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오는 21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들에 대해 기업심의위원회를 열기로 하면서 코스닥 시장 퇴출 기업이 무더기로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더팩트 DB

지난 2월 퇴출문 넓혀…오는 21일 기업심사위원회로 존폐 기로

[더팩트ㅣ이지선 기자] 지난해 감사보고서상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들이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의결을 앞두고 퇴출 갈림길에 섰다. 거래소가 오는 21일 전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 추석 전에 코스닥 시장에서 무더기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매매가 정지된 기업은 총 22곳이다. 이 중에서 오는 21일로 기업심의위원회가 예정된 기업은 15곳에 이른다. 이들은 각각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21일 15곳 기업에 대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상장폐지 이의신청이 접수되면 이후 15일간 기업심의위원회 기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추석을 앞두고 코스닥 시장에서 무더기로 기업들이 퇴출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해당 기업은 디에스케이, 엠벤처투자, 우성아이비, 수성, 한솔인티큐브, C&S 자산관리, 넥스지, 파티게임즈, 지디, 감마누, 에프티이앤이, 트레이스, 모다, 레이젠, 위너지스 등 15개 회사다. 이들은 기업심의위원회 전까지 감사 의견이 적정 이상인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들은 지난달 15일 반기보고서 제출기한을 앞두고 감사의견 거절·한정 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는 올해부터 새로 적용된 규정이다. 모든 상장법인은 연결 기준 분·반기 보고서를 공시해야 하고 감사인이 이를 검토해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늘어났지만 투자자금 모으기가 쉽지 않은 만큼 재감사보고서 제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팩트 DB

그전에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하기 전에 기업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그 후에 다시 벌점이 누적되면 심사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을 확대해 관리종목 지정 단계를 없앤 탓에 감사의견 비적정 의견 2회 연속 제기나 불성실공시 등으로 상장폐지 심사에 오른 기업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서도 기업심의위원회 연장을 금지하기로 했다. 코스닥 공시제도팀 관계자는 "오는 21일로 기업심의위원회가 예정된 기업들은 해당일까지 재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할 것"이라며 "연장할 이유가 크게 없다면 심의 기간 재연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업심의위원회를 앞둔 기업들은 전환사채권 발행, 유상증자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재감사보고서를 받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재무구조 개선계획 이행명세서를 제출했지만 아직 재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감사의견 거절 의견을 받았던 디에스케이와 우성아이비는 각각 302억 원, 5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예정하고 투자금을 모으기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의견거절을 받아온 수성도 개선 기간 동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미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에 투자금을 모으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투자자를 모은다고 해도 남은 시간 안에 현재 결과를 뒤집는 재무제표 결과를 받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회계부정 이슈 등으로 회계법인들의 감사 의견이 더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기업 부실 등을 막기 위해 깐깐하게 회계 감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tonce5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