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품 가져와 직접 쓰거나 방문객 제공
국감 출석 못 한다더니...당일 '폭탄주'
'자녀 대학 친구' 요건 완화해 최종 채용
국무조정실은 1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8명을 업무방해, 횡령,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 회장은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고의로 회피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국무조정실은 1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 8명을 업무방해, 횡령,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특정인 채용을 강행하거나 올림픽 마케팅 수익품을 사적으로 사용한 의혹을 받는다.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지인을 포함했다는 논란은 사실로 드러났으며 국회 국정감사를 고의로 회피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을 통해 지난달 8일부터 한 달간 진행한 대한체육회 비위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단은 이 회장 등 8명을 수사 의뢰하고 관련자 11명에 대해서는 소관 부처에 통보하기로 했다.
이번 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 회장은 자녀의 대학 친구를 채용하기 위해 담당자에게 자격 요건을 완화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반대한 채용부서장은 교체됐으며 이 회장의 이같은 지시를 받은 고위 간부는 면접 위원으로 참여, 이 회장 자녀 친구에게 최고 점수를 부여했다. 이 회장 자녀 친구는 최종 채용됐다.
이 회장은 또 오랜 친분이 있는 한 스포츠단체 회장이 선수 제공용 보양식과 경기복 구입 비용을 대납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스포츠단체 회장은 이 과정에서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실제로 희망했던 지위를 맡았다. 이후 8000만원을 대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회장이 국정감사 출석을 고의로 회피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이 회장은 지난달 24일 개최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업무 협약식 참여를 위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해당 행사는 국정감사 당일 오전에 마무리됐으며 이 회장은 이날 저녁 늦게까지 폭탄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국정감사는 이튿날 오전 1시를 넘겨 진행되고 있었다.
이 회장은 또 체육회 소유의 평창올림픽 마케팅 수익품 중 휴대전화 20대를 포함한 6300만원 상당을 회장실로 받아 지인 등에게 제공한 의혹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물품들은 배부 대장에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타 부서에 배정된 1600만원 상당의 후원품도 직접 사용하거나 방문객에게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장이 직원 등에게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했다는 진술도 이번 점검 과정에서 여러 번 제기됐다.
앞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파리올림픽 참관단 부적절 운영'은 사실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관련 없는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했다. 또 이들에게 계획에 없던 관광 등 별도 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특혜를 제공했다. 다만 대한체육회가 이들의 항공료를 대납했다는 사항은 체육회의 비협조로 확인되지 않았다. 체육회는 관련 점검 기간에 PC 하드디스크를 무단으로 제거하거나, 있는 자료도 없다고 발뺌하는 등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체육회 내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파리올림픽 참관단 관계자는 1억8700만원가량의 입장권을 절차를 위반한 채 선구매하고, 필요 없게 된 3200여만원의 입장권은 환불하지 않았다. 선수촌 고위 간부는 후원품 부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후원사에 연락, 4700여만원의 침구세트를 받아 선수촌 내에 보관해 자의적으로 사용한 의혹을 받는다.
또 체육회는 2016년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후언 등을 통해 280억원 상당의 물품을 제공받았지만, 관리부서는 해당 물품이 적정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 사용부서에서도 사용기록을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이사회 사전 의결 없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관단 운영 예산을 집행하거나,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 없이 수의계약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등 운영상의 문제도 다수 발견됐다.
점검단은 "대한체육회 일부 임직원의 부당한 업무처리 혐의를 명백하게 밝히기 위해 점검 결과를 수사기관에 이첩할 것"이라며 "주무 부처에도 통보해 의법 조치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js8814@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