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2위' 리커창 "사드, 예민한 문제라…"
입력: 2017.11.14 08:54 / 수정: 2017.11.14 08:54

문재인(왼쪽) 대통령은 13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왼쪽) 대통령은 13일 오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의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청와대 제공

[더팩트 | 청와대=오경희 기자] "봄이 오면 강물이 먼저 따뜻해지고, 봄 강물이 따뜻한 줄은 오리가 먼저 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며 시인 소동파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도 "중국 고전에 '꽃이 한 송이만 핀 것으로는 아직 봄이 아니다. 온갖 꽃이 함께 펴야 진정한 봄이다'라는 글을 봤다"고 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넘어 해빙기를 맞은 한·중 관계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고 있는 ASEAN+3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리 총리와 약 50여분 간 회담을 갖고, 한중 관계의 실질적인 협력 방안과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담은 '상징적 의미'가 컸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참석을 계기로 베트남 다낭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리 총리 등 중국 내 권력서열 1·2위를 잇달아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 한·중관계가 정상화의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평가됐다.

시 주석과의 회담은 양국의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다룬 총론 성격이었다. 양 정상은 사드 갈등과 별도로 모든 분야의 한중 교류협력을 조속히 정상화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한·중 간 사드 배치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존중하되,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지난 '10·31 합의'에 대해 "새로운 출발이자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사드 문제에 대해 양국의 입장은 여전히 차이를 보였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 한중 정상회담을 열었다./청와대 제공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 주석은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 한중 정상회담을 열었다./청와대 제공

연이은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한중 경제·통상 등 협력을 요청했다. 사드 문제로 침체됐던 한·중 관계로 인해 한국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을 환기시킨 뒤, 우리 기업들의 애로가 해소될 수 있도록 리 총리의 관심과 협조를 구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양국 기업들의 애로해소와 투자활성화를 위한 양국 간 경제 분야 고위급 협의체 신속 재개와 중국내 우리기업이 생산한 배터리 보조금 제외 철회,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수입규제 철회 등을 요청했다. 또 양국에 개설된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발전과 양국 금융협력 분야의 속도감 있는 추진, 미세먼지에 대한 양국 공동대응 등도 제안했다.

중국은 사드 보복조치를 공식화한 바는 없지만, 양국 교류는 사드 갈등을 기점으로 1년여 넘도록 경색돼 왔다. 중국 정부가 사실상 '금한령(禁韓令·한류 금지령)' 조치를 내리면서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겼다. 양국 관계 정상화 속도에 따라 사드 보복 해제도 단계적으로 서서히 취해질 가능성이 높다.

양국이 교류 정상화 수순을 밟기로 한 만큼 관련업계는 중국의 규제 완화, 관광객 수 회복, 한국 제품 판매 증가 등 변화가 머지 않아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한·중 회담이 이뤄진 지난 11일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축제 '광군제'였고, 당일 우리 기업들의 매출이 몇십 배로 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투자 부문 후속 협상 개시 여부가 관계 정상화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2월 20일 발효한 한중 FTA는 2년 이내인 올해 12월 20일께 협상 개시를 선언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주목된다. RCEP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한중일 등 전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참여하는 메가 FTA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후 해당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오른쪽) 주석은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 한중 정상회담을 열었다./청와대 제공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중국 시진핑(오른쪽) 주석은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난 뒤 한중 정상회담을 열었다./청와대 제공

그러나 일각에선 금한령의 본격적인 해제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중 간 협의문과 회담 등에서 사드 보복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이 없는 데다, 관련 기업들의 피해 복구에도 일정 기간 이상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리커창 총리는 사실상 즉답을 피했다. 그는 "중·한 관계의 발전에 따라 일부 구체적이고 '예민한 문제'들을 피하긴 어렵지만"이라면서 전제 조건을 단 뒤 "중·한 간의 실질협력 전망은 아주 밝다. 중·한 양국은 상호보완성이 강해 중-한 관계의 미래는 자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다음 달 중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간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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