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조원태 한진 회장 "'수송보국' 철학 계승…경영은 과감하게"
  • 이성락 기자
  • 입력: 2019.06.03 16:49 / 수정: 2019.06.03 16:49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조원태, 회장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더팩트ㅣ코엑스=이성락 기자] "'수송 보국'이라는 조양호 회장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이어나가겠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로서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한항공 미래'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향후 경영 방향과 관련해 "조양호 회장의 방향성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면서도 "좋지 않은 시장 환경을 고려해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수도 있다"며 변화를 예고했다.

조원태 회장은 3일 오후 2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가 국내에서 공식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2017년 1월 대한항공 사장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날 조원태 회장은 갈색 서류 가방을 직접 들고 검정 양복에 회색 넥타이 등 '샐러리맨' 차림으로 행사장에 도착했다. 취재진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그는 우선 마무리 단계인 IATA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된 의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전 세계 290개 항공사와 제조사, 정부 기관 및 관계 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IATA 총회는 '항공 업계의 유엔 총회'로 불리는 행사다.

조원태 회장은 "이번 IATA 서울 총회 개최를 통해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항공 산업 위상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항공 주요 인사들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서울에 처음 방문한 이들이 많았다. 날씨 등 좋은 환경에서 행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서 서울을 찾은 분들이 좋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대한항공을 둘러싼 현안이 산적한 만큼 취재진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이새롬 기자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대한항공을 둘러싼 현안이 산적한 만큼 취재진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이새롬 기자

이어 조원태 회장은 '대한항공의 미래'에 대한 대략적인 계획을 설명했다. 주요 내용은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의 공격적 대응 ▲서비스 현대화 ▲서비스 간소화 ▲노동 환경 개선 등이다.

조원태 회장은 "최근 시장 동향을 보면 LCC의 성장세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 조금 더 과감한 전략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항공기는 와이파이 등 좌석 서비스 현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일부 항공기에서는 퍼스트 클래스를 없애는 등 서비스 간소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회장에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천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바로 노동 환경 개선 문제"라며 "승무원 부족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최근 채용을 많이 했다. 우리의 가장 큰 고객은 '직원'이라는 생각 아래 실무진에서부터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조원태 회장은 조양호 회장의 경영 철학을 그대로 이어나갈 것을 지속 강조했다. 그는 "'수송 보국'이라는 경영 철학을 강조했던 조양호 회장 경영 당시 대한항공과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물론 시대에 맞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 주어진다면 임원들과 함께 의논해서 과감하게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은 다소 '민감한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발언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원태 회장은 '삼남매 불화설'에 대해 "조양호 회장께서는 항상 가족들이 화합해서 회사를 지키길 원했었다"며 "그걸 바탕으로 가족 간 많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완벽하다고 말씀을 드릴 순 없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지켜봐 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기자간담회를 마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새롬 기자
기자간담회를 마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건물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새롬 기자

한진칼의 2대 주주로 떠오른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KCGI는 경영권과 관련해 올해 정기 주주총회 때부터 한진 측과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비밀 만남을 통해 KCGI 측이 조원태 회장의 우군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조원태 회장은 "KCGI는 한진칼의 대주주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며 "최근 저와 회사가 공식적이던, 비공식적이던 KCGI와 접촉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조원태 회장은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다"며 "말하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을 아꼈다.

이날 조원태 회장의 기자간담회는 산적한 현안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며 예상보다 20분 늘어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조원태 회장은 이 시간 동안 국내 기자와 외신 기자의 질문을 번갈아 총 17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조양호 회장과 관련된 질문에서는 머뭇거리긴 했지만,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을 유지하며 차분히 답변을 이어나갔다.

조원태 회장은 "사실 누가 '회장님'이라고 부르면 익숙하지 않다. 아직 옆에 아버님이 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갑작스럽게 일을 당하고 지금도 마음이 허전한 것은 있다"며 "그렇지만 회사의 미래를 위해 더욱 노력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이 향후 50년도 항공 업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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