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이프가드 발동에 삼성·LG전자 '당혹'
입력: 2018.01.23 11:07 / 수정: 2018.01.23 11: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 수입 물량에 대해 최대 5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긴급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승인했다. /게티이미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정용 세탁기 수입 물량에 대해 최대 50%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긴급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승인했다. /게티이미지 제공

美 세이프가드 발동에 국내 가전 업계 '비상'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수입산 세탁기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 발동을 결정하자 국내 가전 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세이프가드 결정으로 연간 1조 원 규모의 세탁기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3일(한국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부과하라는 권고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수입산 세탁기가 미국 업체에 피해를 입혔다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인 조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수입산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서는 저율관세할당(TRQ) 기준을 120만대로 설정했다. TRQ는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첫 해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대해선 20%,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5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 다음 해인 2년 차에는 120만대 이하 물량에 18%, 120만대 초과 물량에 45%를 부과한다. 3년 차에는 각각 16%와 40%의 관세를 매긴다.

이번 세이프가드 결정을 놓고 국내 가전 업계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ITC 권고안 중 가장 수위가 높은 안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세탁기 전량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강력한 조치다. 과도한 규제라고 보여진다"고 밝혔다.

다음 달 초쯤 예상됐던 세이프가드 발표가 갑작스럽게 이뤄진 데다 수위마저 높은 것으로 파악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두 회사는 "이번 세이프가드 결정으로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3일 미국 정부가 한국 세탁기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전격 발동한 것과 관련해 결국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더팩트 DB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3일 미국 정부가 한국 세탁기에 대한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전격 발동한 것과 관련해 "결국 미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더팩트 DB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법인 뉴스룸을 통해 "이번 결정은 미국 소비자와 미국 근로자에게 엄청난 손실"이라며 "세탁기를 구입하려는 모든 소비자에 대한 관세 부과다. 이로써 모든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선택의 폭은 좁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LG전자는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결정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세이프가드 발효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되고 지역 경제 및 가전 산업 관점에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거래선과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에 공급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며 "특히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되는 대용량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판매를 확대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세탁기는 연간 200만대 이상으로 금액으로는 약 10억 달러(약 1조7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업계는 이번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현지 세탁기 공장의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세탁기 공장의 건설을 마치고 가동을 시작했다. 2020년까지 3억8000만달러(약 4000억 원)를 투자해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 미국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테네시주에 건설하고 있는 세탁기 공장의 완공 시점을 앞당길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세탁기 공장은 내년 초에서 올해 4분기로 앞당겨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미국 유통 및 소비자들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연간 7억1100만 달러(약 7600억 원) 규모의 '양허정지'(보복관세 부과)를 요청했다. 2016년 9월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세탁기 분쟁에서 승소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미국 측이 한국산 세탁기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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