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참석, MB "대통령님께 잘 말씀 좀"
입력: 2018.02.01 08:34 / 수정: 2018.02.01 08:34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한병도 정무수석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평창동계올림픽에 초청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나오고 있다./이동률 인턴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한병도 정무수석을 통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평창동계올림픽에 초청했다. 이 전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나오고 있다./이동률 인턴기자

한병도에 초청장 받자 "대통령님께 잘 말씀 좀 전해달라"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평창 동계올림픽에 초청했고, 이 전 대통령은 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전 대통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자신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발끈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분노를 표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참모진들에게 'MB 초청'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3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이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아 문 대통령 명의의 평창 동계올림픽 사전 리셉션 초청장을 전달했다. 한 수석은 "이번 올림픽은 이 전 대통령께 의미가 남다르다며 찾아뵙고 참석해주십사라는 문 대통령의 말이 있어 초청장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진정한 말로 초대해 줬고, 국가 경사이자 대한민국의 화합을 돕고 국격을 높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참석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 대통령님께 잘 말씀 좀 전해달라"고 평창 올림픽 참석을 시사했다.

한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에 참석하겠다고 확답했다"고 밝혔다.

한 수석은 이 전 대통령에게 이번 올림픽은 이 전 대통령께 의미가 남다르다며 찾아뵙고 참석해주십사라는 문 대통령의 말이 있어 초청장을 가져왔다고 말했다./이덕인 기자
한 수석은 이 전 대통령에게 "이번 올림픽은 이 전 대통령께 의미가 남다르다며 찾아뵙고 참석해주십사라는 문 대통령의 말이 있어 초청장을 가져왔다"고 말했다./이덕인 기자

최근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던 터라 '평창 초청'은 주목을 받았다. 새 정부는 출범 후 '적폐청산'에 속도를 내왔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및 댓글 사건 수사와 다스(DAS) 관련 수사 등 검찰의 칼 끝은 MB 정부를 향했다.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검찰 수사망에 오르며 포위망을 좁혀갔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반격하며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입에 올렸다. 바로 다음 날인 18일 문 대통령은 일부 참모진들의 만류에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정치 보복 운운하는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노기를 드러냈다. 정면충돌이었다.

청와대는 일단 이 전 대통령을 평창 올림픽에 초청한 데 대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예우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전 대통령 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어(囹圄)의 몸이고,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법처리돼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평창올림픽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 국민화합을 위한 '대승적 차원'이란 해석도 나온다. 취임 후 문 대통령은 '평창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공을 들였다. 북한의 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 올림픽'이란 점을 강조해 왔다.

이 전 대통령은 한 수석에게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참석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 대통령님께 잘 말씀 좀 전해달라고 말했다./이동률 인턴기자
이 전 대통령은 한 수석에게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참석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 대통령님께 잘 말씀 좀 전해달라"고 말했다./이동률 인턴기자

한 수석은 "문 대통령께서 말씀 하신 건 이번 올림픽이 이 전 대통령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예우를 갖추고 정중히 내외 분을 우리가 초청하라는 말씀 있었고 그외 다른 말씀 없었다"고 언급했다.

평창 올림픽은 이 전 대통령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두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지난 2011년, 이 전 대통령 시절에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이 평창 올림픽에 참석키로 한 데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업적을 상기시키면서, 자신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검찰도 지난달 29일 이 전 대통령을 평창 올림픽 이후 소환하기로 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명의의 평창올림픽 개·폐회식과 주요행사, 문 대통령 주관의 사전 리셉션에 모두 초청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에 참석할 경우, 문 대통령과 지난 2015년 11월 김영삼 대통령 빈소에서 만난 뒤 2년 3개월여 만에 공식적으로 얼굴을 마주한다.

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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