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당의 국감 <중>] '3인다역' 진보당·개혁신당
입력: 2024.10.25 10:00 / 수정: 2024.10.25 10:00

정혜경 "노동문제 해결·반(反)기후 정책에 중점"
'예산집행 허점 지적' 천하람 "초선답게 열심히"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에서 학교급식실 산재사고와 조리실무사 1인당 급식 인원에 대해 질의했다. /배정한 기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에서 학교급식실 산재사고와 조리실무사 1인당 급식 인원에 대해 질의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채원 기자] '3석 정당'이지만 뚜렷한 색깔을 지녔다. 22대 국회 원내정당 개혁신당·진보당 얘기다. 지역구·비례 의원을 고루 배출했다는 점도 공통적이다. 여야 정쟁 속에서도 노동계 목소리를 대변해 온 진보당은 지난 16일 열린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호남 맹주' 더불어민주당을 위협하는 저력을 보였다. 개혁신당엔 재·삼선 이상의 존재감을 지닌 초선 의원들이 정치경력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을 수행 중이다.

각 의원이 하나의 헌법 기관으로 행정부를 감시·비판하는 국정감사에서는 어떨까. 정당마다 겸임 상임위원회까지 3개 이상을 맡고 있는 만큼 활동 영역도 넓다. 진보당은 국토교통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윤종오 의원·울산 북구),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전종덕 의원), 환경노동위원회(정혜경 의원)를 개혁신당은 보건복지위원회(이주영 의원),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예결특위(이준석 의원·경기 화성시을), 기획재정위원회·운영위원회(천하람 의원)를 배정 받았다.

두 정당은 22대 국회 첫 국감을 맞아 온라인으로 각종 제보를 받는 국감 상황실을 운영했다. 진보당은 지난달 4일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감을 만들자'며 국민국감 특별 누리집을, 개혁신당은 7일 "막말하고 소리 지르는 게 아닌 정상적인 정책 국감을 하겠다"며 개혁 신문고 누리집을 열었다.

<더팩트>는 비교섭단체이자 3인 정당인 진보당, 개혁신당 소속 의원들이 꼽은 주요 질의를 살펴봤다. 각 의원실의 '국감 전략'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 등을 소개한다.

◆ 정혜경 진보당 의원 "사각지대 노동문제 해결·반(反)기후 정책에 중점"

정혜경 의원은 '국민국감 특별 누리집' 개설을 알리며 진보당을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여성, 청년 등 당사자 직접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이라고 소개했다. 정 의원 역시 여성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사자성'을 지닌다. ​지난 4·10 총선에서 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해 비례대표 5번을 받아 당선된 그는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24일 <더팩트>에 이번 국감 목표에 대해 "노동분야에서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하청노동자 등 사각지대 노동문제 해결, 환경분야에서는 정부의 반(反)기후·반환경정책을 폭로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정 의원실이 꼽은 주요 질의는 △쿠팡 대리점 과로사 산업재해 은폐 의혹 제기와 노동환경 개선 요구 △기후위기대응댐 문제점 지적 등이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김완섭 환경부 장관. / 배정한 기자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는 김완섭 환경부 장관. / 배정한 기자

정 의원은 8일 환경부 국감에서 정부가 신규 댐 건설과 기존 댐 재개발을 합쳐 총 14개 댐을 건설 후보지로 선정한 데 대해 "댐 해체가 세계적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역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 5월 세종보 개방 후 주변 금강에선 녹조가 사라지는 등 수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댐 건설은 홍수예방 효과보다는 오히려 홍수·재난을 유발하고 기후위기 대응보다는 기후를 파괴하는 댐으로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 주민들은 극구 반대하는데 댐을 짓겠다는 건 토건 사업자들만 배불리고 수 조원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계획 백지화를 촉구했다.

10일 고용노동부 국감에서는 쿠팡 로켓배송 기사로 일하다 숨진 고(故)정슬기씨 산업재해를 은폐하려 했던 쿠팡 대리점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대리점 측은 "산재신청하면 개인보험(유족 보험금)이 안 나온다"는 허위사실을 거듭 강조한 후 "2억(산재보험금추정)보다 세금을 안 내는 1억 5천 합의금을 받고 개인보험 받는게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의원은 "사실상 산재 신청을 방해하는 행위인데 정부 차원에서 조치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처벌 조항을 만들거나 근절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 "피감기간 샅샅이"…예산집행 허점 파헤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개혁신당은 지난 1월 창당한 '신생 정당'이자 소속 의원들이 모두 80년대 생인 젊은 정당이기도 하다. 세 의원 개개인의 대중적 인지도도 거대여야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 2번을 받아 당선된 천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군 간부 처우개선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정한 기자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군 간부 처우개선 예산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정한 기자

천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더팩트>에 "첫 국감인 만큼 모든 피감기관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예산이 적절하게 편성·집행됐는지 문제점을 찾아내는 게 목표다, 굳이 구호로 표현하면 '열심히 성실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우선 소속 상임위를 잘 이해하려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게 초선의 임무"라고 설명했다. 천 의원실이 꼽은 주요 질의는 △개식용 금지법(김건희법) 예산 적정성 △군간부 처우개선 예산 반영 여부 등이다.

천 의원은 10일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최상목 기재부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김건희법이 계획대로 실행될 경우 개 사육업자 폐업 지원과 사육업자로부터 인수된 개 보호 관리비 예산이 제대로 책정돼 있는지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3년 간 3000억 넘는 예산을 정부와 지자체가 투입하는 걸로 돼 있고 내년 예산에 반영된 게 562억"이라며 "1마리 당 사육업자에게 60만 원씩 보상할 경우 이것만 2796억, 개 46만 마리를 인수 받을 경우 1년에 드는 보호 비용만 2700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 단위로 돈이 쓰일 수 있는 일인데 김건희법으로 돼 있으면 예비타당성 조사가 프리패스, 하이패스냐"며 "보호 비용 등에 예산 책정이 제대로 돼 있는지 따져봐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국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군 간부 처우개선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윤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을 통해 '초금 장교들의 당직·주택수당을 확실히 늘리겠다'고 콕 집어 말했는데 내년도 예산에 한 푼도 반영이 안 됐다"는 것이다. 천 의원은 "군 독신자 숙소 약 30% 이상이 지은 지 30년 이상 돼 천장에서 물이 새고 곰팡이가 핀다"며 "이런 숙소에 살면 '군복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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