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5년간 7만 명 고용'을 약속했다. 하지만 불매운동 영향 등 불확실한 대내외적 경영 환경 탓에 롯데 내부적으로 유의미한 고용 확대 움직임이 당분간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 /더팩트 DB |
신동빈 "5년간 7만 명 고용" 약속 잘 이행되나…경영 불확실성 확대로 당분간 주춤할 듯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롯데가 일본제품 불매 운동 타깃으로 지목되는 등 경영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연일 확대되는 불확실성 속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출소 직후 발표한 롯데의 '5년간 7만 명 고용' 계획도 실천 시작 단계에서부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의 하반기 공개채용 규모가 이전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로 인해 고용을 늘리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롯데 관계자는 "투자나 고용 등은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는 지난해 10월 5년간 50조 원 신규 투자와 7만 명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롯데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자"는 신동빈 회장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롯데의 투자·고용 확대 발표는 신동빈 회장이 8개월여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직후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올해 롯데는 지난해보다 약 10% 증가한 1만3000명 이상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공개채용 규모 역시 이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롯데는 지난해 상·하반기 공개채용으로 신입사원과 인턴 총 2250명을 선발한 바 있다.
하지만 매출 하락 등 악재 속에서 신동빈 회장이 올해 고용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재계 시선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어진 무역분쟁과 최근 일본 경제보복 등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이 고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 주요 계열사는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 기업이라는 소문에 반발, 최근 롯데주류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뿌리고 있는 인쇄물. /이성락 기자 |
롯데는 내수 부진과 온라인 경쟁 심화 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고용 확대 발표 당시 유통과 이커머스 분야에서 대규모 채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재벌닷컴이 각사 사업보고서와 반기보고서 등을 토대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 침체에도 반도체와 전자·IT 사업 관련 회사의 직원 수는 늘어난 반면 유통 관련 직원의 수는 줄었다.
해당 자료에서 롯데그룹의 직원(상장사 기준)이 지난해 말 5만465명에서 올해 6월 말 4만9818명으로 647명(1.3%) 줄어든 것만 보더라도 롯데의 고용 확대 목표가 달성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러한 롯데의 인원 감소는 국내 10대 그룹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문제는 어려운 경영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롯데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일본 기업'으로 낙인찍혀 불매운동 타깃이 됐다. 주가가 급락하는 등 불매운동의 피해 영향은 주로 유통 부문과 주류, 식품, 패션 사업 등으로 향하고 있다.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약속한 고용 확대 이행 여부는 외부적으로 쉽게 파악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 공개채용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계열사별 자체 채용이 늘어나는 등 합산의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롯데는 '5년간 7만 명' 목표와 관련해 향후 변동 추이와 현황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