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장손 합류' 삼양통상, '독립성 결여' 사외이사 선임…투자자 '우려'
입력: 2020.03.19 07:38 / 수정: 2020.03.19 07:38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사진)이 오는 20일 삼양통상 주주총회을 통해 사내이사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같은날 사외이사에 선임될 두 후보가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삼양통상 본사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삼정개발빌딩. /더팩트 DB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사진)이 오는 20일 삼양통상 주주총회을 통해 사내이사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같은날 사외이사에 선임될 두 후보가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삼양통상 본사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삼정개발빌딩. /더팩트 DB

20일 삼양통상 주총…사외이사 후보 독립성 결여 논란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GS칼텍스를 퇴사한 GS 오너 일가의 직계 장손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의 향후 거취로 주목된 삼양통상이 엉뚱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다. 정부가 올초 상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외이사의 임기 제한을 강화하는 등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오랜 기간 동안 같은 회사에서 근무를 했던 사람과 임직원 정년을 훨씬 넘은 84세의 고령이 신임 이사 후보로 나왔기 때문이다.

삼양통상은 오는 20일 제59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의 건을 통해 사내이사 1인,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하는 안건을 공시했다. 허준홍 전 부사장이 신임 사내이사에, 이길재·조관현 후보자가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허남각 현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이자 삼양통상 최대주주(22.05%)인 허준홍 전 부사장은 본래 기타 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속해있었으나 지난해 말 GS에서 나와 삼양통상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내이사로 변경된다.

다만 이길재·조관현 후보의 신임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특히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두 후보의 선임을 적극 반대하고 나서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모피 및 가죽 제조업체 삼양통상이 이번 주총에 상정하는 안건 중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하라고 투자자들에게 권고한 상황이다.

19일 좋은기업지배연구소와 업계에 따르면 먼저 이길재 후보는 지난 2016년까지 37년 간 삼양통상에서 근무했던 인물로, 회사의 제혁부문을 총괄하는 부사장도 10년 간 역임한 바 있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투명성 발휘 여부가 가능한 지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또 이 후보가 사외이사와 함께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에도 올랐기 때문에 회사의 내부 사정까지 아는 인물이 선임될 경우 독립성이 결여된다는 지적이다.

조관현 후보의 경우 삼양통상 출신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령의 나이가 논란을 키운다. 1936년생인 조관현 후보는 올해 만 84세로 기업 임직원 정년인 65세보다 20살 가량 많아 사회적 흐름을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조 후보가 세계자동차공업연합회 부회장을 지내며 현재 삼양통상의 비상근 기술고문으로 재직하고 있어 사외이사의 고유한 역할 훼손 우려도 벗어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GS 일가 장손 가문이 뿌리를 둔 삼양통상은 모피 및 가죽 제조업체로 핸드백·신발·카시트 등 제조에 사용되는 피혁과 야구글러브 등 가죽 제품을 만들어 판매 및 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삼양통상 홈페이지 갈무리
GS 일가 장손 가문이 뿌리를 둔 삼양통상은 모피 및 가죽 제조업체로 핸드백·신발·카시트 등 제조에 사용되는 피혁과 야구글러브 등 가죽 제품을 만들어 판매 및 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삼양통상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삼양통상은 두 후보의 사외이사 선임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이들의 풍부한 경험과 능력이 사외이사에 충분히 적합한 인물이라는 설명이다.

삼양통상 관계자는 "후보자들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 및 실무 경험이 풍부하고 감사위원회 위원으로의 역할에서도 법령상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최근 3년 간 당사와 거래관계가 없고 체납사실 여부도 없어 회사와 독립적인 지위에서 효과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이사회 만장일치를 통해 안건으로 결정된 사안이다"고 말했다.

다만 삼양통상의 사외이사 선임 배경에도 불구하고 독립성 결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삼양통상의 주요 안건들을 결정하는 현 이사회 구성원 6명 중 5명이 내부인이며, 기존 사외이사였다가 이번 주총을 통해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자리를 옮길 박노관 이사 역시 과거 삼양통상 사장까지 역임하며 오랜 기간 동안 회사에 몸담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삼양통상의 주총의 경우, 최대주주인 허준홍 전 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이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아 사외이사 선임 논란은 증폭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허준홍 전 부사장은 올해 GS그룹 내 계열사 경영에서는 물러났지만 삼양통상의 최대주주 타이틀과 함게 사내이사 자리까지 선임되며 사촌 형제들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윤홍 GS건설 사장, 허철홍 GS칼텍스 상무, 허치홍 GS리테일 부장 등과 여전히 GS그룹 4세 후계 구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한편 삼양통상은 고(故) 허만정 GS 창업주의 장남이자 故 허정구 전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직계가 뿌리를 이어가고 있는 'GS 장남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故 허정구 명예회장의 장남이 허준홍 전 부사장의 부친 허남각 현 삼양통상 회장이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1920억 원, 순이익은 440억 원 가량으로 사업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지만 이번 허준홍 전 부사장의 합류로 GS 장손명맥을 3대째 이어가고 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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