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아기 키우자" 유통업계 '통 큰 육아휴직' 전폭 지원
입력: 2018.01.17 17:44 / 수정: 2018.01.17 17:44
지난해 1월부터 전 계열사에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한 롯데는 같은 해 연말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가 1100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전 계열사에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한 롯데는 같은 해 연말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가 1100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더팩트│황원영 기자] “남성도 육아에 참여해 육아 부담을 줄이고 워킹맘 경력 단절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합시다.”

최근 유통업계가 남성 직원의 육아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남성의 자녀 출산·육아 휴직을 적극 지원하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일조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업계는 휴직 후 일정기간 통상임금 금액을 전액 보존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여 주는 등 ‘통 큰’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14년 ‘PC 오프제’를 도입하며 유통업계에 워라밸 문화 확산을 불러일으킨 현대백화점이 이번에는 남직원의 육아참여를 확대키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부터 자녀를 둔 남직원을 대상으로 한 ‘남성 육아 참여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1년간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남직원을 대상으로 휴직 후 3개월간 통상임금 전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유통업계에서 육아휴직자에게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해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본인의 통상임금과 정부에서 지급하는 육아휴직 지원금(최대 150만 원)의 차액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금전적 부담을 덜어줘 남직원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또한 자녀를 출산하게 된 남직원을 대상으로 기존 출산휴가(7일)를 포함해 최대 1개월(30일)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육아월’ 제도도 도입한다. 남직원들이 자녀 양육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달간 근무시간을 2시간 줄이는 제도도 있다. 남성 직원들은 육아월 휴가를 이용한 뒤 2시간 단축 근무도 이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남성 육아 참여 지원 프로그램’의 남직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사내 캠페인과 설명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각 점포별로 일정 인원 이상 제도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유통업계 최초 단위 휴가제인 ‘반반차(2시간) 휴가제’를 비롯해 임신을 인지한 순간부터 출산까지 ‘임신 전(全) 기간 단축 근무제’, 만 8세 이하 자녀를 둔 여직원에게 가사 도우미 비용 절반을 지원하는 ‘워킹맘 해피아워’, 출산휴가 신청과 동시에 최대 2년간 자동으로 휴직할 수 있는 ‘자동 육아 휴직제’ 등을 도입해왔다.

지난해부터 전 계열사에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한 롯데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연말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는 1100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 11월 초 고용노동부가 밝힌 올 한 해 우리나라 전체 남성육아휴직자 수인 1만명(전망 수치)의 10%에 이르는 수치다. 즉, 우리나라에서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한 남성 10명 중 1명은 롯데 직원인 셈이다.

지난 2016년 1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 직원 수가 180여명인 점을 고려할 때, 제도 시행 이후 전체 남성육아휴직 규모가 6배 이상 늘어났다. 이에 따라 그룹 전체 육아휴직자 중 13% 가량을 차지했던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중도 올해는 45% 규모까지 확대됐다.

남성육아휴직이 보편화되면서 회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10월 남성육아휴직 복직자들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실시 전후의 인식변화를 조사한 결과 조직자긍심,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 동기부여 항목이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업계가 남성의 자녀 출산·육아 휴직을 적극 지원하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유통업계가 남성의 자녀 출산·육아 휴직을 적극 지원하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Work and Life Balance)’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이와 함께 직장 내 양성평등에도 남성육아휴직이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 휴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육아휴직 사용의 장점으로 응답자의 54%가 ‘배우자의 출산으로 육아의 어려움을 이해 할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의 남성육아휴직은 의무화 제도를 통해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며 “이에 따른 순기능이 개인 뿐 아니라 회사에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월부터 배우자가 출산할 경우 남직원도 육아휴직을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남직원의 육아 참여가 워킹맘의 경력단절 예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로 남성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아내와 아이를 보살피는 데 전념할 수 있게 됐다. 휴직 첫 달 통상임금 100%를 보전함으로써 경제적 부담도 줄였다.

롯데는 앞으로 직원들이 의무화로 운영되는 1개월 외에 본인 필요시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연장해 활용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12월에 열린 롯데 여성 리더십 행사인 ‘WOW포럼(way of women)’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1000번째 남성육아휴직자를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남성육아휴직 활성화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신세계 이마트도 워라벨 문화 확산에 적극적으로 힘을 쏟고 있다. 2016년 4월부터 업계 최초로 임신 직원 2시간 단축 근무제를 시행했다. 단축근무 시간에 대한 임금은 회사가 보존해준다. 현재 이마트는 난임 임직원을 위해 3개월간의 ‘난임 휴직’, 법정 육아 휴직 외에 추가로 최대 1년까지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희망 육아 휴직’ 등 기존 제도 등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고 있다.

hmax87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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