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갈등 매듭' KB국민은행, 노사 모두 '득 될 것' 없었다
입력: 2019.01.26 14:16 / 수정: 2019.01.26 14:16

KB국민은행 노사가 총파업까지 단행하면서 결국 임금단체협상을 마쳤다. 갈등은 봉합됐지만 양측 모두가 득을 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선화 기자
KB국민은행 노사가 총파업까지 단행하면서 결국 임금단체협상을 마쳤다. 갈등은 봉합됐지만 양측 모두가 득을 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선화 기자

"귀족 노조" 여론 질타…경영진은 '리더십 흔들' 지적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장장 4개월간 지속된 KB국민은행 노사 갈등이 일단락됐다. 19년 만의 '파업'까지 단행하며 '강 대 강' 구도로 갈등이 이어졌지만 결국 양측 모두가 손해를 본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KB국민은행 노사는 25일 최종 임금단체협약 조인식을 가지면서 갈등을 마무리 지었다. 지난 23일 밤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회의에서 나온 타협안을 수용한 뒤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친 결과다.

합의안에서는 양측 모두 서둘러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급급했던 분위기가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까지 쟁점이었던 페이밴드(호봉 상한제) 폐지나 L0(엘제로·창구전담) 직군에 대한 처우 개선과 관련해서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5년 내 해결책을 찾겠다"고 애매하게 마무리 지었다.

이에 따라 노조 내부에서는 "이러려고 파업했나"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처우개선이나 페이밴드 관련 명확한 해결이 나오지 않은 데다 여론의 차가운 반응도 실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총파업을 단행하면서 노조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은행 업무를 보고 나온 한 고객은 "고객 불편을 볼모로 억대 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파업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파업으로 큰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채 브랜드 이미지만 손상됐다는 평이 나온다.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에 대한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화 기자
특히 파업으로 큰 성과를 얻어내지 못한 채 브랜드 이미지만 손상됐다는 평이 나온다.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에 대한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선화 기자

노사갈등의 시작에는 '성과급'이 있었다. 사측은 이익배분 제도 개선을 통해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며 자기자본이익률에 연동한 성과금을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노조 측은 지난해(300%)와 같은 수준을 요구했다. 노조가 강경한 반응을 보이자 사측은 결국 지난해 수준인 성과급 300% 지급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노조 측은 총파업을 단행했고, 이후 최종적으로는 보로금 250%, 시간외수당 50% 형태로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게다가 파업이 현실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면서 효과적인 협상 수단이 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추산 9000여 명, 은행 추산 5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했지만 정작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따라 국민은행 영업점에서는 큰 혼란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디지털화에 따라 유휴 인력이 많다는 것을 증명한 꼴이 됐다.

경영진도 리더십에 타격을 받게 됐다. 옛 장기신용은행 노조 위원장 출신인 허인 행장은 지난해 취임하면서 '강성'으로 여겨지던 KB노조와의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결국 '19년 만의 파업'까지 치닫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노조도 은행원들인 만큼 브랜드 이미지를 계속 깎아 먹는 갈등 양상을 지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사실상 은행원들도 디지털화 등으로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에 맞닥뜨리게 된 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atonce5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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