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점을 오는 26일로 잡았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 2월 26일 수석 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청와대 제공 |
베트남·UAE 순방 후 발의 관측됐으나, 빗나가…개헌안 사흘간 국민 공개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점 예측이) 다 틀렸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6월 지방선거+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전제로 한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점을 '오는 26일'로 잡았다. 분리 실시를 주장하며 반대해온 야당을 향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데드라인'은 청와대 안팎의 예상을 깼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19일 오전 춘추관 2층에서 브리핑을 열어 '대통령 개헌안 추진 일정'을 공식 발표했다. 진 비서관은 "문 대통령은 헌법 개정안을 3월 26일에 발의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초 청와대는 '오는 21일 발의'를 데드라인으로 설정해 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국회 합의를 존중한다'고 밝힌 만큼, 발의 시점은 유동적이란 관측이 나왔다. 다만 국회 차원의 논의가 지지부진하기에 '개헌 절차'와 문 대통령의 '22~27일' 베트남·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일정 등을 고려해 아무리 빨라도 '27일' 이후에 발의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문 대통령은 순방 기간인 '26일'을 선택했다. 진성준 비서관은 "이 같은 지시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간을 준수하되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당초 대통령은 3월 22일부터 28일까지의 해외순방 일정을 감안해 귀국 후에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헌법이 정한 국회 심의기간 60일을 보장해 달라는 당의 요청을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을 국민에 20일부터 사흘간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청와대 제공 |
헌법 128조∼130조는 헌법개정 절차와 관련해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를 명시하고 있다. 개헌 절차는 '대통령이 개헌안 20일 이상 공고'→'개헌안 공고된 일로부터 국회의결 60일 이내' →'대통령 국민투표 18일 전까지 공고'→'국회가 의결한 후 30일 이내 국민투표' 절차를 거친다.
대통령 개헌안 발의 과정과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발의와 공고가 한 번에 이뤄지고, 국무회의 의결을 보고받은 뒤 최종적으로는 (순방 중이라) 전재결재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국회 차원의 합의' 시 대통령 개헌안 발의 철회 가능성은 열어뒀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가 합의한다면 문 대통령께서는 존중할 것"이라며 '철회할 가능성'에 대해 "지켜봐야 하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여러 정당을 설득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지금 공개할 순 없지만 (4월 임시) 국회연설이나 당 대표 초청 대화는 물론 정무수석이나 청와대 비서진을 국회에 보내서 설득하는 노력 등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기회와 설득' 작업으로 명분을 쌓는 동시에 '압박'을 가하며 퇴로를 차단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로써 야당으로선 문 대통령의 개헌 카드를 덥석 받기도 내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을 외면하기 어렵고, 이를 수용할 경우 6월 지방선거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개헌 합의를 이룰 경우, 대통령 개헌안 철회의 뜻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청와대 제공 |
한편 청와대는 ▲3월 20일 전문과 기본권에 관한 사항 ▲3월21일 지방분권과 국민주권에 관한 사항 ▲3월22일 정부형태 등 헌법기관의 권한과 관련된 사항을 공개할 계획이다.
국회 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지난 13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한 개헌 자문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권 향상 ▲4년 연임(4+4, 임기 최대 8년) 대통령제 ▲대선 결선투표 도입 ▲예산법률주의 강화 ▲지방분권 ▲수도이전 명기 등이다. 다만, 총리 선출방식은 현행 유지(대통령 지명 후 국회 동의)안과 국회에 추천권을 넘기는 안(국회 추천 후 대통령 임명) 두 가지를 복수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부형태로 국회가 추천하는 책임 총리제를 기반으로 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세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통일·외교·국방 등 외치를 담당하고, 국정운영 등 내치는 총리에게 맡기자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