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미연 기자] 포마드를 잔뜩 바른 머리, 착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고 뒤태를 뽐내는 남자 주인공 '대니'의 첫 등장.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오면 뮤지컬 '그리스'의 막이 오른다.
'그리스'는 우리나라에서 2003년 초연된 이후 수많은 스타를 탄생시켰다. 이선균, 오만석, 강지환, 엄기준, 김무열 등 스타의 등용문으로 일컬어질 정도였다. 이 가운데 엄기준은 오랜 시간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긴 하체의 늘씬한 몸매, 능청스런 연기와 애드리브로 대니 역에는 엄기준이 단연 첫손에 꼽혔다.
하지만 엄기준은 2006년 12월 대니와 작별했다. 본인 스스로 '그리스'의 무대가 된 라이델고등학교의 졸업을 알렸다.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서였다. 팬들은 아쉬워했지만 '엄대니'의 졸업을 축하했다.
이후 엄기준은 무대에서 브라운관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현재는 23일 첫 방송 되는 SBS 주말드라마 '여인의 향기'에 출연하고 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음주운전 사고를 냈다.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엄기준은 지난 21일 오전 10시40분께 한남동 제일기획 사거리 인근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인 택시를 들이받았다. 당시 음주감지기로 측정한 엄기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9%로 면허 취소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엄기준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접촉 사고를 낸 건 맞지만 음주 탓은 아니라는 것. 전날 밤에 마신 술로 숙취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엄기준이 혐의를 부인하자 경찰은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혈중알코올농도 감정을 의뢰했다. 결과는 10일 안에 밝혀진다.
엄기준 사고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치권에서는 음주운전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충북 충주시의회 A의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가 나자 그대로 도주한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었다. 이틀 전인 16일에는 17대 국회에서 전남 통영ㆍ고성 지역구를 뒀던 김명주 전 국회의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경북 김천시의회 B의원과 전남도 C의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C의원의 경우 사고를 낸 뒤 3㎞가량 떨어진 곳에 차량을 주차하고 잠을 자던 중 경찰에 붙잡혔다.
<더팩트>에서는 경남도 D의원의 음주운전 사실을 뒤늦게 밝혀 냈다. D의원은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 돌연 역주행을 했고, 차량을 들이받았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하진 않았다. 피해자 측에게 합의금을 건네고 사건을 조용히 무마했다. 현재 해당 의원은 사건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지게 마련이다. 보험회사의 기록이 남아 있고, 목격자도 상당수다. 피해자의 진술과 입원 치료 기록 역시 사고 당시를 증명하고 있다. D의원은 추가 취재 과정에서 또 어떤 해명을 할 것인가. 실수는 순간이지만 기록은 감춰지지 않는다는 것을 왜 모르시나.
[더팩트 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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