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배상금 내놓는데…지지부진한 키코 배상안 수용
입력: 2020.02.16 08:15 / 수정: 2020.02.16 08:15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키코 피해기업들에게 배상금 지금 방침을 통보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배상금 지급 방식을 합의하는대로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더팩트 DB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키코 피해기업들에게 배상금 지금 방침을 통보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배상금 지급 방식을 합의하는대로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더팩트 DB

우리은행, 키코 피해기업에 배상금 지급 통보

[더팩트│황원영 기자] 우리은행이 12년 만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불완전판매 배상금 지급에 나서면서 다른 은행들이 금융감독원(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수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은행들은 분쟁조정안 수용에 난색을 표하며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키코 피해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피해보상은 늦어질 전망이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키코 피해기업들에게 배상금 지금 방침을 지난 13일 통보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배상금 지급 방식을 합의하는대로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우리·신한·KDB산업·하나·대구·한국씨티)의 불완전 판매 책임이 인정된다며 4개 피해 기업에 255억 원(손실액의 15~41%)을 배상하라고 조정했다.

이중 우리은행은 재영솔루텍과 일성하이스코에 42억 원을 배상키로 했다. 배상금은 각각 일성하이스코 32억4000만 원, 재영솔루텍 10억 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분쟁조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금감원에 통보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신한·신한·KDB산업·하나·대구·한국씨티 등 5개 은행은 아직까지 조정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신한 150억 원, 산업 28억 원, 하나 18억 원, 대구 11억 원, 시티 6억 원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정식 안건으로 올리지 못했다. 하나은행 역시 이달 3일 열린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올렸으나 결론 내지 못했다. 두 은행 모두 추가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한인 10년이 지난만큼 선뜻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소멸시한이 지난 상태에서 배상에 나설 경우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장이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해 배상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정소양 기자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장이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해 손해 배상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정소양 기자

또한 이번 배상으로 선례를 남기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분쟁조정안을 수락할 경우 다른 금융상품에 대한 손실도 보장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게다가 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나머지 피해기업에 대한 분쟁도 자율조정해야 하는데, 배상 규모가 약 2000억 원에 이른다는 점도 부담이다.

앞서 금감원은 분쟁조정 대상에 속하지 않은 피해기업 147곳에 대해서는 11개 은행들이 공동 협의체를 꾸려 자율배상하라고 권고했다. 공동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인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은행이 결정을 미루자 금감원은 지난 7일로 예정됐던 분쟁조정안 수락 여부 통보시점을 다음 달 6일로 한 차례 더 연장했다. 1차 통보시한은 지난달 8일 이었다. 통보 기한을 두 달 가까이 늘린 것이다.

이에 업계는 은행들이 결국 배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감원이 계속해서 시한을 연장하는 것이 은행권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라는 분석이다. 금감원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 분쟁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는 만큼 금감원은 기한을 연장하며 배상안 수락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다.

라임 DLF(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 사태 등으로 연일 정치권의 은행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은행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편 은행들이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키코공동대책위원회(키코공대위)는 '책임회피'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키코공대위는 11일과 12일 연일 성명서를 내고 "은행들은 언제까지 핑계를 대며 미루기만 할 것이냐"며 "금감원의 분쟁조정으로 불법성이 밝혀진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은행들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은행들은 정정당당하게 은행협의체에 나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약점 범위에서 벗어나면 손실을 보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이 대거 피해를 봤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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