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체험기] '배달의민족' 앱으로 중학교 운동장서 맥주 시켰더니...
입력: 2019.07.18 07:20 / 수정: 2019.07.18 07:20
정부는 지난 9일 주세법 기본통칙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으로 치킨 등과 함께 생맥주 배달이 가능해졌으나 미성년자들의 주류 주문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모호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중학교에서 배달 앱을 통해 치킨과 생맥주를 주문했다. /마포구=이민주 기자
정부는 지난 9일 주세법 기본통칙을 개정했다. 이번 개정으로 치킨 등과 함께 생맥주 배달이 가능해졌으나 미성년자들의 주류 주문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모호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중학교에서 배달 앱을 통해 치킨과 생맥주를 주문했다. /마포구=이민주 기자

배달 앱 특성상 청소년 주류 접근 가능성↑

[더팩트ㅣ마포구=정소양 기자] 앞으로는 주세법 기본통칙 개정으로 치킨 등 음식을 주문할 때 생맥주도 함께 주문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배달 앱 시장 성장과 주류 배달에 대한 국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9일부터 생맥주를 별도의 용기에 담아 배달하는 행위를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더팩트> 취재 결과 미성년자인 청소년들이 제도를 악용해 주류를 배달시킬 가능성도 더욱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배달 앱'을 이용할 경우 청소년들의 주류 접근 가능성은 월등히 커졌다.

<더팩트> 취재진은 청소년들이 배달 앱을 이용해 주류를 얼마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6일 오후 5시께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중학교를 찾았다. 하교 시간이 지났지만 학교 운동장에 남아있는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배달 앱을 통해 치킨과 생맥주를 주문하기 위해 중학교 운동장 옆 설치된 의자에 앉았다.

이번 취재에는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쿠팡 등 국내 배달 앱 중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을 이용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배달 앱인만큼 현재 제기되고 있는 '청소년 주류 접근' 문제에 대한 방안 마련에 대한 책임도 가장 크기 때문이다.

먼저 배달 앱을 통해 주류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성인 인증'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알아봤다.

비회원으로 주문 시 주류는 구매할 수 없었다. '회원'의 개인정보를 통해 주문자가 성인임을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성인을 인증한 ID로 로그인을 하자 이후 주류 주문에 어떠한 구애도 받지 않았다. 배달 앱의 경우 회원 ID 당 연 1회 성인인증만 거치면 누구나 주류 주문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는 직접 대면하고 주문을 받지 않는 배달 앱 특성의 맹점이기도 하다. 지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하거나 배달 앱 회원 ID를 빌린다면 미성년자도 주류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번의 성인 인증을 거친 ID로 주류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의 성인 확인 절차는 없었다. 주문 과정 말미에 "주류 구매의 경우 신분증을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한 번 안내될 뿐이었다.

배달 장소에도 제한은 없었다. 배달장소를 중학교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문 진행 과정 혹은 그 이후에도 성인임을 확인하기 위한 연락이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마지막 희망을 걸어본 것은 '배달원'이었다. 배달원은 주문자를 직접 만나는 유일한 사람으로, 주문자가 미성년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주문자를 직접 만나는 '배달원'의 역할이 중요했다. 배달원이 배달 현장에서 주류를 주문한 사람을 상대로 신분증 확인 등 미성년자 여부를 확인한다면 청소년의 주류 접근 가능성은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배달원이 도착하자 주문했던 음식과 생맥주만 건네고 바로 가버리려 했다. 취재진이 "주류를 구매했는데 신분증 확인은 하지 않나"고 묻자 배달원 A 씨는 "보통 신분증 검사를 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취재진이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한 장소는 '학교'였다. 배달원 A 씨에게 "학교로 배달 요청을 했다. 따로 회사나 가게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라는 지시가 있었냐"고 묻자 A 씨는 "따로 요청을 하진 않았다"며 "저는 배달만 해서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특히, 요즘 대다수의 음식점은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한다. 미성년자가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주류를 구매했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은 배달대행업체가 아닌 음식점주가 받게 된다. 즉, 배달대행업체는 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 보니 주문자의 미성년자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에서 주류를 포함한 음식을 주문하자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은 비회원일 경우 주류 주문이 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캡처
국내 대표적인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에서 주류를 포함한 음식을 주문하자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은 비회원일 경우 주류 주문이 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달의민족 어플리케이션 캡처

실제로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한 것이 적발될 경우 법적 책임은 음식점주에게 있다. 이러한 법적 구조에 대해 음식점주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마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장 B 씨는 "전화 주문의 경우 목소리를 통해서라도 나이를 어느정도 추측 가능하다"며 "그러나 배달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사실상 주문자의 정보에 대해 알 길이 없다. 성인 인증을 걸친 배달 앱을 통해서 주문 받은 음식과 주류에 대해 제공한 것인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은 점주인 우리에게만 있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17일 <더팩트>에 "법적으로는 배달음식점이 음식에 부수해서 주류를 판매하는 경우, 주문자/음식수령자가 성인인지 음식점에서 반드시 확인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우아한형제들에서는 주문 중개 플랫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기본적으로 배달의민족 앱 상에서 주류를 포함한 음식 주문을 하는 경우 예외 없이 성인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음식점주들이 법을 위반해 처벌 받는 일이 없도록 주류를 배달 판매함에 있어 주의해야할 부분을 끊임없이 계도,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을 통한 주문에서 주류가 포함됐을 경우 음식을 건낼 때 라이더가 수령인의 성년 여부를 확인하는 책임과 의무는 음식점과 배달원에게 있다는 것이다.

배달 앱을 통한 주류 구매 시 주문과정 말미에 주류를 주문할 경우, 신분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한 번 안내될 뿐 별다른 성인 인증 절차는 없었다. 특히, 배달받을 장소를 중학교로 설정하였음에도 어떠한 확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민주 기자
배달 앱을 통한 주류 구매 시 주문과정 말미에 "주류를 주문할 경우, 신분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한 번 안내될 뿐 별다른 성인 인증 절차는 없었다. 특히, 배달받을 장소를 중학교로 설정하였음에도 어떠한 확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민주 기자

이 관계자는 "배달의민족과 배민라이더스 서비스를 구분해서 봐야한다"며 "주문 중개뿐 아니라 배달까지 다 해 주고 있는 배민라이더스는 라이더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통해 음식을 건낼 때도 반드시 신분증 확인을 통해 성인 여부를 체크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각에서 배달 앱 때문에 청소년 등 미성년자의 주류 구매가 더 용이해졌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배달 앱이기 때문에 오히려 모바일 상에서 성인 인증을 거쳐야 하는 절차가 하나 더 생겼다"고 설명했다.

배달 장소 제한 조치 등에 대한 질문에는 "배달 장소 제한 관련 법이 없을뿐더러 배달의민족이 특정 장소의 배달을 제한하는 등의 권한도 없다"며 "다만 음식(주류)을 전달할 때 반드시 신분증 대조를 통해 수령자가 성인인지 확인하게끔 음식점 및 사장님들에게 최대한 계도하고 교육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2018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술을 직접 구매한 청소년 중 32.2%는 배달주문을 통해 술을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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