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입차 판매는 전년보다 10% 이상 늘었지만 일본 자동차는 3% 오른 데 그치며 더딘 성장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부산모터쇼에 전시된 닛산 '캐시카이'. /더팩트 DB |
혼다·닛산·인피니티 지난해 판매량, 20%가량 급감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수입 자동차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지만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이 기류에 편승하지 못한 모양새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는 전년보다 10% 이상 늘었지만 일본 자동차는 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일본차 브랜드들의 성장이 더딘 이유는 소비자 신뢰도 하락과 라인업 부족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전체 등록 대수는 26만705대로 전년 23만3088대보다 11.8% 증가했다. 수입차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26만 대 고지를 밟으며 고공 성장했다.
모든 수입차 브랜드들이 전체적으로 판매량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독일차 브랜드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지난해 국가별 등록 대수를 살펴보면 독일차가 15만3447대로 전년 13만2236대보다 16.0% 증가했다. 점유율은 58.9%에 달한다. 일본차는 4만5253대로 전년 4만3582대보다 3.8% 성장했고, 미국차는 2만1277대로 6.3% 증가했다. 독일차 브랜드들이 전체 시장을 이끌었다고 봐도 무리 없어 보인다.
특히 일부 일본차 브랜드들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토요타는 1만6774대, 렉서스는 1만334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각각 43.4%, 5.8% 성장했지만, 혼다와 닛산, 인피니티 등의 일본차는 마이너스 성장했다.
혼다는 7956대, 닛산은 5053대, 인피니티는 2130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2.7%, 19.7%, 21.0%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BMW 화재 이슈로 경쟁 수입차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혼다와 닛산, 인피니티 등은 판매량이 급감해 BMW 수요가 이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본차는 4만5253대가 등록되면서 전년도 보다 소폭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일본차 점유율은 전년도 보다 1.3%p 하락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제공 |
혼다와 닛산의 판매 부진 원인은 소비자 신뢰 하락이 꼽힌다. 혼다코리아는 지난 2017년 녹이 슨 차를 판매해 원성을 샀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대표는 이 문제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혼다코리아는 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금 60만 원과 녹 제거 등의 해결책을 내놓았지만 곤두박질 친 판매량은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닛산은 지난 2016년 배출가스 조작으로 정부의 철퇴를 맞았다. 당시 한국닛산의 주력 차량인 스포츠유틸리티(SUV) 캐시카이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불법조작 혐의로 판매가 중단됐다. 캐시카이의 지난 2015년 판매량은 2236대로 전체 38.98%를 차지한 볼륨 모델이었다. 또 환경부는 2017년 1월 인증서류 조작을 문제 삼아 인피니티 'Q50' 디젤차 판매를 중단시켰다.
일본차 부진의 또 다른 원인은 라인업이 단순하다는 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의 판매 차종은 50종이 넘는다. 반면 일본차 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와 같은 친환경 모델에 집중하고 있어 선택의 폭이 좁다. 그러면서 디젤차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탓도 있다.
다만 일본차 브랜드들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이 아직은 크지 않다. 지난해 수입 하이브리드 차량은 총 3만360대가 등록됐다. 전체의 11.6% 수준이다. 이 가운데 렉서스 'ES300h',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등이 하이브리드 판매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한 층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독일차 선호 심리가 유별나게 높은 편"이라면서 "같은 가격이라면 수입차를 선택하고, 수입차 중에서도 독일차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벌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