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는 것 두려웠나" 하나투어, 이번엔 '블라인드' 논란
입력: 2019.04.17 07:29 / 수정: 2019.04.17 19:18
하나투어 직원들이 직장인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 앱에 회사 임원과 관련한 글을 올렸다가 이유도 모른 채 이용 정지를 당했다며 글도 모두 삭제됐다고 하소연했다. /신지훈 기자
하나투어 직원들이 직장인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 앱에 '회사 임원과 관련한 글을 올렸다가 이유도 모른 채 이용 정지를 당했다'며 '글도 모두 삭제됐다'고 하소연했다. /신지훈 기자

<더팩트> 단독 보도 관련 글 모두 누군가 신고로 삭제…작성자는 이용 정지

[더팩트 | 신지훈 기자] "기사를 보고 화가 나서 '나도 부사장 되고 싶다'고 썼다. 이 회사에 다니는 게 창피해졌다.", "왜 블라인드를 이용했겠느냐. 익명성을 보장받되 회사가 잘못한 부분을 직원들에게 알리고,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기사 링크를 올린 것이다. 그런데 이용 정지를 당했다."

하나투어 직원들이 직장인 익명게시판인 블라인드 앱에 '회사 임원과 관련한 글을 올렸다가 이유도 모른 채 이용 정지를 당했다'며 하소연했다. 글을 올린 직원들은 "회사에서 블라인드를 감시하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특히 한 직원은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직원들의 해우소인 이곳까지 건들려고 하느냐"고 말했다.

지난 11일 <더팩트>는 하나투어 부사장의 ‘갑질폭행’ 사건을 단독 보도했다. 하나투어 중국글로벌사업본부장을 맡았던 A부사장이 한 협력사 대표를 폭행해 법원으로부터 처벌 받은 것. 그럼에도 하나투어는 별다른 제재없이 A부사장의 직급을 유지시킨 채 오히려 더 책임 있는 부서에 ‘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도가 나간 후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상생’을 통해 하나투어와 협력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동반성장을 목표로 상호 수익을 공유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갑질을 했다"며 분노했다. 하나투어 직원들도 대다수가 ‘창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나투어 한 직원은 "갑질한 부사장을 중용한 회장 및 사장도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특히 <더팩트> 확인 결과, 하나투어 몇몇 직원은 블라인드 하나투어 단일 게시판에 해당 기사를 올렸다. 직원들이 기사를 보고 함께 반성하자는 의미였다. 11일 블라인드에 <더팩트> 기사 링크를 올린 한 직원은 "아무리 우리 회사 부사장이라도 잘못한 것을 잘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직원들이라도 기사를 읽고 협력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상생하자는 의미로 기사를 소개했다"고 말했다. 글을 올린 또 다른 직원은 "기사를 읽고 너무 화가 나서 블라인드에 ‘나도 부사장하고 싶다’고 썼다"며 "‘부사장이면 뭘 해도 되는 구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나투어 직원들이 블라인드에 올린 갑질 폭행 A부사장과 관련한 글들은 모두 삭제됐다. 글을 쓴 직원들 또한 누군가의 신고로 모두 이용 정지됐다. /독자 제공
하나투어 직원들이 블라인드에 올린 '갑질 폭행' A부사장과 관련한 글들은 모두 삭제됐다. 글을 쓴 직원들 또한 누군가의 신고로 모두 이용 정지됐다. /독자 제공

그러나 블라인드에 글을 올렸던 직원들에 따르면 이들의 글은 올린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모두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글을 올렸던 직원 모두 블라인드 자체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남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이들을 누군가가 신고해 모두 이용 정지된 것.

글을 올렸던 한 직원은 "회사에서 블라인드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글을 신고하고, 삭제되게 만들고, 이용 정지되게 만드는 것이 정상인 것인가, A부사장 사건을 숨길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먼저 징계를 내리고 협력사에 사과했어야하는 것 아니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워낙 회장님의 총애를 받아 일 잘하는 부사장인줄로만 알았다"며 "이런 사건이 있었던 것도 모자라 블라인드까지 감시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회사에서 신고를 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의구심은 떨칠 수가 없다. 회사 내에선 기사 링크로 접속하지 못하게 막아놨다"고 했다.

한편 하나투어 측은 직원들의 블라인드 글을 신고하고 삭제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는지 묻자 "절대 그럴 일 없다.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블라인드는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고충과 정보 등 다양한 이야기 거리들이 공유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gamja@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