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불참러' 홍준표 얼굴 보자 文대통령이 한 말
입력: 2017.11.02 11:47 / 수정: 2017.11.02 11:47

1일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양복·넥타이 등 복장 하나 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국회사진취재단
1일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양복·넥타이 등 복장 하나 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국회=이원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가운데 몇몇 장면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복장을 비롯해 의원들과 입장·퇴장 통로를 나누는 것 등에도 의미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새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와 경제, 안보 등을 비롯해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구상과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회 차원의 협조를 거듭 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국회=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치고 국회를 나서고 있다. /국회=국회사진취재단

#장면 1. 파란색 넥타이 맨 文대통령… 의미는?

문 대통령은 이날 감색 양복에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왼쪽 가슴엔 평창올림픽 배지를 달았다. 문 대통령은 복장 하나하나에도 특별한 의미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감색 양복은 취임식 때 입었던 양복이었다. 지난 5월 10일 국회에서 열렸던 취임식에서 착용했던 양복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넥타이 역시 취임식 때와 비슷한 계열의 색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는데 취임식 때는 조금 더 짙은 남색 계열이었다. 문 대통령이 취임식 때와 같은 양복, 같은 계열 색의 넥타이를 맨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입은 양복은 취임할 때 착용했던 것인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배지 또한 100일 남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현수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현수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장면 2. 시정연설 도중 기습 현수막 시위 벌인 한국당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모두 검정 넥타이의 상복 차림이었다. 가슴엔 근조 리본도 달았다. 이는 얼마 전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한 것과 관련 '공영방송 사망'을 나타내는 항의 표시다.

또 한국당 의원들은 자리에 앉자마자 일제히 각각 자리에 배치된 컴퓨터 뒷면에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고 적힌 피켓을 붙였다. 책상에는 3개의 대형 현수막을 붙이기도 했다.

잠잠했던 한국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연설을 마쳐갈 때쯤 갑자기 현수막을 들고는 벌떡 일어났다. 3개의 현수막에는 각각 '공영방송 장악 음모! 밝혀라!', '北 나포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북한 UN결의안 기권! 밝혀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연설을 이어가던 문 대통령은 한국당의 현수막 퍼포먼스를 보고 순간 당황한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목소리가 다소 작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한국당을 향해 1분 넘게 시선을 고정하더니 곧 평정을 되찾았다.

시정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중 가장 먼저 자유한국당을 찾아 의원들과 악수했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악수하는 문 대통령. /국회=이새롬 기자
시정연설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중 가장 먼저 자유한국당을 찾아 의원들과 악수했다. 정우택 원내대표와 악수하는 문 대통령. /국회=이새롬 기자

#장면 3. 여야 중 한국당 가장 먼저 찾아 악수한 文대통령

문 대통령이 여야 중 한국당 의원들에게 가장 먼저 찾아가 악수를 나눈 것 또한 주목된다. 보통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면 여당을 먼저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약 30여 분이 넘는 연설을 마친 문 대통령은 정세균 국회의장, 국무위원들과 악수를 한 뒤 곧장 한국당 의원들이 앉아 있는 본회의장 좌측(의장석 기준)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문 대통령은 한국당 의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당 의원들도 놀랐는지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나 문 대통령 손을 잡았다. 문 대통령은 현수막을 들고 있는 의원들에게도 웃으며 악수했다. 의원들은 한 손엔 현수막을 든 채 손을 내민 문 대통령의 손을 잡아야 했다.

이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상생'과 '화합'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입장하실 때는 중앙통로로 입장해서 여당 의원들과 악수하고 퇴장할 때는 한국당 의원 통로로 퇴장하면서 악수했다"라며 "이는 상생과 화합을 보여주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여야 모두와 인사를 나누겠다는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당뿐만 아니라 본회의장 전체를 돌아다니며 바른정당,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들과도 악수했다.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이 마중을 나왔다. /국회=국회사진취재단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 정세균 국회의장이 마중을 나왔다. /국회=국회사진취재단

#장면 4. 사전환담 참가한 '프로불참러' 홍준표…"국회니까 왔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 두 번이나 불참하며 '프로불참러'(불참을 많이 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이날 시정연설에 앞서 진행된 사전환담에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홍 대표는 지난 6월 추경 연설에 앞선 차담회도 불참한 바 있다. 사전환담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대표,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를 발견한 문 대통령은 "오늘은 오셨네요"라고 말을 건넸고 홍 대표는 "여기는 국회니까요"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또 "홍 대표가 미국에 다녀온 것에 대해서도 따로 대화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홍 대표는 이날 공개적으로는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lws2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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