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확대경] '형 허창수→ 동생 허태수' GS그룹 '승계 공식' 쏠린 눈
입력: 2019.12.04 06:34 / 수정: 2019.12.04 07:07
15년 동안 GS그룹을 이끌어온 허창수 회장(왼쪽)이 동생 허태수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내주고 물러났다. /더팩트 DB, GS 제공
15년 동안 GS그룹을 이끌어온 허창수 회장(왼쪽)이 동생 허태수 부회장에게 회장직을 내주고 물러났다. /더팩트 DB, GS 제공

'허만정 창업주→허준구 명예회장→허창수 회장→허태수 신임 회장'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GS그룹이 15년 만에 사령탑을 교체했다. 허창수 회장이 물러나고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르며 고(故) 허만정 창업주의 3남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두 아들 간 자리 교체가 이뤄졌다.

GS그룹은 3일 오전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허창수 회장이 공식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허태수 부회장을 그룹 신임 회장으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4년 LG와의 분리 때부터 GS를 이끌었던 허창수 회장은 15년 만에 그룹 경영에서 물러나게 됐다.

허태수 신임 회장은 허창수 회장의 동생이다. 사실상 3세 경영의 마지막 주자로 꼽힌다. GS그룹은 신임 회장 추대와 관련해 "주주들 간에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이 차기 회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허태수 부회장이 주주 간 합의를 거쳐 최종 추대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허태수 신임 회장은 '포스트 허창수' 후보군에서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다. GS그룹의 주요 특징이 '가족 경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누가 경영권을 쥐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날 인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재계 안팎에서는 '포스트 허창수'를 놓고 갖가지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었다.

3세 형제 경영에서 4세 사촌 경영 시대를 연 두산과 사촌 간 경영권 승계가 자리 잡은 LS, 장자 승계로의 연착륙에 성공한 LG, 효성그룹에 이르기까지 다수 그룹이 안정적인 경영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지만, GS그룹의 경우 지난 2004년 그룹 출범 이후 줄곧 허창수 회장이 수장으로 자리를 지켜왔다. '형제 경영' 또는 '사촌 경영'과 같이 대를 이어져 내려온 승계 공식이 없다는 점은 GS그룹의 승계에 관심이 쏠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더욱이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LS그룹이 10년을 주기로 한 '사촌 경영'의 틀을 잡아가면서 일각에서는 GS그룹 역시 이와 비슷한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그룹 지주사인 ㈜GS 지분 현황 역시 차기 그룹 회장을 점치는 근거로 활용돼 왔다. 특히, 총수 일가 3세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5.25%)을 보유 중인 허창수 회장 사촌 동생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의 경우 승계 시나리오에서 늘 이름이 거론됐다. 허태수 신임 회장의 ㈜GS 지분율은 1.98%다.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2020년도 임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GS 제공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2020년도 임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GS 제공

'4세 승계' 시나리오에서는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허동수 회장의 아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남각 회장의 아들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허광수 회장의 아들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정수 회장의 아들 허철홍 GS칼텍스 상무 등이 거론됐다. 특히 이들이 회사 곳곳에 포진해 활발한 경영 활동을 이어가는 것과 동시에 ㈜GS 지분 매입 움직임을 조금씩 보이자 허창수 회장에 이어 4세 경영 체제가 곧바로 구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결과적으로 '4세 젊은 총수'는 탄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GS그룹의 승계 공식을 가늠할 수 있는 단초라는 해석도 나온다. 장자 라인이 아닌 '허만정 창업주-허준구 명예회장-허창수 회장-허태수 신임 회장' 등으로 연결된 승계 구도가 그 근거다. 일가 3세 중에서도 허준구 명예회장의 아들들이 가진 주도권이 향후 3대 회장 승계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러한 예상 속에서 주목받는 인물은 허윤홍 부사장과 허철홍 상무다. ㈜GS 보유 지분은 허철홍 상무가 1.37%로 허윤홍 부사장(0.53%)보다 많지만, 현재 직급과 경영 활동을 고려하면 허윤홍 부사장이 더 유력하게 비춰지고 있다.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부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부사장에 이어 1년 만에 초고속 승진이다.

반면, "섣부른 예측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룹 출범 이후 첫인사인 데다가 '철저한 성과주의'라는 인사 원칙을 고려할 때 허 신임 회장으로의 교체는 되려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허 신임 회장은 GS홈쇼핑 대표이사에 올랐을 당시 산업 전반의 성장이 정체되고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는 등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 속에서도 회사 실적을 두 배 이상 끌어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허 신임 회장이 GS홈쇼핑 대표로 취임하기 이전 취급액은 연간 1조8946억 원, 당기순이익은 512억 원이었지만, 지난해(2018년) GS홈쇼핑 취급액은 4조2480억 원, 당기순익은 1206억 원으로 높아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 결과만으로 앞으로 전개될 GS그룹의 승계 구도를 예단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물론 허윤홍 부사장의 사장 승진 등을 4세 승계의 신호탄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지만, 허태수 신임 회장의 검증된 리더십을 볼 때 GS그룹이 승계를 위한 최우선 기준을 '가계도'가 아닌 '실력'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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