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마무리…운영위·정보위·여가위 남아
상임위마다 김건희 여사 집중 공세…동행명령장 다수 발부
시민단체 "국감 학점 D-"
2024 국정감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출범한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로 주목받았지만 민생보다는 여야 간 정쟁이 난무했다는 평가다. 지난 21일 법사위 대검찰청 국감에서 증인 김건희 여사의 자리가 비어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2024 국정감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출범한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로 주목받았지만 민생보다는 여야 간 정쟁이 난무했다는 평가다. 가장 뜨거운 주제는 예상대로 '김건희 여사'였다. 여당은 이재명 대표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가족 의혹 등으로 반격에 나섰으나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증인들의 잇따른 불출석으로 '동행명령장'도 상당수가 발부된 것도 눈길을 끄는 지점이었다.
27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정감사는 내달 1일 마무리된다. 24~25일에는 대부분 상임위에서 종합감사가 열고 국감을 마무리했다. 기획재정위원회의 종합국감과 겸임 상임위인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운영위원회 일정은 아직 남아 있다. 내달 1일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대상으로 한 운영위 국감으로 막을 내린다.
◆ 주가조작부터 황제관람까지…김 여사 정조준한 거대 야당
민주당은 이번 국감 내내 김 여사에 대한 의혹을 집중 공격했다. 행안위와 국토위는 21그램을 두고 김 여사 문제를 겨냥했다. 21그램 김태영 대표는 김 여사가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할 때부터 알고 지냈다는 의혹을 받는다. 코바나컨텐츠의 설계·시공뿐 아니라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공사를 경쟁 없이 수의계약으로 따내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 씨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에 대해 거수 표결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박정현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가 혈세가 투입된 관저 공사를 지인에게 불법으로 몰아줬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정농단으로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질타했고, 계속된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격 요건을 확인한 결과 별문제가 없어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라고 반박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자격 없는 업체가 명의를 빌려 (공사를) 했다면 법 위반"이라며 박상우 국토부 장관을 질타했다. 이외에도 김 여사의 마포대교 방문 당시 경찰의 교통통제 여부,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이 각각 행안위와 국토위의 주요 공격 대상에 올랐다. 반면 여당은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의 음주운전과 불법숙박 운영 의혹으로 질의를 이어갔다.
교육위에선 김 여사의 논문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여사의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두고 여야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정을호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의 가짜 인생과 상습 거짓말, 허위 경력의 시작은 숙대 석사학위 논문에서 시작됐다"고 맹공했다. 또 국민대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관련 의혹도 공세 대상 중 하나였다. 반면 여당은 이재명 대표의 가천대 논문으로 반박을 이어갔다. 문체위는 김 여사의 'KTV 황제 관람' 의혹이 다뤄졌다. KTV가 지난해 10월 청와대 관저에서 연 무관중 국악 공연이 김 여사가 사실상 홀로 관람했다는 내용이다.
24일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맹성규 위원장이 김태영 21그램 대표, 이재선 원탑종합건설 대표, 전해갑 아원고택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의 건을 의결하는 동안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
정무위에선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두고 대치가 벌어졌다. 도이치모터스와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이 주요 이슈였다. 검찰이 도이치 사건에 불기소 처분을 내린 17일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핸드백을 받았지만 청탁금지법 위반은 아니라고 하고 통정매매 정황은 있으나 주가 조작은 아니라고 하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계속 유독 한 분에게만 일어나고 있는 것에 답답해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검찰에서 인지수사 형태로 진행한 사건이라 증거관계에 대해 잘 모른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지난 정부 때 검찰이 사건을 수사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던 점을 들었다. 권성동 의원은 "문재인 검찰에서 1년 8개월간 탈탈 털었는데 증거 확보를 하지 못했다"라고 짚었다.
법사위는 검찰의 도이치 처분과 맞물려 김 여사의 의혹이 뜨겁게 다뤄진 곳이다. 불기소 처분 다음날인 17일 열린 서울중앙지검 국감에서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이창수 지검장에게 "법무부와 대통령실이 상의해서 (처분) 날짜를 결정한 것이 나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지검장은 "많은 분이 이 사건을 기소하는 게 저에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그런데 결국 검사는 기록을 보고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날엔 도이치 수사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해 거짓 브리핑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출석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는 강 씨의 모습. /박헌우 기자 |
21일 열린 대검찰청 국감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은 심우정 총장을 상대로 공세를 펼쳤다. 이에 심 총장은 "수사팀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거짓 브리핑 논란에 대해서도 "중앙지검장을 감찰할 만한 사안이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 문제로 반격에 나섰다. 곽규택 의원은 "선거법 위반 사건은 1년 안에 3심까지 모든 재판을 끝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1심 선고만 2년 이상이 걸린다"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 씨가 출석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강 씨는 "공천과 관련해 김 여사가 힘을 작용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고, 명태균 씨와 정치적으로 연관된 정치인 27명의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 잇따른 불출석에…줄줄이 동행명령장
동행명령장도 이번 국감의 핵심 키워드다. 김 여사와 관련된 증인들이 잇따라 국감 출석을 거부했고, 야당 의원들은 무더기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법사위는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불출석하자 동행명령장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21일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김 여사와 최 씨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전달하려 했으나 대통령실의 거부로 끝내 실패하기도 했다.
동행명령장도 이번 국감의 핵심 키워드다. 김 여사와 관련된 증인들이 잇따라 국감 출석을 거부했고, 야당 의원들은 무더기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이건태, 이성윤 의원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관저 인근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던 도중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뉴시스 |
행안위는 관저공사 의혹과 관련해 21그램의 김태영·이승만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토위도 김태영 대표를 비롯해 이재선 원탑종합건설 대표, 전해갑 아원고택 대표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의결했다. 문체위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해 KTV 황제 관람 의혹과 관련해 최재혁 대통령실홍보기획비서관에 대해 동행명령을 내렸다. 교육위는 논문과 관련해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에 대해 두 차례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국정감사를 모니터링하는 '국정감사NGO모니터단'은 이번 국감의 학점을 'D-'로 평가했다. 거대 야당의 일방적 증인채택과 동행명령이 주요 배경 중 하나였다. 모니터단은 "증인 채택과정에서 여당의 불참 내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쟁성 증인을 대거 채택했다. 동행명령장은 야당 의원이 위원장인 상임위에서 사실상 야당 단독으로 발부됐다"며 "21대 국회에선 4개년 모두 14명에 대해 발부됐고, 20대 국회에선 2명, 19대 국회에서 발부되지 않은 것과 비교됐다. 22대 국회가 역대 최고 여야 갈등 국회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