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365분 골침묵' 호날두가 수상하다!
입력: 2017.11.24 05:00 / 수정: 2017.11.24 05:00

[더팩트 | 심재희 기자] 리그 8경기 1득점. 최근 365분 무득점. 여기까지만 이야기 했을 때 '호날두'라는 이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여전히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레알 마드리드)가 받아들고 있는 성적표가 맞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맞다. 호날두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지독한 '골 침묵'에 빠져 있다. 전에 없던 호날두답지 않은 저조한 득점 페이스다. 호날두의 '수상한' 득점 기록은 왜 나온 것일까?

호날두가 올 시즌 라 리가 8경기에 나서 1골에 그치고 있다. /게티이미지
호날두가 올 시즌 라 리가 8경기에 나서 1골에 그치고 있다. /게티이미지

◆ 호날두가 '득점 기계'로 불리는 이유

호날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고의 축구 선수다. '신'이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몇 안 되는 스타다. 이유는 간단하다. 출중한 기량을 발휘하며 축구계 새 역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우량주로 확실히 발돋움한 그는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신계'에 진입했다. '라이벌' 리오넬 메시와 엎치락뒤치락 하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 양 발과 머리, 프리킥 등을 활용해 어떤 상황과 위치에서도 득점을 터뜨리는 그는 경기 평균 1골이 넘는 '미친 득점 페이스'를 보였고, '별들의 전쟁'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EFA) 최다골(11월 24일 현재 111득점, 이하 한국 시각)의 주인공 훈장을 달고 있기도 하다.

'사기 캐릭터'로 자리잡은 호날두가 '득점 기계'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기복 없는' 득점 페이스다. 완벽한 자기 관리로 만든 강철 체력을 이용해 매 시즌 수십 골을 터뜨리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1985년 생으로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에도 여전히 거침없다. 빠르고 날카롭고 정확하다. 상대의 집중 견제에 조금씩 주춤거린 순간은 있지만 완전히 내리막을 걸은 적은 없다. 부단한 노력에 경험까지 더해 '미친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는 '득점 기계' 호날두다.

호날두가 올 시즌 리그에서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심재희 기자
호날두가 올 시즌 리그에서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심재희 기자

◆ 호날두의 '수상한' 득점 기록

그렇게 꾸준했던 호날두의 득점포가 올 시즌 리그에서 잠잠하다.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2017~2018 시즌 12라운드까지 종료됐다. 징계로 1라운드부터 4라운드까지 결장했던 호날두는 5라운드부터 12라운드까지 8경기에 선발로 나서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여전히 강철 체력을 뽐내고 있지만 득점란에 표시된 숫자는 '1'이다. 눈을 의심하게 만든다. 8경기 720분 동안 단 1득점에 그치고 있다. 10월 14일 헤타페와 원정 경기에서 후반 40분 이스코의 패스를 골로 연결한 이후 득점이 없다. 최근 리그 경기에서 365분 동안 골 맛을 보지 못했다.

호날두의 리그 득점 침묵에 대해 스페인 현지 언론들과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주포'인 호날두가 리그에서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소속 팀 레알 마드리드 전체 공격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많다. 호날두가 조용해지면서 가레스 베일(리그 2골)과 카림 벤제마(리그 1골)도 작아졌다. 유럽 최고 화력을 자랑했던 'BBC 트리오'가 올 시즌 리그에서 4골에 그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11월 24일 현재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 리그 12경기에서 22득점을 기록했다. 발렌시아(32득점), 레알 소시에다드(25득점), 셀타 비고(23득점)보다 득점이 적다. 경기 평균 2득점에 못 미친다. 지난 시즌 리그 38경기에서 106득점을 몰아친 것과 대조적이다. 공격력 저하는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현재 승점 24로 리그 3위에 처졌고, 선두 바르셀로나(승점 34, 33득점)와 격차가 10점까지 벌어졌다.

