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예산정국, '대통령 불참' 시정연설로 시작
예산정책처, 지난달 보고서에서 분야별 분석
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 11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11월 국회 예산 정국이 시정연설과 함께 시작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서 각 중점분야 별 세부과제와 확대된 예산 규모 등을 제시했다. 중점분야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약자복지 △경제활력 확산 △미래 준비를 위한 경제 체질개선 △안전한 사회와 글로벌 중추 외교 분야 네 가지다.
정부는 지난 9월 총수입 651.8조원, 총지출 677.4조원 규모의 2025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올해보다 3.2% 증가했고, 국가채무비율은 전년 대비 0.8%포인트 증가한 48.3%다. 총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문에서 "예산안을 통해 4대 분야를 중점 지원하겠다"며 "느슨했던 부분, 불필요한 낭비는 과감히 줄이고 민생 회복과 미래 준비라는 국가 본연의 역할에 제대로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예산안 분야별 세부과제와 주요내용은 시정연설에서보다 정부 제출안에 더 많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자활근로자 탈수급시 최대 150만원의 자활 성공금 지급'은 약자복지 분야 주요내용 중 하나지만 연설문에는 포함돼있지 않다. 정부가 강조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연설문에 언급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정부 예산안 중점투자 분야들을 어떻게 분석·평가했을까.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를 지원하기 위해 발간한 '2025년도 예산안 분석시리즈'에 소개된 분석 내용을 소개한다.
◆ "배달료 지원 정책, 배달플랫폼에 귀속되지 않아야"
연설문에 따르면 약자복지 확충 기조에 따른 예산은 중위소득 6.4% 인상, 생계급여 연평균 8.3% 인상, 양육비 국가 선(先)지급제 도입, 1000만 어르신 110만개 일자리 공급, 국가장학금 150만명 지원, 원거리 진학 저소득 대학생 주거안정 장학금 월 20만원 신설, 공공주택 25만 2000호 공급 등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연설문에 언급된 약자복지 분야에선 평가하지 않았다.
경제활력 확산을 위해서는 정책자금 상환기간 최대 5년까지 연장, 영세 소상공인 연간 30만원 배달비 지원, 유망 소상공인 스케일업 자금 지원, 소상공인 채무 조정 새출발기금 40조원 이상 확대, 폐업·취업·구직 단계별 특화 프로그램, 온누리상품권 5조5000억원 발행, 농어민 수입안정보험 전면 도입, 산지-소비자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소상공인 연간 30만 원의 배달비 지원 정책에 대해 "우리나라의 배달플랫폼 시장은 상위 3개사가 96%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배달료 지원에 따른 혜택이 배달수수료 인상 등의 형태로 배달플랫폼에 귀속되지 않도록 일선 현장에 대한 모니터링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어민 수입안정보험 사업과 관련해서는 "현재 농어업재해보험법이 규율하는 농어업재해보험은 수입안정보험과 같이 재해 등으로 인한 손실 이외 가격하락으로 인한 손실까지 보장하는 보험 유형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를 지원하기 위해 발간한 '2025년도 예산안 분석시리즈'에 소개된 중점투자 분야별 분석 내용을 소개한다. 사진은 국회의사당 전경. /더팩트 DB |
◆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사업규모 대비 재정지원 비율 감소"
연설문에서 미래 준비 부분은 △경제 체질개선 △ 조적 문제 해결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로 나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AI)·바이오·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와 12대 전략기술 등에 29조7000억 원, 대통령 과학장학금 지원대상 확대, '한국형 스타이펜드(stipend)' 도입,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저리 대출 4조3000억 원, 원전산업 성장펀드 조성, K-방산 수출펀드 조성 등에 중점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재정 지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저출생 추세 반등을 위한 일-가정 양립·돌봄·주거 3대 핵심 분야 지원의 일환으로 육아휴직 급여 대폭 인상, 동료 업무 분담 지원금 신설, 긴급 돌봄서비스 제공,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요건 2억5000만 원으로 상향 등 계획을 밝혔다. 의료인력 확충·필수진료 제공· 지역의료 육성·의료사고 안전망 구축·필수의료 R&D 등 5대 분야에 대한 예산도 올해 8000억 원에서 2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청년 미래 투자에 대한 내용으로는 사병 봉급 병장 기준 월 205만 원으로 인상, 청년 취업지원·도약장려금·기술연수 3종 패키지 신설을 예산안에 반영했다.
보고서는 양자과학기술 관련 R&D 사업 추진과 관련해 "올해 8월 '긴급한 경제‧사회적 대응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임을 감안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이후 10월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며 "사업의 타당성 분석과 관련된 내용을 예산안 심의 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꼽았다.
육아휴직 급여 인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 지급 대상 확대에 대해서는 "사업 규모가 크게 증가하였으나 사업 규모 대비 일반회계 전입금(재정 지원)의 비율은 전년대비 감소한 상황"이라며 "저출생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위해 일반회계 전입금 규모 확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인력 확충 등 미래 의료수요 대비 사업과 관련해서는 "장기간 지속되는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의 복귀나 수련 참여 여부가 불확실해 현재 단계에서는 사업을 계획한 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면밀하게 점검하기 어렵다"며 "2025년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전공의 복귀 여부 등을 감안해 사업의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6조7000억원으로 확대,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금 50% 인상, 마약 범죄 근절 예산 확대, 딥페이크 등 첨단 범죄 대응 강화 등은 '안전한 사회와 글로벌 중추 외교 분야' 예산으로 언급됐다. 보고서는 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을 대상으로 하는 ODA 강화 방안에 대해 "2025년도 계획안으로 사업승인을 받지 않은 단계의 사업이 편성된 사례가 있는데 사업승인을 받지 않았던 사업의 경우 실제 계획액 집행 시 타당성조사, 사업승인, 차관계약 체결, 사업자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된다는 점에서 집행실적이 부진하다"며 "해당 사업에 대한 집행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