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큰일나요" 재난지원금 현금화 '꼼수' 정부 엄포 효과 있나
입력: 2020.05.26 07:03 / 수정: 2020.05.26 07:03
25일 서울 시내에 있는 상품권 교환소 5곳을 찾았지만, 정부가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선불카드 등을 현금으로 매입하는 곳은 찾을 수 없었다. /문수연 기자
25일 서울 시내에 있는 상품권 교환소 5곳을 찾았지만, 정부가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선불카드 등을 현금으로 매입하는 곳은 찾을 수 없었다. /문수연 기자

"손님들 '깡' 요구 난감" 일부 자영업자들 고충 토로

[더팩트|문수연 기자] "현금 교환이요? 단속 걸리면 책임질거에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소비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지급되는 긴급재난지원금을 현금화하려는 불법행위에 정부가 대대적인 단속 및 처벌을 예고하며 강경대응에 나섰다.(5월 22일 자 <물건 되팔기부터 보험까지…재난지원금 불법 현금화 급증> 기사 내용 참조)

재난지원금을 지급 목적과 달리 현금화하다가 적발되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를 환수할 수 있다. 아울러 선불카드 불법거래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 '현금화' 관련 온라인 게시물 여전…상품권 교환소 "최근 문의 많이 줄어"

정부의 엄포 이후 이 같은 불법행위는 줄었을까. 25일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 검색창에 '재난지원금 현금화', '선불카드 현금으로 바꾸는 방법'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자 카페와 블로그 등에 다양한 사례와 질의응답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목적과 달리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적발 시 거래 금액을 환수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여전히 상품권 교환소 등을 통한 거례 사례 등 관련 게시물이 버젓이 공유됐다.

실제 현금화가 가능한지 살펴보기 위해 서울 지역에 있는 상품권 교환소를 찾았다. 중구에 있는 A 상품권 교환소의 경우 상품권 매입이 가능한지 묻자 "안 된다. 불법이다. 수수료를 떼고 매입하는 곳도 있다고 들은 바 있지만, 여기서는 (재난지원금) 선불카드 등은 취급하지 않는다"라며 거절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강남구에 있는 B 상품권 교환소에서도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내야한다"라며 "그동안 현금화를 목적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최근 들어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3~4일 동안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문의한 사람은 1명 뿐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교환소 외에도 이날 방문한 5곳의 상품권 교환소 모두 "다른 곳에서 알아보라"며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식당이나 마트를 운영하는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현금 깡을 요구하는 손님들의 부탁에 난감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문수연 기자
식당이나 마트를 운영하는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현금 깡'을 요구하는 손님들의 부탁에 난감하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문수연 기자

◆ 식당·마트 "손님들 '깡' 요구에 난감"

상품권 교환소와 달리 식당이나 마트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깡'을 요구하는 손님들의 무리한 부탁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깡'은 물품이나 서비스 구매 없이 현금화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시청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C 씨는 "소수지만, 지인이나 단골 손님들 가운데 재난지원금 카드로 음식값을 결제하고 일부 수수료만 제외하고 현금으로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어 난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D씨 역시 "많지는 않았지만 재난지원금으로 결제 후 현금으로 받을 수 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라며 "결제하는 순간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세금을 내야 하고, 무엇보다 불법행위인 만큼 거절했다. 그래도 단속이 강화돼서 최근에는 부탁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라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상대적으로 치료 비용이 높은 항목의 진료를 받고 실손보험을 청구해 현금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보험 업계에서는 꼼수 진료 여부를 골라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수연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상대적으로 치료 비용이 높은 항목의 진료를 받고 실손보험을 청구해 현금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보험 업계에서는 '꼼수 진료' 여부를 골라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수연 기자

◆ 실손보험 요청 급증…보험업계 "'꼼수' 구분 사실상 어려워"

재난지원금 지급 후 실손보험을 청구해 현금화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보험사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재난지원금으로 의료비를 결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과잉진료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료금액이 높은 정형외과 도수치료, 한의원 추나요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서울의 한 정형외과는 평일 아침부터 10여 명의 환자가 대기 중이었다. 재난지원금으로 도수치료 결제가 가능한지 묻자 병원 측은 "가능하다"며 "같은 질문을 하는 환자들이 최근 많았다"고 답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정해진 시간에 모두 예약 환자가 있어 당일 예약이 불가능하다"라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재난재원금 지급 이후 도수치료 예약 환자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영수증만으로 실비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보험사에서는 실제 치료 목적으로 병원을 방문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영수증만 있으면 실비 청구가 가능하기에 재난지원금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들어 유난히 도수치료를 받은 후 실비를 청구하는 고객이 늘어났다"며 "아파서 치료를 받은 것이라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꼼수'를 쓰는 일부를 찾아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munsuyeo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