* 2017-2018 시즌 호날두 라 리가 출전 기록
- 2017년 9월 21일 vs 베티스(홈) 0-1 패배 : 풀타임 무득점
- 2017년 9월 23일 vs 알라베스(원정) 2-1 승리 : 풀타임 무득점
- 2017년 10월 2일 vs 에스파뇰(홈) 2-0 승리 : 풀타임 무득점
- 2017년 10월 14일 vs 헤타페(원정) 2-1 승리 : 풀타임 후반 40분 결승골
- 2017년 10월 23일 vs 에이바르(홈) 3-0 승리 : 풀타임 무득점
- 2017년 10월 30일 vs 히로나(원정) 1-2 패배 : 풀타임 무득점
- 2017년 11월 6일 vs 라스팔마스(홈) 3-0 승리 : 풀타임 무득점
- 2017년 11월 19일 vs 아틀레티코(원정) 0-0 무승부 : 풀타임 무득점

호날두의 골 침묵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도 리그에서 고전하고 있다. /사커웨이 캡처
호날두의 '골 침묵'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도 리그에서 고전하고 있다. /사커웨이 캡처

◆ 호날두가 리그에서 약했나?

극심한 리그 경기 골 가뭄. 그렇다면 호날두가 원래 리그에서 득점 페이스가 들쭉날쭉 했을까? 기록을 찾아 보면 답이 나온다.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2009~2010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성적표에는 '리그 호날두' 역시 A+ 성적표를 받은 우등생이었다. 호날두는 이적 첫 해 2470분을 뛰며 26골을 터뜨렸고, 다음 시즌 2914분을 소화하며 40골 고지를 밟았다. 이후에도 46골, 34골, 31골, 48골, 35골을 잡아냈고, 지난 시즌 리그 득점이 좀 떨어졌지만 그래도 2544분 출전해 25골을 만들어냈다. 2009~2010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리그 경기에서 2만2823분을 뛰어 285골을 작렬했다. 평균을 내 보니, 80.08분에 1골. 경기 평균 1득점 이상의 '미친 득점 페이스'를 내달렸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720분 1골로 리그 득점 그래프가 수직하락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페인에서는 호날두의 리그 골 침묵이 최대 화젯거리다. 리그에서 더 펄펄 날았던 호날두가 이상하리 만큼 골을 잡아내지 못하니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7일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호날두가 여전히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호날두가 올 시즌 리그에서 부진하지만 '피치치'(라 리가 득점왕)에 오를 수 있다고 믿고 있고, 레알 마드리드 동료들과 내기를 할 정도로 여유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메시가 12골로 라 리가 득점 선두로 치고 나간 가운데 호날두는 1골. 올 시즌 남은 리그 경기 26. 냉정하게 판단할 때, 호날두가 메시를 제치고 피치치에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호날두 시즌별 득점 기록
2009-2010시즌 : 2470분 26골
2010-2011시즌 : 2914분 40골
2011-2012시즌 : 3353분 46골
2012-2013시즌 : 2718분 34골
2013-2014시즌 : 2540분 31골
2014-2015시즌 : 3099분 48골
2015-2016시즌 : 3185분 35골
2016-2017시즌 : 2544분 25골
2017-2018시즌 : 720분 1골(11월 24일 현재 기준)

호날두가 리그 골 가뭄을 털어내고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게티이미지
호날두가 '리그 골 가뭄'을 털어내고 다시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게티이미지

◆ '두 얼굴의' 호날두에 대한 기대와 우려

신기하게도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 호날두는 여전히 잘나가고 있다. 올 시즌 5경기에서 무려 8골을 몰아치며 득점 선두에 나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 시즌 챔피언스리그 최다골(17득점) 경신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또한, 챔피언스리그 통산 113골을 마크하며 라이벌 메시(97골)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챔피언스리그 골 폭풍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낳았다. 여전히 호날두의 득점포가 살아 있어 희망적이다라는 의견과 리그에서는 계속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기대와 우려의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우선, 기대의 시선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호날두의 출중한 경기력에 기인한다. 호날두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도 여전히 불 같은 득점포를 뿜어냈다.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고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계속 보여줬다. 하지만 반대 주장도 설득력은 있다. 호날두와 레알 마드리드를 더 많이 상대해 본 스페인 클럽들이 '호날두 봉쇄법'을 어느 정도 알아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부상과 부진이 겹쳐 있는 '호날두 조력자' 베일과 벤제마의 하락세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두 얼굴 논란'을 해결할 열쇠는 호날두 자신이 쥐고 있다. 챔피언스리그가 토너먼트에 돌입하고, 라 리가가 중반부에 접어들면 상황이 바뀔 가능성 또한 열린다. 그동안 강행군 속에서 더욱 빛났던 호날두의 '꾸준한 면모'에 기대가 가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그리 좋지 않은 팀 상황과 상대의 집중견제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감출 수 없다. 과연, 호날두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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