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에 손 내민 안철수, '거절' 당했다?
입력: 2017.11.03 16:03 / 수정: 2017.11.03 16:03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가 2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축사를 듣고 있다./남용희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가 2일 오전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축사를 듣고 있다./남용희 기자

[더팩트|국회=조아라 기자]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지난 대선 이후 처음으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찾았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당시 당 대선후보였던 안 대표의 제안으로 공동정부준비위원장을 맡았었다.

◆安 "오늘은 축하드리러만…다음에 또 뵙겠다"

안 대표는 2일 서울 용산구 남산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만화책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진영을 뛰어넘은 여야 의원들이 자리를 빛냈지만 원내 4당 지도부 가운데선 안 대표만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식전 첫 조우에도 악수만 나누고 헤어져 기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행사 중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듯 싶었지만 안 대표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축하드리러 왔다. 건강이 어떠시냐, 또 한 번 나중에 뵙겠다는 정도 밖에 (말을) 못드렸다"고 즉답을 피했다.

바른정당이 자강과 통합으로 나뉠 경우 '통합론'을 띄웠던 안 대표를 중심으로 연대가 다시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김 전 대표가 양측에서 모종의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때문에 이날 두 사람 간에 교감이나 공감대 형성 등을 기대했지만 김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역할이 없다. 역할이 끝났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이어 "(역할을) 맡아달라고 해도 할 수가 없다"면서 '안 대표가 정계개편에 관한 조언을 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나는 관여는 안 한다. 절대로 안 한다"고 강조했다.

◆金 '극구부인'에도 러브콜 보내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 측은 김 전 대표의 역할론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이날 안 대표를 수행했던 이행자 대변인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좋은 인사를 영입해줄 수 있다"며 "안 대표가 다음에 또 뵙자고 말 했으니까, 그 안에는 분명 인재영입 과정에서 좋은 분들을 추천받을수도 있다(는 얘기)"라며 김 전 대표의 정계 복귀를 내년 지방선거 즈음으로 예측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최명길 최고위원도 "아직은 (김 전 대표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내년 지방선거가 되면 이쪽이고 저쪽이고 오라는 얘기도 많을 것이고 정치를 안 할 도리가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국민의당 의원 역시 "대선 후에 너무 당에서 못해드렸다. 앞으로의 역할론은 계속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 전 대표의 정계복귀 '극구 부인'에도 국민의당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한 사전작업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입으로 늘상 지난 해 4·13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녹색바람'을 일으켰다고 했지만 호남이라는 지역적 한계가 있다. 또 앞서 안 대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6·4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었다. 현 지도부도 모두 초재선으로 채워져 있는 상태다.

반면 김 전 대표는 지난 해 위기에 빠져있던 더불어민주당에 총선에서 대승을 안겨줬다. 또 과거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의 비대위원으로 새누리당으로 가는 버팀목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이같은 전적을 봤을 때 김 전 대표의 지지선언이나 지원사격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국민의당의 속내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남용희 기자
지난 2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경제민주화 출판기념회에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남용희 기자

◆文정부에 "1년은 기다려 봐야지" 말 아낀 金

그렇다면 김 전 대표의 복귀는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어떻게 보았느냐'는 질문에 "시정연설도 안봤다"면서도 "정부가 출범됐으면 한 1년은 기다려 봐야지, 미리 뭐 할 얘기가 있겠느냐"고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의 1년을 평가하는 시험대인 지방선거에 명분이 있으면 복귀할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김 전 대표에) 채권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면서 "김 전 대표는 아주 강한 카리스마가 있으니까, 문재인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정계개편이 있다면 역할을 할 수 있겠다라는 기대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김종인' 이라고 하면 일부 긍정적인 영향도 있을 수 있겠지만 마이너스 영향도 있을 것"이라면서 "늘상 구원투수로 투입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인데, 그래서 본인을 모셔가지 않는 이상 본인 스스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통화에서 "김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기점에서 핵심을 찌르는 발언으로 과감한 국면전환을 해왔다"면서 "정계복귀라는 게 선거를 통해 입지를 마련한다는 것인데, 직접 (지방선거에서) 보궐선거나 단체장에 나설 것 같지는 않고, 그 사람의 도움을 받음으로서 선거의 변수를 두겠다는 게 정치권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car4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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