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PC 공개…최순실, '고영태·JTBC' 지목했다
입력: 2017.11.10 08:22 / 수정: 2017.11.10 08:22
지난 1월 1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장시호가 제출한 최순실 소유로 추정되는 제 2의 태블릿 PC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태블릿 PC와는 다른 모델이다. /임세준 기자
지난 1월 1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서 장시호가 제출한 최순실 소유로 추정되는 '제 2의 태블릿 PC'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태블릿 PC와는 다른 모델이다. /임세준 기자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김소희 기자] "제가 처음 검찰 조사를 받을 때부터 태블릿 PC를 보여달라고 줄기차게 말했는데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저는 (태블릿 PC를) 처음 봤습니다. 지난 1년 동안 JTBC가 국정농단을 계획한 것 아닌가 생각을 했어요." (최순실)

"재판장님,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특검은 이미 태블릿 PC가 최순실의 것이라고 단정을 하고, 목표를 둔 수사를 했습니다." (이경재 변호사)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순실(61) 씨 공판에서 국정농단 핵심 증거품인 태블릿 PC가 처음 공개됐다.

해당 태블릿 PC는 최 씨의 비선실세 의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비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14일 최 씨가 운영하던 더블루K 사무실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씨는 이 태블릿 PC를 본 적도, 써 본적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 나아가 최 씨 측은 재판에서 자신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 PC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태블릿 PC의 소유주와 내용을 두고 끊임없는 조작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증언과 태블릿PC 속에 '드레스덴 연설문', '박근혜 전 대통령 해외순방 일정표' 등 청와대 대외비 문건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아 최순실 소유의 태블릿 PC로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재판부는 "검찰의 태블릿 PC 포렌식 검증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공개하라"고 요청한 최 씨 측 이경재 변호사의 검증 요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검찰이 태블릿 PC 전원을 켜면 앞서 시행한 이미징 작업과 추후 감정기관에서 추출할 이미징 작업의 해시값(Hash Value)이 달라져 또 다른 의혹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열람을 반대했다. 따라서 이번 검증은 전원을 끈 상태에서 외관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재판부는 "검찰에서도 이미징을 해온 이후 한 번도 전원을 켠 적이 없다고 한다"며 "국과수에서는 전원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징 할 장비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외관만 검증하고 감정촉탁을 위해 재판부에서 보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최 씨 측은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전문가 2명을 대동했다. 재판부는 다만 두 전문가가 태블릿 PC를 직접 만지는 것은 제재했다. 법정 실무관이 태블릿 PC 각도를 돌려가며 실물을 보여주면, 두 전문가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식으로 외관 검증 과정이 진행됐다.

최 씨 측의 촬영 과정을 지켜보던 검찰은 "태블릿 PC 촬영이 공판 과정에서 이뤄진 만큼 실물 사진을 특정 단체나 언론에 유출돼서는 안 된다"며 "재판부에서 엄격하게 통제해달라"고 우려했다. 이에 이경재 변호사는 "공개 재판에서 공개적으로 검증한 만큼 외부에 알려진다고 해서 공공이익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변호인이 외부에 유출하지 않기로 한 만큼 철저히 지켜달라"고 중재했다.

지난해 10월 JTBC가 태블릿 PC의 존재를 처음 보도한 이후 이날 처음 실물이 공개됐다. 최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태블릿 PC는 최 씨의 것이 아니다라며 검증을 요구해왔다. /이덕인 기자
지난해 10월 JTBC가 태블릿 PC의 존재를 처음 보도한 이후 이날 처음 실물이 공개됐다. 최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태블릿 PC는 최 씨의 것이 아니다"라며 검증을 요구해왔다. /이덕인 기자

법정 내에 있는 실물화상기를 통해 처음 공개된 태블릿 PC는 삼성전자에서 만든 하얀색 제품으로, 뒤쪽에는 모델 번호 'SHVE140S'와 제품 생산 일자로 추정되는 날짜 '20120322'가 적혀 있다. '4G LTE 32GB'라는 제품 특성도 기재돼 있다.

최 씨도 자신의 것으로 지목된 태블릿PC 검증 작업을 직접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섰다. 최 씨는 진중한 표정을 한 채 태블릿 PC를 한참 동안 살펴봤다. 이후 촬영이 마무리되자 변호인과 함께 자리로 돌아왔다.

가까이에서 태블릿 PC를 살펴본 최 씨는 "처음 보는 물건"이라며 "사용한 적이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고영태의 계획적인 범행에 검사님들이 가담했고, JTBC가 국정농단 사건을 기획한 것이라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경재 변호사 역시 "1년 만에 천신만고 끝에 현물이 제출돼서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뭐 이거 보려고 1년이 걸리는지"라면서 "우리는 이 태블릿 PC를 처음보고, 사용한 적도 없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다. 검찰은 JTBC가 제출한 것에 대해 최순실이 소지하고 사용한 것이라고 했는데, 애초에 단정을 하고 목표를 둔 수사를 하는 거라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최씨 측은 계속 조작된 것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검증으로 최 씨의 태블릿 PC라는 점, 검찰이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증절차를 마친 뒤 태블릿 PC를 다시 봉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겨 최 씨가 해당 태블릿 PC 사용자인지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최 씨의 판결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온 후 선고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시작된 최 씨의 재판은 상당부분 심리가 진행됐기 때문에 감정 결과를 마치면 판결 선고도 가능한 상황이다. 만약 태블릿 PC가 최 씨 소유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증거에서 배제된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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