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면담 후폭풍에 여권 분열…'김건희 특검법' 영향받나
입력: 2024.10.23 00:00 / 수정: 2024.10.23 00:00

韓 "국민만 보고 민심 따라 피하지 않고 문제 해결"
친한계, 野 발의 특검법 반대…'제3자 특검법' 거론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22일 인천 강화풍물시장에서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 후 밝힌 첫 입장으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헌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는 22일 인천 강화풍물시장에서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 후 밝힌 첫 입장으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활동 자제와 인적 쇄신 등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지 않으면서 여권의 분열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친한(친한동훈)계는 공개적으로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적 갈림길에 선 한 대표가 김 여사 리스크를 대응하기 위해 야권이 세 번째로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 승부수를 띄울지 주목된다.

한 대표는 22일 인천 강화풍물시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과 면담 이후 첫 일성으로 흔들리거나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김 여사 활동 자제와 의혹 규명 협조, 김 여사 측근으로 불리는 '한남동 라인' 인사 조처 등을 건의했지만 윤 대통령은 사실상 거절했다.

한 여권 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한 대표의 발언을 두고 "윤 대통령과 정면 승부하겠다는 선전포고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의 의혹뿐 아니라 명태균 씨의 폭로, 어려운 민생 등 종합적으로 상황이 어려운 데 수습은커녕 (당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며 "당정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기류라 한 대표로서는 달리 방안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 인사 20여 명은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한 의원과 만찬 회동을 했다. 정국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는 게 친한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김 여사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관철하지 못한 한 대표가 당 안팎의 측근 세력을 동원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친윤(친윤석열)계를 겨냥해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친한계는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한 대표는 지금 여사 문제를 풀어야만 국정운영의 동력이 다시 살아난다고 본다"며 "그거에 대한 문제의식과 논란이 있다는 건 용산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게 문제가 왜 되는지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원내부대표(왼쪽부터)와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하는 모습.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김용만 원내부대표(왼쪽부터)와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하는 모습. /뉴시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 해법에 대한 이견을 보이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시선이 쏠린다. 야당은 다음 달 초쯤 김건희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할 계획인데, 일단 친한계는 여당의 추천권을 배제하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박탈한 야당의 특검법에는 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친한계가 야권과 합의해 통과시킬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한 대표가 내건 '제3자 김건희 특검법' 발의 가능성이 거론된다. 박 의원은 "특검을 만약에 지금 받는다 안 받는다, 얘기는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받더라도 지금 구조로는 받을 수 없다"며 "예를 들어 채 상병 문제 때 제3자 특검을 얘기했듯이 이 문제도 제3자 특검이라는 해법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건희 특검법'은 당정 관계의 뇌관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나면서 김 여사의 특검법에 대한 이탈표의 가능성은 조금 더 커졌다"면서 "만약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윤 대통령은 배신자 낙인을 찍는 등 어떠한 방식으로든 한 대표의 퇴진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당권을 쥔 이후에도 친한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김 여사의 여러 의혹을 매듭짓기 위해 특검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당내 여론이 확대될 수도 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면담에서 '김건희 특검법' 통과 가능성을 우려했고,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여론이 나빠지면 홧김에라도 투표해 혹시라도 민주당의 법안이 통과될까 상당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김건희 특별법' 재표결에서 '부결' 당론에도 가결에 이탈표가 4표가 나왔다. 당시 법안 가결에 4표 모자랐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 직후 윤 대통령과 만난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반헌법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의원 대부분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에 힘을 모아 반헌법적 특검법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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