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 주총 앞두고 '팩트 체크' 형식 반박 설명문 공개[더팩트ㅣ이성락 기자] 한진그룹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 등 3자 연합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한진은 20일 '팩트 체크, 조현아 주주연합 그럴듯한 주장?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설명문을 냈다.
먼저 한진은 설명문을 통해 현 경영진이 한진칼과 대한항공 경영에 실패했다는 3자 연합의 주장을 반박했다. 앞서 3자 연합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의 당기순이익 적자 누적이 한진칼은 총 3500억 원, 대한항공은 1조74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영구채를 포함하면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이 1600%에 이른다는 분석도 내놨다.
한진은 "항공기 기재 보유 구조상 당기순이익이 수익률의 유일한 기준으로 사용될 수 없다"며 "오히려 기업 이익 창출 능력의 지표 중 하나인 '영업이익'의 경우 매년 흑자 행진을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임직원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중대한 시점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수치만 들이대며 회사를 흔드는 투기 세력의 경영권 위협은 한진그룹의 발전이 아닌, 사익을 위한 것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진은 또 "국제회계기준상 영구채 발행은 현재 자본으로 인식된다. 이와 같은 특성상 재무 구조 개선 및 신용도를 제고할 수 있고, 다른 차입금의 이자율을 절감하는 효과로 이어진다"며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회계기준을 오도하고, 타 기업 및 금융기관에서도 활용하는 영구채 발행을 부정하는 것 자체가 조현아 주주연합의 억지"라고 설명했다.
일본항공(JAL) 사례를 접목하는 게 한진그룹 정상화의 해결책이라는 3자 연합의 주장에 대해서도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한진은 "이와 같은 시각은 대한항공과 JAL이 각각 처한 상황을 오판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JAL은 사실상 공기업(주인 없는 회사)으로, 파벌과 방만한 자회사 운영, 일본 시장 의존, 과도한 복리후생과 기업연금 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돼 경영 실패에 이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JAL의 회생에 실질적 영향을 준 것은 정부의 자금 지원"이라며 "JAL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금융기관 채권의 87.5%에 달하는 5215억 엔을 비롯해 약 7300억 엔 채무 탕감, 정부계 펀드인 기업재생지원기구의 3500억 엔 출자, 일본정책투자은행의 6000억 엔 신규자금 투입, 일본항공 주식 100% 감자(자본금 2510억 엔)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진은 "특히 JAL은 방만한 기업 운영으로 5만1000명이 넘었던 직원 중 약 37%에 달하는 1만9000명을 감축, 3만2000명까지 줄였다"며 "사실상 조현아 주주연합이 한진그룹의 인적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JAL의 회생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날 한진은 설명문에서 3자 연합의 '실체'와 '의도'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진은 KCGI 대표가 해외 헤지펀드와 달리 '먹튀'가 아닌 장기투자자(만기 14~20년)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존속 기간 10년인 제1호 사모펀드(PEF)는 등기부에 존속 기간 10년만 명기돼 있고 존속 기간 연장에 관한 내용이 없다"며 "제1호의 5 PEF도 2년씩 2회 연장이 등기돼 있으나, 대부분 투자자의 전원 동의가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존속 기간이 3년에 불과한 7개의 KCGI PEF는 투자자들이 3년 후 청산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따라서 KCGI가 그동안의 주장과 달리 단기투자목적의 '먹튀'를 위해 투자자금을 유치했다는 걸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한진은 3자 연합이 경영 일선에 참여하지 않고 지배구조 개선, 투명 경영 등을 지향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폐쇄적 족벌 경영의 대표격인 반도건설, 지배구조 최하위 등급을 받은 조선내화로부터 투자를 받은 KCGI, 땅콩회항을 비롯해 한진그룹 이미지를 훼손한 조현아 전 부사장이 과연 투명 경영과 주주가치 제고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사회 장악 및 대표이사 선임 후, 대표이사 권한으로 조현아 주주연합의 당사자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미등기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며 "이같은 수순으로 회사를 장악할 것이 뻔하다. 바로 이것이 명백한 경영 참여이며 경영 복귀인 것이다. 해외 금융·투기 세력들이 기업 경영권을 찬탈하는 과정도 이와 동일하게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한진은 반도건설의 허위 공시 논란과 관련해 "권홍사 회장은 조원태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한진그룹 명예회장 후보자 추천, 등기임원·감사 선임, 부동산 개발권 등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며 "반도건설이 경영 참가 목적을 숨기고 단순투자로 허위 공시한 것은 시장 질서를 교란해 자본시장의 공정성 및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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