에게 볼거리를 선보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돼야 할텐데….(웃음)

- 선수들과 몸으로 부대끼는 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강점인 것 같은데.
모든 선수들은 자라온 환경이 다르다. 그 뒤에는 정말 감사해야 할 부모님들이 계신다. 축구 하나에 자기 인생을 걸고 노력하는 선수들을 보면 뭐라도 더 주고 싶은 애정이 솟는다. 선수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좋아한다. 하지만 선수 선발에 있어서는 공명정대를 원칙으로 한다. 훈련장에서나 경기장에서만큼은 실력으로 보여 달라는 거다. 시작과 끝은 분위기를 밝게 하되, 중간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오고가야 한다. 나는 다른 15개팀 감독님들 보다는 경험이나 모든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 이것들을 젊은 자신감으로 극복해야 할 것 같다.

- 최 감독을 진짜 형처럼 편하게 대하는 선수는 있나?
선수 개별적으로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으려 한다. 물론 선수들이 문젯거리가 생기면 해결해주고 싶다. 우리팀이 상당히 자유스러워 보이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장난 아니다.(웃음) 보이지 않는 내부기강이 다 잡혀 있다. 부드러움 속에서도 강인한 면이 있다는 것이 흐뭇하다. 다른 팀이 따라올 수 없는 FC서울만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명문 구단일수록 내부 기강은 절대적이다. 그게 따라주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순간의 성적 뿐이지 절대 전통은 세워지지 않는다.

▲ 최 감독은 지난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팀 컬러를 선보이고자 한다.
▲ 최 감독은 지난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새로운 팀 컬러를 선보이고자 한다.

◆ 변화의 2012시즌 "시작이 반, 초반부터 치고 나간다"

- 다음 시즌 '스플릿 시스템'이 새롭게 도입된다.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K리그는 16개팀이 전력차가 그리 크지 않다. 강팀도 방심하다가는 한 순간에 무너진다. 그런 면에서 승점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작이 반이라는 생각이다. 초반에 승점을 쌓아 놔야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는다. 그러다 시즌 중반 쯤 대표팀 차출이나 부상, 경고 누적 등의 다양한 문제들이 생기는 고비를 넘길 수 있다. 우리 선수들의 잠재력과 팀워크가 잘 발휘된다면 초반부터 치고 나갈 수 있다. 재미도 있고 공수가 균형 잡힌 축구, 여기에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는 FC서울만의 팀 컬러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 최 감독이 내다보는 K리그 새 시즌 판도는?
전북은 좋은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고, K리그 우승을 했기 때문에 사기만큼은 16개팀 중 최고다. 울산, 포항, 성남 등 상위권을 비롯해 하위권이었던 강원, 대전, 대구도 선수 보강을 알차게 하고 있다. 올 시즌은 아마 5~6개 팀의 초반 싸움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결국 얼마나 우수한 백업들을 보유하고 있고 활용을 잘 하는지가 핵심이다. 무엇보다 승점 관리를 잘해야 한다. 내 생각엔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4팀이 시즌 초반엔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전반기에 리그에서 승점을 쌓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게 아니다. 3,4월에는 체력적인 문제가 절대 나올 수가 없다. 오히려 경기 감각이나 끈끈한 조직력을 갖추는 데 큰 이점이 있다.


- 전북(김정우), 수원(라돈치치), 울산(이근호), 성남(윤빛가람) 등 라이벌 구단의 대형 영입이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서울은 잠잠한 상황인데?
언급된 선수들은 정말 그런 평가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좋은 팀을 선택한 만큼 거기서 얼마나 적응하고 자신의 경기력과 조합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도 나름대로 보강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앞서 몇 차례 말한 것처럼 공격보다는 수비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팀이 아니다. 공격과 수비도 한 요소에 기대지 않는 전체적인 개념으로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그래서 빨리 보강을 마친 팀들과 붙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 최강희 감독이 자리를 비운 K리그에서 FC서울이 새로운 '공격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이끄는 데얀의 존재감은 여전히 든든해 보인다.
데얀은 영리하다. 축구 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지능이 뛰어난 선수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사랑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제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게 'FC서울은 데얀의 팀'이라는 말이다. 데얀 주변에서 다른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역할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데얀도 그만큼 노력을 하고,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고, 동료들의 장단점을 잘 활용한 것이다. 성적을 내야하는 용병이기에 당연히 그 자리에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언론이나 방송에서는 데얀 데얀 하지만 그 이면에는 기존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본인이 그걸 모르면 이 팀에 있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데얀은 영리해서 그걸 잘 알고 활용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데얀과 몰리나의 더 나은 호흡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 기존 용병 3명 그대로 다음 시즌까지 함께 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아시아 쿼터(용병 제한과 별도로 아시아축구연맹 소속 국가 선수 1명을 영입할 수 있는 제도) 활용 계획은?
아무리 급해도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데려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아시아 쿼터로 한 자리 남는다 해서 보충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의심에서 확신으로 가는 선수가 보인다면 모르겠지만 급히 서두르지는 않을 생각이다.


- 마지막으로 새 시즌을 기다리는 축구 팬들께 전하고 싶은 말은?
지난해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새해를 맞아 다시 도약하는 K리그를 많이 사랑해주시길 바란다. 특히 FC서울 경기에도 많이 찾아 오셔서 뜨거운 응원 부탁드린다. 팬들의 응원은 FC서울이 목표치까지 갈 수 있는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한다. 우리도 더 노력해 좋은 경기력으로 꼭 보답하겠다.

▲ 새해 FC서울의 선전을 기대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최용수 감독.
▲ 새해 FC서울의 선전을 기대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최용수 감독.

<글 - 유성현 기자, 사진 - 이효균 기자>
더팩트 스포츠기획취재팀 yshal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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