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시정연설 직전 野 장외집회"
민주 " 대통령 자리가 장난인가"
국회는 오는 4일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예산 삭감과 증액 대상을 놓고 여야의 힘겨루기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 더팩트 DB |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국회는 오는 4일부터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 돌입한다. '명태균 게이트'를 둘러싼 여야 극한 대치 속 윤석열 대통령은 예산안 심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예산 삭감과 증액 대상을 놓고 여야의 힘겨루기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올해 예산안 처리도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시정연설은 윤 대통령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나설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이후 현직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명태균 씨 사이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후 여야 대립이 극심해진 상황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대통령을 향한 공세 등을 이유로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최대 6조원의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공약한 사업 예산과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있는 전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개 식용 종식 사업을 '김건희 예산'으로 규정하며 대폭 칼질을 벼르고 있다. 검찰 등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와 공공기관 업무추진비 등도 삭감 대상이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강조하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고교 무상교육,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 등에 대해서는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건전 재정 기조 속에 정부 예산안의 원안 처리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지역화폐 사업 등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방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대해 민주당을 겨냥해 "역대 총리가 대독한 상황이 많고, 시정연설을 앞두고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거대 야당이 밖에 나가 투쟁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건희 예산' 삭감을 예고한 데 대해서는 '민생예산을 정쟁용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입장이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마음건강 관련 예산이나 개 식용 종식 사업 예산 등은 여야 합의로 법을 함께 제정한 사안"이라며 "막연히 여사를 덧칠해 '정쟁 예산'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말 앞뒤가 맞지 않는 후안무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시정연설 불참을 두고 "대통령 자리가 장난이냐"고 공세를 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 "시정연설은 677조에 달하는 예산을 쓸 권리를 휘두르는 게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혈세를 어찌 쓸지 그 예산의 주인이자 수혜자인 국민에게 정중히 허락을 구하는 자리"라며 "김 여사가 하라는 것 말고는 하고 싶은 일만 하려는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강 원내대변인은 "명 씨 녹취가 불러온 파장과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의료 대란 등의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입장을 밝혀야 할 부분도 많다"며 "대통령은 내일 반드시 국회에 직접 나와 예산안에 대해 몸을 낮춰 협조를 구하고 국민께 직접 해명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